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특집-프롤로그] 한돈업 생존 넘어 ‘공존’ 고민할 때
[2020 신년특집-프롤로그] 한돈업 생존 넘어 ‘공존’ 고민할 때
분뇨·악취·질병, 축산 부정 이미지 형성
ASF 등 전염병 한돈 소비 시장에 직격탄
친환경, 양돈 지속 가능성 위한 필수 과제
생명 이슈로 확장하며 ‘대체육’ 급속 성장
친환경 양돈 위해 ‘공익형 직불제’ 검토를
  • by 임정은

최근 소비시장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친환경’이다. 이는 비단 소비 트렌드의 반영이 아니라 환경에 대한 가치가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연히 한돈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양돈업에 있어 친환경은 단순히 소비 시장에서 한돈의 경쟁력 제고 차원을 넘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된지 오래다. 그럼에도 환경 관련된 이슈들은 여전히 한돈산업에 있어서 가장 넘기 힘든 벽이며 까다로운 숙제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보면 친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고 있는 시대, 한돈산업의 지속 가능성 또한 친환경 산업으로의 도약에서 찾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친환경의 가치를 어떻게 양돈산업에서 실현할지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양돈업의 아킬레스건, 환경=양돈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15년 자료이기는 하나 축산경제연구원의 소비자 조사 결과 축산업에 호감이 간다는 비율은 42.7%로 절반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한 원인을 물어보니 첫 번째가 분뇨와 악취였고 두 번째가 동물 질병, 그리고 수질/대기오염 순으로 나타났다. 환경 이슈가 축산업이 미움을 받는 주된 이유인 셈이다.

그리고 환경과 관련된 이슈는 단순히 산업에 대한 이미지 악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악취에 대한 민원은 각 지자체별 가축사육제한구역 조례가 강화되는 주요 원인이 됐다. 또한 민원을 넘어 양돈장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 집회는 더 이상 새롭지 않은 뉴스가 됐다. 양돈장은 곧 악취 배출 시설이라는 인식, 그리고 이를 통해 형성되는 지역 여론의 힘은 법 위에서 양돈장이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또 매년 발생하는 가축 전염병은 지역 사회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 국민들에게 양돈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더 나아가 한돈 등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외면을 부르고 있다. 최근 발생한 ASF는 2010~11년 사상 최악의 구제역 이후 다시 한번 전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가축전염병이었다. 문제는 농가의 피해는 물론 한돈 소비 급감에 따른 피해도 상당했다는 것이다. 돼지 값이 3천원대도 무너지면서 가축 전염병 이슈가 한돈 시장, 그리고 한돈산업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

정부의 정책, 그 중에서도 양돈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들도 대부분 환경이 주된 규제 이유다. 그 중에서도 악취가 가장 골칫거리다. 지난해 환경부는 제2차 악취방지종합시책을 통해 오는 24년까지 모든 개방형 돈사를 단계적으로 밀폐화 하고 축사시설 사전 신고시설 지정 등 강력한 대책을 내놨다. 또한 냄새로 양돈장에 사용중지 명령까지 가능한 가축분뇨법에 따라 실제 지난해 양돈장에 대한 사용중지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냄새 문제는 민원을 넘어 실질적으로 양돈장의 지속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문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생명에 대한 이슈로까지 확장되면서 농장 동물복지 문제에까지 국민 시선이 미치고 있다. 특히 ASF처럼 가축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양돈장의 밀집 사육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진다. 올해부터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팀이 축산정책국에서 농업생명정책관실 소관으로 조정되고 과단위 정규조직으로 승격되는 등 정부조직이 개편된 것도 이 같은 국민 인식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요구에 맞춰 동물복지 인증제가 도입됐지만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18년 말 기준 전국의 동물복지 양돈장 수는 13개에 불과했으며 14년 2개에서 16년 12개로 증가한 이후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상태다. 농가로서는 추가적인 사육 면적을 확보해야 하고 시설도 전환해야 하는데 복지 농장 전환 이후 사육두수가 줄고 생산비 증가 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그런데 동시에 복지 인증 축산물은 낮은 인지도뿐만 아니라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시장에서도 저변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 농가의 동물복지 실천이 힘들고 소비 저변 확대도 어려운 데는 모두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는 동물복지뿐만 아니라 유기축산 등 친환경 축산을 실천하는데 따르는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양돈을 포함한 친환경 축산을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 공익형 직불제를 축산분야에까지 확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친환경의 가치는 아예 육식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낳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농장 동물을 하나의 생명으로서 인식하고 축산업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이는 대체육의 등장과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0~11년 구제역 당시 산채로 묻히는 돼지들과 지난해 ASF로 살처분 된 돼지, 그리고 붉게 물든 하천 등이 육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제의식을 일깨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그리고 최근 대체육 시장의 빠른 성장을 보면 대체육이 한돈 시장을 넘보는 실질적인 위협이 될 날도 머지않은 듯 보인다.

■친환경이 곧 지속 가능의 길=지금 한돈산업은 친환경 산업으로 다시 한번 도약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지금처럼 냄새나고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키는 양돈장, 매년 발생하는 가축전염병, 공장식 축산 시스템으로 대변되는 비인도적 산업이라는 이미지는 한돈산업이 지역 주민들로부터 배척당하는 것은 물론 한돈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 같은 시대적 요구에 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농가 차원에서 냄새를 줄이고 보다 깨끗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깨끗한 환경은 돼지의 질병을 줄이고 결국 농장의 생산성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 친환경 양돈산업으로의 전환에 있어서 농가 개개인의 인식 변화와 개선 노력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농가들의 의지가 아무리 높다 해도 지금처럼 정부 정책이 규제로 더 많이 치우쳐 있다면 농가 이탈과 산업의 위축이 우려된다. 농가 현실과 보조를 맞추지 않고 규제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자칫 한돈산업 생산 기반까지 위협할 수 있다. 대부분의 양돈농가들 역시 냄새를 없애고 보다 깨끗한 환경에서 양돈을 하길 원한다. 이들에게 기회와 시간을 주고 또 양돈산업이 친환경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한돈산업이 현재 짊어지고 있는 환경에 대한 책임은 시장 개방 이후 지금까지 양돈농가에게 최우선 가치였던 경제성과 효율 이를 통한 생산성 제고와는 배치되는 가치로 보인다. 그러나 생산성 제고를 통한 경쟁력 확보도 결국 양돈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수단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친환경산업으로의 도약은 지금 이 시대에 맞는 한돈산업의 지속 가능을 위한 길인 셈이다. 양돈농가가 속한 지역 사회와 자연, 그리고 일반 국민 속에서의 조화를 추구하며 그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어쩌면 당연한 그 가치를 이제라도 양돈생산 현장으로 끌어올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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