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0주년 특집① 프롤로그] 변곡점 선 양돈업, 지속 가능 길있어
[창간 20주년 특집① 프롤로그] 변곡점 선 양돈업, 지속 가능 길있어
경제 성장이 국내 양돈업 양적성장 이끌어
쌀 소비 36% 줄 동안 돼지고기 62% 증가

시장 개방 이후 생산성 제고가 최대 과제
질병‧분뇨 등 환경 이슈가 각종 규제 초래
최우선 과제, 생산성‧경쟁력서 친환경으로
  • by 임정은

2020년은 향후 한돈산업의 역사를 돌아볼 때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우선 최근 거의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돼지 사육두수, 한돈 생산량, 수입량 등 산업 규모를 결정짓는 주요 지표들이 올 한해 주춤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산업의 양적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정점을 지난 것인지, 아니면 잠시 쉬어가는 해일지는 올해가 지나야 확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올해가 더 중요한 이유는 ASF에다 코로나 19까지 겹친, 유례없이 불확실성이 높아진 환경 때문이다. ASF와 코로나 모두 한돈산업은 물론 세계 양돈산업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의 경우 변화를 추동하는 범위가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있다. 이는 2020년 이후 한돈산업이 어떤 길로 들어설지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런데 20년전, 양돈타임스가 창간한 2000년에는 구제역이 발생, 올해에 버금가는 충격이 양돈산업을 덮쳤다. 지금이야 매년 발생, 연례행사가 돼 버렸지만 당시 구제역은 66년만에 발생한, 거의 잊혀졌던 전염병이었다. 66년만이니 당시 수의 인력은 물론 양돈업계 누구도 실제 구제역을 겪어보지 못했기에 더욱 그랬다. 그리고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한창 돼지고기 수출국의 길로 들어서려던 한돈산업을 주저앉게 만든 게 구제역이었다. 그때 구제역이 없었다면 한돈산업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까? 가보지 않은 2020년 이후의 한돈산업을 예측하는 것만큼이나 이 역시도 누구도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성장과 위기 그리고 과제=그런데 양돈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면 지금의 양돈산업을 있게 한 것은 개별적 사건이나 변수보다는 보다 더 큰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양돈산업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맞게 양돈산업은 변화 혹은 발전했고 현재의 양돈산업은 바로 그 결과다.
국내 경제 발전과 국민 식생활의 변화는 양돈산업의 발전 과정을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배경 중 하나다. 2000년 1만2천260달러이던 GDP는 19년 3만1천754달러로 3배 가까이 증가했고 근로자 한달 소득(도시, 2인 이상)은 250만원 수준서 지난해 550만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그 사이 한 사람당 연간 93.6kg씩 섭취하던 쌀 소비량은 19년 59.2kg으로 36% 준 반면 1인당 육류 (소 돼지 닭) 소비량은 31.9kg서 54kg으로 69% 증가했다. 그리고 돼지고기 역시 16.5kg에서 27kg으로 62.4% 증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시장의 성장은 곧 양돈산업 성장, 특히 양적 성장의 가장 결정적인 조건이 됐다.

국내 GDP 및 양돈생산액 추이
국내 GDP 및 양돈생산액 추이

그런데 양돈산업의 성장과 발전은 결코 순탄치 못했고 FTA시대로의 진입은 가장 큰 위기 요소이자 여전히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장애물이다. 97년 돼지고기 수입 자유화에 이어 본격적으로 국내 돼지고기 시장이 돼지고기 수출국들의 표적이 된 것은 한국의 잇단 FTA 체결 때문이었다. 한국 경제 구조가 수출 주도형이라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정부가 농업을 희생해서라도 FTA를 적극 추진한 이유가 됐기 때문이다. FTA 시대 진입 이후 수입육의 국내 시장 잠식은 손 쓸 새 없이 심화됐다. 그 결과 수입육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양돈산업 최대 과제와 지향점이 형성됐다. 그러니 FTA 시대로의 진입은 양돈산업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라 해도 무방할 듯싶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양돈산업의 현재를 규정하는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각종 규제들이다. 특히 2000년 재발 이후 거의 매년 발생이 끊이지 않고 있는 구제역과 지난해 처음 발생한 ASF 등 악성 가축 전염병은 그 경제적 피해보다 각종 규제들을 낳고 양돈업에 대해 공장식 축산, 환경 오염 산업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픈 경험이었다. 그리고 양돈산업의 규모화에 따른 분뇨 발생량의 증가, 그리고 도시화로 인한 악취 민원의 증가 등도 역시나 양돈산업에 각종 규제가 강화된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그런데 규제 강화에 있어서 이보다 중요한 것은 친환경이 이전보다 더욱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기 시작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더 먼저라는 점이다. 그리고 친환경은 이제 FTA 시대 한돈의 경쟁력 제고와 함께 한돈산업이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됐으며 한돈산업의 미래를 전망할 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방향키가 됐다.

■결국은 ‘지속가능성’이다=지난 20년 한돈산업이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산업을 둘러싼 환경도 그에 따른 기회와 위기, 그리고 과제도 시간의 흐름 속에 계속 변화해왔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어도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궁극적인 한돈산업의 목표만은 그대로다. 바로 지속 가능성이란 가치다. ASF와 코로나로 현재 한돈산업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기다. 그럼에도 우리가 한돈산업의 미래에 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속 가능성은 변하지 않을 지향점이며 이를 위해 한돈산업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그것이 바로 한돈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란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친환경은 한돈산업의 미래를 전망하고 또 준비하는데 있어서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한 열쇠말 일 것이다.

지난해 소비 트랜드 중 하나로 ‘친환경’이 꼽혔다. 소비 트랜드라는 게 유행에 민감하고 그래서 올해의 소비 트랜드는 내년에는 이미 유행에 뒤떨어진 한 때의 바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친환경은 다르다. 환경은 이미 오래전부터 글로벌 이슈로 자리잡았으며 한 때의 유행으로 그치기에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절박함과 긴급함을 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환경의 위기는 곧 인류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인식 때문이다. 환경에 대한 인식은 앞으로 더욱 확산되고 강화될 수밖에 없다.

한돈산업도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친환경에 대한 인식 제고는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에너지 절감 등에서 그치지 않고 생명에 대한 이슈로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한돈산업은 생산방식부터 유통 소비시장까지 거의 전반에 걸쳐 친환경 가치를 요구받고 또 그에 맞게 변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유럽과 미국 등 양돈선진국의 양돈업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다뤄져 온 것이 바로 환경에 대한 이슈들이다. 바로 지속 가능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인 때문이다.

지난 20년 한돈산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목표가 시장 개방 속에 수입육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산성 및 품질 향상 등 경쟁력 제고였다면 이제는 친환경의 가치도 품어야 하는 시대로 이미 진입해 있다. 그리고 생산성 제고도, 친환경도 결국 추구하는 목표는 한돈산업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본질은 다르지 않다. 그리고 미래도 마찬가지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 앞으로 또 어떤 과제들이 양돈업에 던져질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를 위해 농가, 관련 업계, 학계 등 산업의 주체들이 시대가 요구하는 바를 항상 주시하고 그에 발맞춰 나가려는 노력 속에서 한돈산업은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양돈타임스는 지나온 20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산업 안팎의 변화를 주시하고 나아갈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는 일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