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0주년 특집② 한돈산업 20년] 고도성장 거치면서 방역‧친환경 최고 이슈로 대두
[창간 20주년 특집② 한돈산업 20년] 고도성장 거치면서 방역‧친환경 최고 이슈로 대두
생산량 세계 20% 늘 동안 한국 36% 증가
소비량 16.5㎏→27㎏, 생산대비 2배 빨라

산업 규모 2조4천억원서 7조2천억원 3배
빠른 성장 덕 농업 비중 7.5%→14.2%로

수입량 338% 늘고 자급률 16.7%P 하락
EU‧美 FTA 시작 11년 이후 개방 급물살
2000년 66년만에 재발 구제역에 피해 막심

20년간 살처분 가축 390만두 중 돼지 95%
질병 때마다 책임‧규제 강화로 농가 이중고
돈가, 수급‧질병따라 등락…13년 최악 불황
  • by 임정은

국내 양돈업의 역사 전체로 볼 때 지난 20년은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시기보다 빠르게 변화해온 것은 물론 중요한 전환점이 될 만한 사건들도 많았다. 때문에 20년전의 한돈산업과 현재의 한돈산업은 산업의 규모부터 위상, 위기 요소 등 거의 모든 점이 달라졌다. 한돈산업의 현재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년을 정리하고 돌아보는 일이 필수인 이유다. 또한 그 변화의 흐름을 짚어보는 것을 통해 한돈산업의 미래 역시 막연한 상상의 대상이 아닌 예측하고 대비가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다.

■규모화의 한돈산업 20년=지난 20년의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체감할 수 있는 분야가 산업의 규모다. 그동안 한돈산업은 빠르게 산업화 규모화 되면서 특히 양적 성장을 거듭해왔던 때문이다. 때문에 지난 20년 한돈산업을 정리할 때 규모화를 제일 먼저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돼지 사육두수를 기준으로 볼 때 2000년 821만4천마리 규모의 한돈산업은 19년 1천129만마리로 37.3% 증가했으며 동시에 농가수는 2만4천여호에서 17년(18년부터는 농장수 기준) 4천400여호로 1/5 수준 이하로 줄었다. 소규모 농가들이 주로 사라져 2000년 2만1천여호를 넘던 1천두 미만 사육농가수는 17년 기준 1천585호로 93%가 줄었다. 눈에 띄는 것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1천~5천두 규모 농가수가 2000년 2천211호에서 2010년 2천943호로 증가세를 보였지만 17년을 보면 2천383호로 이들 역시 감소세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대신 5천~1만두 규모는 94호에서 325호로, 1만두 규모 농가는 35호에서 113호로 각각 246%, 223% 급증하며 농가의 규모화를 넘어 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생산 소비를 중심으로 한 산업의 규모는 어떨까? 2000년 71만4천톤이던 한돈 생산량은 19년 97만여톤으로 35.7% 늘었다. 같은 기간 주식이라 할 수 있는 쌀이 529만톤서 374만톤으로 오히려 생산이 29% 감소한 것과 대조되는 것은 물론 같은 기간 세계 돼지고기 생산량(8천500만톤→1억200만톤)이 20.3% 증가한데 비해서도 한돈 생산량은 빠르게 늘었다. 그리고 이보다 더 빨리 증가한 것이 바로 소비량이다. 2000년 16.5㎏이던 1인당 소비량은 19년 26.8㎏으로 62.4% 급증, 생산량 대비 2배 가량 증가 속도가 빨랐다. 경제 성장과 식생활의 서구화가 과거 20년간 양돈산업 규모의 성장을 이끈 주된 동력이었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한국은 경제 성장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OECD 국가 평균 돼지고기 소비량은 23.7㎏(18년 기준)으로 한국이 월등히 높다. 대신 이들은 가금육 소비량이 30.6㎏으로 돼지고기 소비량을 훨씬 앞서고 한국(14.2㎏)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많다. 또 2000년과 비교할 때 OECD 국가들의 돼지고기 소비량이 22.8㎏에서 단 0.9㎏ 증가한데 비해 닭고기는 23.1㎏서 무려 32.5%가 증가했다. 경제력이 어느 수준 이상 오른 나라들의 경우 소비자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통적으로 닭고기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난다. 물론 한국도 닭고기 소비량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육류 소비량 가운데 돼지고기는 50% 가량을 차지하며 변함없는 소비 1등 육류로서의 자리를 유지 할 만큼 우리 국민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유별나다.

이처럼 돼지고기에 대한 높은 선호도와 이를 바탕으로 한 생산규모의 확대로 양돈 생산액은 2000년 2조3천720억원서 지난 18년 7조1천185억원으로 3배가 됐다. 특히 2000년 양돈생산액은 전체 농업 생산액 중 7.5%에서 18년 14.2%로 높아졌다. 다른 품목에 비해서도 생산 규모의 성장 속도가 빨랐던 때문이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지난 20년간 이 같은 변화의 속도가 균등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소비량에 있어서 전반 10년간은 16㎏에서 19.1㎏으로 17% 증가한데 비해 이후 19년까지는 26.8㎏으로 10년 대비 38.9%가 급증,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두 시기를 이처럼 가르는 결정적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 20년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 시장 개방의 관점에서 상당부분 설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돼지고기 시장 개방의 20년=97년 돼지고기 수입 자유화와 04년 본격적인 FTA 시대로의 진입은 국내 양돈산업에 있어서 빼 놓을 수 없는 중대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지적했듯 국내 돼지고기 소비량은 생산량보다 빨리 늘었고 소비량 증가분의 대부분을 한돈 대신 수입육이 차지할 수 있었던 계기가 바로 시장 개방인 때문이다. 이는 곧 한돈의 시장 점유율 하락과 이로 인한 한돈산업의 위기의 시발점을 시장 개방에서 찾을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실제 2000년 9만6천톤이던 돼지고기 수입량은 19년 42만1천톤으로 338.5% 급증했다. 그 결과 한돈 생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2000년 86.4%이던 국내 돼지고기 자급률은 지난해 69.7%로 16.7%P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돈 생산이 35.7% 증가한데 비해 10배 가까운 수입육 시장의 성장세는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앞서 2000년에서 10년까지, 그리고 그 이후를 구분했듯 수입량 역시 2000년~10년 까지는 9만6천톤서 18만톤으로 86% 증가한데 비해 19년까지는 42만여톤으로 무려 135%가 늘어 큰 차이를 보였다. 발효 시점을 기준으로 04년 칠레를 시작으로 2010년까지 FTA 상대국은 싱가포르(06년), 아세안 10개국(07년 6월) 등 칠레를 제외하고는 돼지고기 수출국이 없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EU(11년 7월)을 비롯해 12년 미국, 15년 캐나다와의 FTA가 발효되면서 2010년 이후는 그야말로 돼지고기 수출국들의 한돈 시장 침탈기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시장 개방이 가속화됐다. 이 같은 FTA 상대국의 차이가 지난 20년의 전반기와 후반기를 나눈 결정적 변수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 EU산 돼지고기는 FTA 발효 전 평년 14만톤 수준서 8년차(18년 7~19년 6월)에 29만9천톤으로 114.9%가 증가했으며 미국산 역시 발효 전 연평균 10만8천톤이던 수입량이 지난해 21만톤으로 94% 급증했다.

그런데 이 같은 시장 개방이 비단 국내 시장의 변화만 불러왔을까. 국내 수입 돼지고기 시장 점유율 1위인 미국의 경우 한미 FTA 발효 이후 생산량이 21.7%(11년 1천33만톤→19년 1천254만톤)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미국인들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0.9㎏에서 23.3㎏으로 11.5% 증가하는데 그쳤다.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난 한국과는 정반대다.  미국 내 돼지고기 생산량 중 국내 소비보다 수출 비중이 높아졌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자국내 돼지고기 소비량 감소에도 미국이 돼지고기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던 원인을 FTA를 통한 해외 시장 확대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악성 전염병과 싸운 20년=그런데 지난 20년간 한돈산업을 괴롭힌 적은 외부에만 있지 않았다. 악성 전염병은 수입육과 함께 한돈산업의 위기를 조장한 대표적인 악재였다. 1934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구제역이 재발한 시기는 새로운 천년을 여는 2000년이었다. 그해 3월 경기도 파주시에서 66년만에 재발한 구제역은 이후 02년 5월 다시 한번 발생했는데 2000년 당시 돼지 살처분 두수가 63마리에 그쳤던데 비해 02년에는 주로 돼지가 살처분 대상이 돼 15만9천여마리의 돼지를 비롯해 총 16만여마리가 살처분돼야 했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구제역은 2010~11년의 피해와 비교하면 양호한 축에 속했다.

마지막 구제역이 발생 한지 8년여만인 2010년 1월 발생한 구제역은 4월, 그리고 11월에 연달아 재발했는데 그 중 11월에 발생한 구제역은 11년까지 이어지며 국내 돼지 사육 두수 가운데 1/3인 332만여마리의 돼지가 매몰되는 사상 최악의 피해를 초래했다. 2000년 이후 02년에 한차례 더 발생하는데 그쳤던 구제역은 10년 한해 3차례 발생한 이후 14년(2차례)부터 19년까지 매년 발생하며 직간접적 피해를 낳고 있다.

2000년부터 19년 1월까지 구제역 발생으로 살처분 처리된 가축은 총 392만1천422마리였고 이 중 돼지가 373만7천836마리로 전체 살처분 된 가축 가운데 95.3%를 차지할 만큼 구제역은 특히 돼지에 피해가 집중됐다. 처분 등에 의한 직접적 피해도 적지 않지만 이로 인한 간접적 피해가 더 중대한 손실을 가져왔다. 98년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무역수지는 흑자(수출 8만8천톤, 수입 5만6천톤)를 달성했다. 한해 40만톤에 달하는 돈육을 수입하는 지금으로서는 믿기 어려운 얘기지만 당시 일본을 중심으로 수출을 늘려가며 국내 돼지고기 생산량 증가에도 돼지 값 강세가 유지되던 중이었다. 그러나 2000년 발생한 구제역으로 그해 수출이 1만5천톤 수준으로 1/5 이하로 줄더니 이후 구제역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2000년에는 8월 31일, 02년에는 11월 29일 각각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회복했지만 한번 놓친 수출 시장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수출국에서 멀어진 한국은 지금 세계서 중국, 일본 다음으로 수입량이 많은 순수입국이 됐다.

그리고 2010~11년 발생한 역대 최악의 구제역은 직접적 피해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막대했다. 2010년 11월 발생, 11년 5월까지 약 170여일 계속된 구제역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액만 3조1천760억원에 달했다. 2000년 이후 발생한 나머지 구제역에 투입된 모든 재정 소요액을 크게 웃돌 만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 것이다.

하지만 숫자로 가늠할 수 없는 피해도 있다. 무엇보다 양돈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악화와 이를 주요 근거로 정부는 양돈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강화하게 됐다. 특히 2010~11년 구제역 이후 발표된 ‘가축질병 방역 체계 개선 및 축산업 선진화 방안’을 시작으로 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거의 매년 농가에 더 많은 책임을 지우는 방향으로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이 이뤄졌다.

■돈가 따라 울고 웃은 20년=2000년 구제역으로 돼지고기 수출이 중단된 영향은 바로 돼지 값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돼지 값이 18% 가량 급락한 것이다. 다만 이듬해 유럽의 구제역과 세계 각국의 광우병 여파로 국내 돼지고기가 반사이익을 얻으며 돼지 값이 다시 상승한 이후 돼지 값은 한돈 생산량과 수입량 등에 따라 등락을 이어갔다.

돼지 값은 양돈농가 경영 수지에 결정적 변수가 됐다. 2000~18년까지 양돈농가 연평균 수익성을 보면 13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통계일 뿐 돼지 값으로 마음 졸인 기간이 적지 않다. 특히 지난 07년의 경우 전년 대비 돼지 값도 11% 가량 하락한 동시에 국제 사료곡물 시세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양돈농가 경영을 힘들게 했다. 사료 값 상승은 08년까지 이어지며 08년에만 사료 값이 6차례 인상됐다. 그 결과 07년 말 9천800여호이던 양돈 농가수는 08년 7천800호로 2천호가 폐업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경영 악화를 비관, 목숨을 끊은 양돈농가들의 소식은 양돈인들에게 여전히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후 돼지 값은 구제역으로 한차례 더 요동쳤다. 2010년부터 11년까지 이어진 최악의 구제역으로 돼지가 1/3 급감하면서 11년 돼지 값(탕박 제주 포함 5천808원)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현재까지도 11년의 돼지 값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불과 2년만인 13년에는 다시 돼지 값이 곤두박질 쳤다. 그해 공식 통계수치로도 출하 돼지 한 마리당 2만8천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기록되면서 사상 최악의 불황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불황이 끝나자 국내 양돈업은 14년부터 유례없는 긴 호황의 시간을 맞았다. 17년까지 국내 돼지고기 시장은 가을 불황 등 계절적인 저돈가 시기에도 생산비 이상을 형성하며 돼지 값으로만 봤을 때는 어느 때보다 걱정 없는 시기를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깨지지 않을 것 같던 고돈가도 18년부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양돈 호황에 돼지고기 생산량은 16년부터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데다 17년, 18년 돼지고기 수입량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물량이 증가했다.

특히 돼지고기 소비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 한돈은 수입육에 계속 시장을 빼앗기며 돼지 값 하락이 이어졌다. 그리고 19년은 13년 이후 처음으로 연평균 4천원대 돈가가 무너졌으며 2020년 현재까지 국내 돼지고기 시장은 언제 다시 돼지 값이 생산비 이하로 떨어질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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