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한국 양돈업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세계 양돈산업의 변화를 봐야 한다. 04년 FTA로 시장이 개방되고 11년 EU를 시작으로 미국과의 FTA가 체결된 이후 한국과 세계 양돈시장의 연결고리는 더욱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中‧美‧EU가 세계 양돈 주도=미국 해외 농업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8천476만톤이던 세계 돼지고기 생산량은 19년 1억197만톤으로 20.3% 증가했다. 다만 19년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인 중국이 ASF 영향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해로 ASF 이전인 18년(1억1천293만2천)과 비교하면 지난 20여년간 세계 생산량은 30% 이상 증가한 셈이다. 국가별 생산량으로는 중국이 2000년 3천966만톤서 18년 5천404만톤으로 부동의 1위를 지켰으며 그 뒤를 이어 EU(2천168만톤→19년 2천394만톤), 미국(859만6천톤→19년 1천254만톤)의 순서가 20년간 유지됐다. 그리고 19년 기준 세계 생산량 중 중국과 EU,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8%에 달한다.
중국, EU, 미국의 압도적인 비중이 유지됐지만 그 속에서도 지난 20년 세계 돼지고기 시장에 변화는 있었다. 2000년부터 19년까지 EU의 생산량이 10% 남짓 증가한데 비해 미국은 무려 45%가 늘어 그 차이가 크게 좁혀졌다. 그리고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인 중국의 경우 1980년부터 2000년까지 1천134만톤서 3천966만톤으로 3.5배 가량 증가한 것에 비해 2000년부터 18년까지는 36.3% 증가, 확연히 증가속도가 둔화됐다. 반면 미국의 경우 2000년 이후 45%가 늘어 그 이전 20년 동안 14% 남짓 증가한 것과 비교해 오히려 최근 생산량이 더 빨리 증가하는 추세다. 이 밖에 2000년 이후 돼지고기 생산량은 브라질(98%), 러시아(147%), 베트남(131%) 등에서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인 반면 일본은 0.8% 에 그쳐 제자리걸음했으며 수출국 중 하나였던 대만은 오히려 지난 20년간 생산이 11% 가량 감소하는 등 나라마다 차이가 컸다.
■소비 증감, 나라마다 차이 커=그렇다면 소비는 어떨까? OECD 자료에 따르면 세계 평균 1인당 돈육 소비량은 2000년 11.4㎏에서 18년 12.3㎏으로 7.9%가 늘었다. OECD 국가들만 보면 22.8kg에서 23.7kg으로 3.9% 증가한데 그쳤다. 그런데 소비 역시 생산량과 마찬가지로 나라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 중국 다음으로 돼지고기 생산량이 많은 EU와 미국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18년 기준 35.5㎏, 23㎏으로 지난 2000년 대비 유럽은 2.9% 늘고 미국은 오히려 1.7%가 줄었다. 반면 경제 성장과 함께 식생활에서 전통적으로 곡물소비가 많았던 아시아 국가들은 육류 소비가 급증하기 시작, 베트남(13.1→29.7㎏, 126.7%), 한국(16→30.1㎏, 88%), 일본(13.3→16.2㎏, 21.8%) 등 아시아 국가들의 소비량은 비교적 큰 폭으로 늘었다. 또 2000년 이미 돼지고기 소비량으로는 EU와 미국에 버금가던 중국의 소비도 이 기간 26%(24.1→30.4㎏) 가량 증가했다.
■세계 생산량 중 교역 비중↑=앞서 각국 생산량 통계와 연결해 볼 때 EU와 미국은 자국 내 돼지고기 소비가 거의 늘지 않은 가운데 생산량은 증가, 남아도는 돼지고기가 더 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결국 더 많은 수출시장이 필요했다는 얘기이며 수출이 이들 양돈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높아졌다.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2000년 EU와 미국의 돼지고기 수출은 각각 131만톤, 58만4천톤 수준에서 지난해 355만톤, 286만7천톤으로 171%, 391%가 증가했다. 생산보다 수출이 더 빨리 증가하면서 미국과 EU의 돼지고기 생산량 가운데 수출 비중은 2000년 각각 6%대에서 20년 전망치를 근거로 볼 때 미국이 26%, EU는 16%로 올랐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 돼지고기 수출(19년 기준 933만톤)에서 미국과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69%에 달한다.
이처럼 높아진 수출 여력은 돼지고기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는 아시아 시장으로 향했다. 수출국들은 더 많이 수출하게 되고 수입국은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을 수입하면서 세계 돼지고기 교역량은 2000년 420만톤서 올해 970만톤 규모로 2배 이상(130%) 증가했다. 생산량보다 월등히 빨리 증가한 것이다. 중국, 일본, 한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은 2000년 각각 6만5천톤, 94만7천톤, 18만4천톤에서 올해 385만톤, 149만톤, 62만5천톤으로 중국은 무려 59배가 늘고 일본과 한국도 각각 57.3%, 239.7%가 증가했다. 전 세계 수입량에서 중국(홍콩 포함), 일본, 한국 3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는다.
이 같이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세계 전체로 볼 때 돼지고기 생산량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년 2%에서 2000년 4.5%, 그리고 올해 8%까지 늘었다. 동시에 미국, EU를 중심으로 한 수출국과 아시아 국가 등 수입국 각자의 역할이 더욱 공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