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잘가라! ‘황금 돼지’해
[칼럼] 잘가라! ‘황금 돼지’해
ASF·한돈 값 약세로 ‘악전고투’
새 각오 새 계획으로 새해 맞기를
  • by 김오환

지난해 이맘 때, 2019년이 시작되기 전만해도 큰 희망을 가졌다. 오랜만에 찾아온 ‘황금’돼지해(年)인데다 돼지가 복(福)을 상징하는 동물이어서 모든 게 술술 풀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 여파로 한돈 소비도 덩달아 활발해지고, 대과(大過)없이 한돈업 전체가 무탈할 것으로 보았다. 예상은 100% 빗나갔다. 봉구필란(逢九必亂), 아홉수 때문인지 기대밖에 아니라 악전고투였다.

재작년 추석 이후 약세를 보인 한돈 값은 3월 중국발 ASF(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몇주 반짝 상승했을 뿐, 꽃도 피우지 못했다. 5~6월 성수기에도 근근이 생산비 수준 또는 그 이상(소폭)을 유지했다. 그것은 여름 휴가철까지 이어졌고 추석 특수도 신통치 않았다. 반면 농가의 생산성은 작년보다 하락했고, 돼지고기 수입량은 줄었다 하더라도 재작년보다 늘어 농가의 수익 구조에 전혀 보탬 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쳤다. 한국에서 ASF가 최초 발생(9월 16일)했다. 백신도 없고 치사율이 100%라니 온 국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정부는 확산방지에 주력했고 농가 역시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농가는 물론 양돈업계 관계자들은 서로 만나지 못했고 핸드폰으로 정보를 교환해야만 했다. 살처분 ‘과잉’이란 비난도 제기됐지만 ASF가 두달 넘게 잠잠, 일단은 성공적이라고 평가된다.

문제는 내년, 2020년이다. 한국에 침입한 ASF 재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고, 한돈 값이 회복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ASF는 적극적인 멧돼지 개체수 조절과 농장들의 철통방역으로 어느 정도 마음은 놓인다. 우려되는 것은 한돈 값이다. 미국의 돼지 값 상승(19년대비)으로 한국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돼지고기 수입 감소가 불가피해서다.

한돈 소비부분도 긍정적이다. 재작년 한돈소비를 위기로 몰았던 ‘이베리코’ 붐도 서서히 기울고 있는 양상이어서다. 주 52시간. 최저임금 등 사회경제문화적 환경 변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적응도 정착될 것으로 보여진다. 한돈 공급 측면을 보면 돼지 두수가 늘지 않고 있고, 농가들의 입식 열기도 낮아 늘어날 여지도 좁다.

돈육 수입과 한돈 소비 및 공급을 종합할 경우 내년도 한돈 값은 올해보다 호전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그릇 물을 넘치는 기세가 아니라 그릇을 채우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그렇듯, 수익은 농가의 노력과 의지에 달려있다. 생산성 향상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생산성 제고란 것을 한마디로 매듭지을 수 없다. 농장의 하찮은 것부터 중요한 부분까지 생산성과 직결돼 있다. 새로운 계획과 새로운 자세로 올해보다 나은 양돈경영을 주문하는 바이다. 농가 여러분, 올 한해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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