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 모돈의 수태율 저하, 한쪽만의 문제는 아니다
[양돈현장] 모돈의 수태율 저하, 한쪽만의 문제는 아니다
  • by 양돈타임스
김동욱 수의사 / 한별팜텍
김동욱 수의사 / 한별팜텍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된지도 여러 해가 되었다. 하지만 출산을 원함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부부들의 이야기가 문제로 대두 된지도 마찬가지로 여러 해가 되었다. 예전 드라마를 보면 임신을 하지 못하는 며느리를 타박하고 타박하다 못해 아들에게 바깥에서 아이를 낳아 오라고 윽박을 지르는 시어머니가 단골 소재였다. 하지만 실제로 불임이 오롯이 며느리의 문제였을까? 실제로 불임 부부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불임 원인의 40%가 남성, 50%가 여성, 10%가 원인불명이라고 하니 어쩌면 위에서 며느리를 타박하던 시어머니의 40%는 자기 아들을 탓해야 했다.

돼지라고 다를까? 수태율이 좋지 않은 농장의 경우 대부분 모돈이 문제의 원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살이 쪄서 그런가 아니면 너무 말라서 그런가? 모돈의 체형을 문제 삼아 임신사와 분만사에서의 사료 급여 프로그램을 이래저래 만져보기도 한다. 또는 교배 전후로 흘러내리는 외음부의 삼출물을 보고 모돈의 경관이나 자궁내부의 상태가 불량해서 수태가 되지 않을까 의심하고 크리닝을 한다며 임신돈과 포유돈의 사료에 항생제를 듬뿍 타주기도 한다. 또는 분만사에서 난산 처치를 위해 손을 과하게 집어넣지 않았는지 담당 직원을 불러 손 주입 상황을 확인하기도 할 것이다. 또는 교배를 위해 주입기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직원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기도 할 것이다. 또는 교배 적기를 못 맞춘 게 아닌지 종부사 직원을 불러 다그치거나 또는 교배 타이밍을 이래저래 바꾸어 보기도 할 것이다. 때론 PRRS가 모돈에서 튀는 게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바이러스에게로 돌리기도 할 것이다. 물론 위에서 말한 원인들이 얼마든지 수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불임문제와 마찬가지로 돼지의 수태 역시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야 된다. 즉 모돈에게도 문제가 없어야 하지만 웅돈, 그리고 그 웅돈에서 생산되어 농장으로 공급되는 정액에도 문제가 없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액에 대해서도 반드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액은 계절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여름을 지내고 난 9~10월의 수태율이 일반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한여름 생산된 정액이 9~10월에 사출되어 농가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계절적인 문제를 넘어 수태율이 다소 심하게 요동을 친다면 모돈 쪽의 문제와 함께 정액의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문제는 정액의 문제를 농장에서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 농장은 직접 현미경을 준비하여 배송된 정액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하지만 현미경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정자의 활력 정도이다. 정자의 수, 정자의 기형여부는 현장에서 현미경으로 확인하기 어렵다.(정자의 수는 혈구계산판을 이용하거나 비색계 등의 장비를 통해 측정한다. 기형도는 정자의 염색과정이 필요하며 기형의 종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런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수천만원에 달하는 정자 분석 도구를 농장마다 갖추어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한 사람의 경우 정자의 수와 활력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수태가 되지 못하는 경우 정자의 DNA검사를 진행하여 정자의 DNA 손상 여부를 검사하기도 한다. 이런 검사는 고가의 검사 장비로도 검사가 불가능하며 웅돈의 정액을 대상으로 하기에도 언감생심이다.

그렇다면 농장에서 정액의 문제가 의심된다면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로 묵은 정액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AI센터에서는 생산된 정액이 최소 3일간은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농장에 있는 현미경으로 검사를 해봐도 2일이 경과된 정액은 갓 들어온 정액에 비해 품질이 현저히 떨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운동성, 死정자수) 따라서 농장에서는 최대한 신선한 정액을 이용해 교배를 하도록 해야한다.   

두 번째로 정액 공급처를 변경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작년은 여러모로 정액을 공급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던 해라고 생각된다. 규모가 큰 AI센터들이 PRRS 감염으로 인해 정액 공급이 중단되며 이 물량이 인근의 AI센터들로 분산되어 정액생산에 대한 부담이 늘었을 것이다. 또 ASF 발생으로 인한 정액 배송의 중단/이동제한으로 인한 의도치 않은 AI센터의 변경/AI센터의 살처분 등이 정상적인 정액의 공급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작년 하반기에 수태율 문제로 고생한 농장이 적지 않았음은 그 반증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농장의 관리에는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수태율 문제가 연속적으로 발생된다면 AI센터를 변경하여 정액을 사용해 보는 것이 문제의 원인을 찾는 방법이 될 수 있다.(교배 그룹을 나눠 기존 공급처의 정액을 사용한 그룹과 새로운 정액을 사용한 그룹의 수태여부를 비교 분석하면 정액의 문제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정액의 자가 채취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웅돈의 관리와 정액의 채취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며 웅돈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수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정액의 자가 채취를 했던 농장들의 수태율이 비교적 진폭없이 꾸준하게 유지 되었던 것으로 미루어 규모가 되고 관리능력이 된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만 하다.

농장의 수태율이 문제가 된다면 며느리(모돈)만 닥달하는 시어머니가 아닌 아들(웅돈과 정액)의 문제가 없는지도 함께 확인하는 시어머니가 된다면 문제의 원인을 빠르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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