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낱말은?
[칼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낱말은?
사람이건 기계건 ‘생산성’으로 평가
양돈도 생산성 낮으면 위기 불가피
  • by 김오환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단어는 무엇일까? 욕(辱)이나 비난성 발언, 심지어 생명과 관련된 언어보다 사람에게 충격적인 말은 무엇일까? 능력, 실력 등 업무 또는 일과 관련된 용어가 아닐성싶다. 압축해보면 ‘생산성(生産性)’이란 용어인 것 같다. 생산하는 능력이라는 의미인데~ 참 무서운 말이다. ‘저것은 생산성이 좋은데 저것은 생산성이 낮아.’ 그 생산성 잣대로 사람은 물론 기계, 가축, 과일(나무) 등 모든 것을 평가(評價)하고 있어서다.

세상이, 인간 중심에서 효율이나 효용 등을 핵심 가치로 삼으면서 ‘생산성’은 총이나 칼보다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지 오래다. 또한 능력과 직결되는 단어이자, 목에 달려있는 숨(목숨)을 틀어쥐고 있는 생사(生死) 주관자가 됐다. 세계 지구인들을 노예로 만들고 있는 ‘보이지 않은 손’이기도 하다. 어디에서 끝날지 알 수 없는 괴물인 것 같다.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불멸의 대상일 수 있다는 섬뜩한 느낌도 든다. 생산성이란 단어가 말이다.

않지만 사람들은 알고 있다. 생산성의 ‘못됨’을. 그래서 거기에서 벗어나려 한다. 하지만 생산성은 더 무섭게 대응하고 나선다. 생산성 잣대를 정확하고 꼼꼼하고 세밀하게 세분, 사람에게 들이댄다. 사람이 생산성을 이길 수 없게 만든다. 결국 사람은 다시 생산성에 무릎을 꿇게 한다. 짧은 시간에 최대 최고의 효과를 올리라고 채찍을 가하고 있고, 역량과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도태시키려 한다. 생산성을 기준으로 말이다.

양돈으로 돌아오자. 양돈 역시 생산성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고 과제다. 최저의 비용으로 고품질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높은 생산성은 농가의 최고의 바램이다. 돈육 수입이 자유화된 여건에서 한돈의 생산성은 생존지수가 된지 오래다.

생산성을 위한 사양관리방법은 다양하다. 밀사를 줄이고 사양단계별 사료를 급여하고 적절한 환기와 위생, 청결 그리고 충분한 영양 공급을 통해 질병 발생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기록하면서 농장의 문제점을 찾아 끊임없이 개선하는 노력도 생산성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생산성으로도 살아가기가 힘드는 시대가 오고 있다. 불과 1~2년전만 하더라도 돼지 두당 수익이 8만~9만원으로 생산성이 낮아도 버틸 수 있는 호시절이 지나가고 있어서다. 수차 이야기했듯이 사회경제문화적 환경변화로 한돈 소비가 줄고 있고, 나름대로 수입 돈육의 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한돈 두당 수익이 과거보다 상당히 줄을 수 있다는 말이다.

양돈의 생산성 키는 농장 주인이 갖고 있다. 농장 주인의 생산성이 높아야 양돈 생산성도 높다. 오래 전에 쓴 이야기다. 벼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크듯이 돼지 역시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서 성장할 것이다. 12월 한해를 정리하는 시기다. 금년 양돈업은 몇 년 사이에서 최악의 해이다. 생산성이 낮은 농가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생산성을 점검, 돌아봤으면 한다. 양돈의 승부수는 생산성이기 때문이다. <김오환 양돈타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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