코로나로 풀린 돈(錢), 돈(豚)값 띄울까?
코로나로 풀린 돈(錢), 돈(豚)값 띄울까?
각국 경기침체 타계위해 양적완화 나서
08년 금융위기 후 돼지 등 먹거리 급등
코로나 유동성 확대 규모 08년보다 커
  • by 임정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세계 각국이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조치가 코로나 이후 돼지고기 등 세계 농축산물 시장을 좌우할 변수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현 코로나 사태처럼 대대적인 양적완화가 시행된 지난 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글로벌 유동성이 급증, 식량가격 상승의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 때문이다.

■식량 가격과 투기자본=전문가들은 이제 더 이상 식량 가격이 공급과 수요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양돈농가에겐 사료 곡물가격 폭등으로 기억되는 07년 초부터 08년 중반까지 지구촌 식량 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FAO 곡물가격 지수를 보면 06년 118.9에서 17~18년 163.4, 232.1로 급등했다. 당시 식량 가격 폭등에 대한 보고서들을 보면 그 원인으로 신흥시장의 식량 수요, 바이오 연료와 함께 금융자본의 투기를 꼽고 있다. 투기를 빼 놓고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의 폭등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원자재 시장에 투기가 급격히 증가하는 원인이 됐다. 당시 미국 정부는 재정정책과 양적완화에 각 1조5천억달러 규모를 투입했다. 2010년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주요국들의 금리인하와 천문학적 액수의 양적완화 정책 시행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증가했고 이로 인해 09년 초부터 원자재 시장에 투기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산물도 예외가 아니었다. FAO의 식량가격 지수를 보면 06년~08년까지 △127.2 △161.4 △201.4로 07년부터 08년 급격히 상승했으나 08년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로 09년에는 160.3으로 하락했다. 그런데 그 이후 2010년 188, 11년 229.9까지 치솟으며 08년 식량 가격 폭등 당시 수준을 훌쩍 뛰어 넘는다.

이처럼 금융 자본이 농산물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은 농산물 선물거래가 대표적이다. 특히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영향력이 강한 선물시장인 동시에 2000년대 들어 시카고 상품거래소 선물시장에서 원자재의 금융화가 가속화되면서 금융시장과 원자재 가격 간의 연관성이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돼지고기와 투기자본=선물시장이 아닌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돼지고기 가격도 양적완화, 투기자본, 선물시장 등의 변수들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우선 FAO의 세계 돼지고기 가격 지수를 통해 실제 돼지 값이 어땠는지를 보면 △06년=123 △07년=125 △08년=152 △09년=131 △10년=138 △11년=153 으로 08년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하다 다시 상승, 08년 수준을 넘어서는 흐름이 전체 식량가격 및 곡물가격의 흐름과 일치한다. 실제 이 시기 미국 돼지 값 역시 이 흐름을 따르고 있다.

2010년 당시 하반기 미국 돼지고기 시장을 전망한 미국 육류수출협회 소식지의 자료를 인용하자면 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서 생돈 가격은 사상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로 인해 09년 많은 양돈농가와 도축업자들이 도태됐다.

그 결과 2010년부터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태가 오고 2010년부터 돼지 값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실제 08~10년 미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은 1천59만톤, 1천44만톤, 1천18만톤으로 감소했다. 그런데 이 기간 돼지고기 도매시세는 무려 27%가 급등했으며 11년 생산량이 다시 증가했음에도 가격은 13% 가량 더 뛰었다.

즉 08~09년을 거치면서 돼지고기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세의 기회를 포착한 투기 자본이 실제 수급에 따른 가격 상승폭 이상으로 돼지 값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돼지 값의 등락에 있어서 공급과 수요가 가장 기본적이고 결정적 변수지만 금융 자본은 이를 극대화시켜 돈가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 이후는?=지난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준 금리를 0.5%P 긴급 인하했는데 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래 이 같은 긴급 금리 인하는 처음이며 인하폭 역시 08년 이후 가장 컸다.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은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무제한의 기간제한 없는 양적완화에 돌입해 이미 08년 당시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세계 돼지고기 시장 상황은 어떤가.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돼지고기 생산이 전년 대비 감소, 수입을 더 늘리면서 세계 돼지고기 가격이 강세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던 미국의 돼지고기 생산이 코로나 여파로 그 전망이 위협받고 있다. 종합해보자면 세계 양돈시장의 기본적인 방향은 돼지 값 상승 쪽으로 방향이 틀어진 상태다. 때문에 코로나 사태로 급증하는 유동성과 만나 더 가파른 상승세를 형성할지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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