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구제역 항체률 기준 법제화 재고를
[칼럼] 구제역 항체률 기준 법제화 재고를
농가와 갈등의 골 깊어질 우려
백신 관리 강화 선행이 우선
  • by 김오환

갈수록 세상이 촘촘해지고 있다. 매사 틈을 허용,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자(尺)로 법(法)으로 정확, 명확하게 들이 댄다. 에누리를 받아들여지지 않으려 한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손해 보지 않겠다는 것과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미가 주된 이유일 것이다. 손해 측면의 법은 상거래에서 적용되고, 책임 부분의 법은 관(官)에서 필요할 것이다. 

관청에서 공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바로 그 기준이 법(法)이다. 법 테두리 내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래야 탈이 없다. 벗어나면 감사에서 지적당하고 개인 신상에도 이로울 게 없다. 법규대로 하면 공평하고 불만 불평도 줄어든다. 반면에 재량 없이 법대로 하면 ‘책임 회피’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수 있다.

사실 행정 관련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해당 공직자란 말도 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재직시 추사 김정희 기념관을 설립코자 했으나 여러 법규 때문에 세울 수 없었다. 헌데 관련 공무원이 법에 저촉되지 않게 이리저리 해석해줌으로써 기념관을 설립할 수 있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렇듯 법규는 하나이지만 법을 해석하는 사람은 사람마다 다르다. 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유무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법이 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존과 생활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농축산부가 구제역 항체 양성률 기준(번식돈 60%, 비육돈 30%)을 고시에서 법(시행규칙)제화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물론 기준 강화를 통해 하루빨리 구제역 청정국으로 승인받으려는 당국의 의도는 이해되고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항체률은 접종 시기와 돼지 건강, 백신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인식했으면 한다. 실제로 접종했음에도 항체률(30%) 미만으로 과태료 부과 해당 농가가 법원에 이의신청, 부과를 면제받은 사실(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이 있었다.

따라서 농축산부의 항체률 법제화는 방역기관과 농가의 갈등의 골을 좁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깊게만 할 것으로 우려된다. 되려 항체률 제고를 위해서는 양돈농가와 생산자단체에서 꾸준히 주장됐던 구제역 백신 관리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 오죽했으면 한때 ‘물 백신’이란 의혹도 제기, 오명(汚名)을 쓰지 않았던가.(12년 10월 5일 농축산부 국정감사서 김우남 민주당의원) 이번 기회에 구제역 접종 횟수 등 구제역 백신 관련, 농가의 요구사항을 차라리 논의하길 주문한다. 

법(法)을 풀어쓰면 물(水)가는(去) 길이다. 물이 서로 앞다투어 가지 않듯이 순리를 지키고 막힘이 있으면 피해가 흘러간다. 양돈농가 역시 그럴 것이다.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농장만 피해만 보는데 뭣 때문에 항체률을 속이면서까지 돼지를 키울 것인가. 그런 마음을 방역당국이 해량했으면 한다. 서로 믿어야 만사가 편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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