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 깨끗하게, 시원하게, 충분하게!
[양돈현장] 깨끗하게, 시원하게, 충분하게!
  • by 신현덕
신현덕 원장 / 신베트동물병원
신현덕 원장 / 신베트동물병원

‘돼지는 더러운 물 먹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양돈을 오래 하신 분들도 흔히 하는 말이다. 사람이나 돼지나 산소와 물이 없다면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다. 사람이 3분간 산소를 못 들이마시면 죽는다. 물 없이는 3일을 견디기 어렵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는 3주를 버티지 못한다.

돼지도 마찬가지이다.
큰 돼지의 신체 수분량은 50% 정도이지만 새끼돼지에서는 80%에 이른다. 체내 수분량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건강관리의 핵심이다. 탈수증이 만병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물을 황금으로 여기는 농장의 생산성은 올라간다. 물을 하찮은 물쯤으로 보는 농장의 번식성적과 비육돈 생산성은 어김없이 낮다.

어느덧 돼지가 더위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는 여름이 시작되었다. 더위 스트레스를 받는 돼지는 20도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을 싫어한다. 20도 이상의 물에서는 병원균 증식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병에 걸린 돼지가 콧물, 타액, 분뇨로 오염시켜놓은 물 밖에 마실 물이 없다면 과연 돼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습식 급이기나 오아시스식 급수기가 많이 보급되고 폐수처리 관련 비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깨끗하지 않은 물, 시원하지 않은 물, 충분하지 않은 물 때문에 음수 관련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너무 흔해서 중요성을 잊기 쉬운 물의 중요성을 다시 돌이켜보았으면 한다. 물의 기능과 중요성은 생각보다 많고 크다. 돼지가 건강하게 사육되면 사람을 건강하게 하는 양질의 단백질, 지방, 비타민과 미네랄을 생산한다. 원-헬쓰(one health) 개념의 일부분이다.

그래서 고품질 돈육 생산을 하려면 신선한 공기, 맛있는 사료, 건강한 물이 공급되어야 한다. 돼지에게 공급되는 건강한 물은 돼지 입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①안전하고 깨끗해야한다. ②신체에 유익한 미네랄이 들어있어야 한다. ③역겨운 냄새가 없어야 한다. ④물에 녹아있는 용존산소가 충분하여 마실 때 청량감이 있어야 한다. 물의 온도가 10~15도 일 때 청량감이 가장 높다고 한다. 양돈현장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다만 1도라도 낮춰서 청량감을 올리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직수 공급도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돼지가 마시는 물이 건강한 물이어야 정상적인 본래의 기능을 할 수가 있다고 여겨야 한다. 안전한 물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란, 유해물질이 없는 물이다. 돼지가 마셔야 할 물에 분뇨, 환돈의 콧물, 타액 등이 있다면 안전하지 않은 위험한 물이 된다. 고온 환경에서 물탱크로 물을 끌어올렸다가 공급되는 물은 20도를 쉽게 넘긴다. 당연히 시원하지 못하다.

특히 모체이행항체가 바닥이 나고 능동면역력이 취약한 이유자돈이 마시는 물의 오염상태는 설사병을 유발하고 면역력저하를 동반하면서 장누수증후군과 부종병, 뇌막염, 호흡기질병 및 관절염 등으로 연결된다. 혹서기에 웅돈, 모돈이 건강한 물을 마시면 생산성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유능한 관리자는 돼지 신체 안에서 물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사양 및 위생관리 포인트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첫째, 물은 사료를 소화시키고, 영양소를 흡수하여 필요한 세포까지 운반하는데 관여한다.
산소, 호르몬같은 물질도 혈관을 통해 전달되는데, 수분의 작용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수분이 부족하면 호르몬 생산, 전달에 장애가 생기고, 호르몬간 불균형도 유발시킨다. 번식돈 번식장애와 비육돈 성장불량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체내에 쌓인 독소를 폐나 신장을 통해 제거하는 데에도 수분의 역할이 필요하다.

둘째, 물은 혈액, 소화액 같은 분비액의 주성분이 된다. 탈수증이 만병의 근원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혹서기에 충분한 급수가 되지 않으면 쉽게 탈수상태에 빠진다.

셋째, 신체 장기에 존재하는 세포의 형태를 유지하는 작용이 있다. 물이 없으면 세포 형태도 없고 장기 형태가 없다. 수분이 모자라면 내장기관과 관절 부위 손상도 쉽게 일어난다.

넷째, 수분은 체내 삼투압조절과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전해질 균형이 깨지면 조직세포의 기능에 악영향을 끼친다. 물은 모든 대사과정에서 촉매작용을 한다.

다섯째, 호흡기와 피부를 통해 열을 발산하여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시원한 물이 최고의 해열제라는 말은 사실이다. 해열제 약물이 시원한 물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잘못된 계산이다. 돼지의 위는 해열제에 민감하여 위궤양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 혹서기에 열발산이 효과적으로 되지 않으면 돼지는 열스트레스 증후군에 빠지고 큰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밀사가 심한 농장의 경우 시원한 물 공급과 같은 더위대책이 불량하면 언제든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잇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물은 돼지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 생존의 기본이 된다. 내 농장 모든 돼지가 건강한 물을 시원하게 마시는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오전, 오후로 확인해야 하는 업무이다. 올여름 내 농장 돼지의 건강을 위해 ‘깨끗하게, 시원하게, 충분하게’ 물을 공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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