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한돈 부정적인 보도, 소비 감소로 직결
[기획 특집] 한돈 부정적인 보도, 소비 감소로 직결
살처분 등 보도 횟수 구매량과 반비례
구제역과 ASF 때, 소비 줄고 돈가 하락
과잉보도 자제 및 농가 적극 대응 필요
  • by 임정은

ASF 이후 한돈업계는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 힘을 보태고 있던 한돈 소비 되살리기 노력이 한 순간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 일이 발생했다. 경기도 연천군에서 ASF로 살처분 된 돼지 침출수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 사고 자체도 문제였지만 더욱 우려된 것은 이로 인해 붉게 물든 하천의 모습과 함께 이 사실이 언론들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잠잠해지던 소비자들의 불안을 다시 자극했다는 점이다. 실제 과거 돼지 질병 관련 언론 보도들은 돼지고기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왔던 만큼 한돈업계는 다시 한번 가슴 졸여야 했다.

■구제역 발생과 돼지 값=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과거 구제역 발생 전후 돼지 값 변화를 살펴보면 60여년만에 구제역이 재발했던 2000년 당시 구제역 발생 이전 10일(3월 14~23)간 평균 18만6천원이던 돼지 산지 가격(100㎏ 기준)은 구제역 이후(3월 24~4월 16일) 15만6천원으로 16% 가까이 하락했다. 또 02년에는 20만9천원(4월 22~5월 1일)에서 21만3천원(5월 2~6월 23일)으로 1.8% 오르기는 했지만 해당 시기가 계절적으로 돼지 값이 가장 높은 시기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구제역으로 인해 돼지고기 소비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외부 충격으로 인한 소비 감소분은 2000년 3월에 6.5%, 4월에는 13.9%가, 또 02년에는 3.1%(5월)로 추정됐다.

그런데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로 기록된 2010년은 1월과 4월, 11월 구제역은 이미 소비자들이 구제역에 대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살처분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소비 위축은 더 심화됐다. 당시 농경연의 소비자 수요 조사를 보면 돼지고기 수요를 줄인다고 응답한 소비자 비율이 1~3차까지 각각 26.9%, 31.4%, 36.9%로 증가했다.

■언론 보도와 돼지고기 소비=구제역 발생 이후 이처럼 소비가 위축되고 돼지 값이 하락한 것은 무엇보다 언론을 통한 질병 발생 보도와 연관이 크다. 농촌진흥청의 구제역 발생에 따른 언론보도가 돼지고기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란 연구 보고서를 보면 구제역 관련 보도 횟수가 돼지고기 소비와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 참조> 즉 구제역 보도 횟수가 늘면 그 이후 돼지고기 구입량이 감소했는데 그 양을 구체적으로 수치화해보니 한 가구당 2주 평균 1천401g의 돼지고기를 구입할 때 언론보도 횟수 1회 증가로 돼지고기 구입량은 약 28g 가량 감소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구제역 발생 그 자체로서 소비에 영향을 미치기보다 그와 관련된 언론 보도가 소비자들의 돼지고기 구입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제역 언론보도와 돼지고기 구매량
구제역 언론보도와 돼지고기 구매량

이번 ASF는 어땠을까? 이번 ASF 사태 이후 극심한 돼지고기 소비 침체로 10월 돼지 값은 2천원대까지 폭락하며 평균 3천143원을 기록, 전년 동월 대비 20% 가까이 떨어졌다. 그리고 11월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돼지 값 형성에는 계절적 흐름도 관여했겠지만 언론보도 횟수와의 연관성도 포착된다. 즉, ASF 발생 이전 한달간 ASF 관련 보도(빅카인즈 분석)는 164건에 불과했지만 국내서 발생한 9월 17일부터 30일까지 3천700여건이 쏟아져 나왔으며 10월에도 3천374건이 보도됐다. 같은 기간 ‘지소미아’나 ‘분양가 상한제’ ‘불매운동’ 등 다른 사회 경제적 이슈들의 보도 건수 대비 3~4배 많았다. ASF가 중요도보다는 독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자극적인 소재로 활용됐을 것이란 짐작도 가능케 한다. 그리고 ASF 발생이 잠잠해지면서 11월 20일 현재 828건으로 건수만 보면 확연히 줄었다. 그러나 침출수 사건이후 보도 건수는 다시 늘었다.

ASF 기사 연관어의 변화도 흥미롭다. ASF 사태 초반 ‘돼지고기’ ‘살처분’ 등이 주요 연관어였다면 11월 들어 ‘양돈농가’ ‘돼지고기’ ‘이중고’ 등으로 변화했다. 돼지 값 폭락에 대대적인 돼지고기 안심·소비 홍보가 진행된 영향이다. 그러던 것이 침출수 사건 이후 ‘살처분’ ‘침출수’ ‘돼지사체’ 등 부정적 용어가 주요 키워드로 다시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돼지 질병 관련 보도의 가장 큰 문제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자극적 제목으로 눈길을 끄는데 급급해 흥미 위주로 보도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언론들의 자정과 이를 독려하기 위한 업계 노력 모두 필요하다고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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