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 ASF 위기에도 기본을 놓치지 말자
[양돈현장] ASF 위기에도 기본을 놓치지 말자
  • by 김동욱
김동욱 수의사 / 한별팜텍
김동욱 수의사 / 한별팜텍

대한민국 양돈산업이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힘들어 하고 있다. 북쪽 최전선에서는 발생 농장과 인근농장의 돼지를 비워야 하는 고통으로, 그리고 그보다 조금 외곽에 있는 농장들은 이동제한으로 인한 밀사와 분뇨 처리의 어려움으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거기에 과학적인 판단보다는 정무적 판단이라고 생각되는 시군단위 살처분 계획으로 농가와 산업관계자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남쪽의 농가라고 어디 맘이 편하겠는가? 멧돼지는 절대로 안전하리라는 관계당국의 말만 믿다 비무장지대에서 최초로 양성 멧돼지가 발견되더니 이제는 남방한계선 아래에서도 양성 멧돼지가 확인되고 있고, 뒤늦은 멧돼지 대책이 그나마 다행이나 여전히 매일 같이 소독기를 부여잡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비상 상황에서 걱정에 잠 못 이루며 자칫 농장의 기본관리를 소홀히 할 수 있기에 놓치지 말아야 할 기본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첫째, 환돈/의심돈 관리다. 현재 그 어느 때보다 농장 외부에서 내부로의 차단방역에 대해 농장은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수시로 발생되는 이동제한과 이로 인해 분뇨의 외부 반출이 원활하지 못한 농장의 경우 내부 수세를 못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돈방 내에 남아있는 병원체에 의하여 새로운 돈군이 들어올 때 마다 감염의 고리가 끊기지 못하고 연쇄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소독약을 뿌린다고 하더라도 유기물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단순 소독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농장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돈군의 세심한 관찰을 통해 병원체를 돈방에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체를 발견하여 별도로 격리하는 것이다. 돈방 한켠 또는 돈방의 복도에 이런 개체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3일 정도의 집중 치료에도 불구하고 차도가 없다면 안락사를 시켜 수세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농장 내 병원체의 농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가 물/사료 섭취량 점검이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병명 그대로 고열을 동반하는 질병이다. 고열이 일어날 때 현장에서 쉽게 동반되는 임상증상이 바로 물/사료 섭취량의 감소다. 모돈의 경우에는 개체관리가 되기 때문에 물/사료의 섭취량 변동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양성으로 확인 된 개체가 모돈 위주였던 이유 역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모돈에만 더욱 감수성이 높은 질병이 아니라 모돈에 대한 관찰이 자돈/육성/비육에 비해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실제로 외국에서 진행된 강제 접종 실험에서 돼지의 일령에 따른 차이는 없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현장에서는 모돈에 대한 관찰은 그대로 유지하되 자돈/육성/비육 구간의 물과 사료 섭취량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지대사료를 공급하는 자돈 초기 구간의 경우에는 관리자가 사료를 부어줄 때 마다 전날에 비해 많이 남았는지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실제로 현장에서 사료 섭취량 변동에 대한 보고가 자주 되고 있다. 그러나 라인을 통해 급이기로 자동으로 공급되는 자돈후기 구간부터 비육구간까지는 관리자의 세심한 관찰 없이 라인을 켜고 끄는 것만 한다면 사료 섭취량의 변동을 파악하기 불가능하다. 더욱이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농장 내에서의 전파가 매우 느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플루엔자와 같이 농장에 순식간에 확산돼 감염을 일으키는 질병의 경우 농장 전체의 사료섭취량이 줄어 관리자가 세심하지 않아도 문제를 인식할 수 있으나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경우에는 같은 돈사 안에서도 돈방, 또 같은 돈방 안에서도 돈칸에 따라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각 돈칸 내에 설치된 급이기의 섭취량 변동에 대한 관리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급이기의 경우 매 돈칸마다 아침 사료 급이전 잔량을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의심이 되는 돈방에 대해서는 마커펜 등을 이용해 잔량을 표시하고 다른 돈방과 함께 비교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한편 사료량과 함께 점검해야할 음수 섭취량의 경우 유량계가 설치되지 않은 이상 세밀한 확인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음수섭취량의 경우 돈방의 돼지들의 음수섭취의 적극성을 돈방/돈칸별로 비교하거나 워터컵이나 오아시스 급이기가 청결하지 못하고 분변으로 오염되어있는 경우, 그리고 물을 오래 먹지 않게 되면 돼지에게 보이는 피모의 거칠어짐 등으로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사료/음수 섭취량에 대한 점검은 비단 아프리카 돼지열병 뿐 아니라 대부분의 질병이 임상증상을 심하게 유발시키기 이전에 나타나는 전조증상이므로 현장에서 사료/음수 섭취량의 변동이 확인되면 수의사에게 자문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돈군의 활력 점검도 중요하다. 모돈을 제외한 자돈/육성/비육돈의 경우 개체별 상태 확인이 쉽지 않다. 특히 돼지들의 몸집이 커질수록 관리자가 돈방 문을 열고 들어가도 무던히 누워있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자돈의 경우 문여는 소리에도 화다닥 놀라 반응을 하므로 이렇게 반응하지 않고 누워 있는 개체들을 일으켜 활력여부와 발열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다. 육성/비육 구간의 경우 힘들더라도 관리자가 매일 1회 이상 돈방에 들어가 모든 돼지들의 활력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돈과 마찬가지로 관리자가 일으켜 세우려 해도 잘 일어나지 않거나, 일어나도 곧 앉아버리는 개체의 경우 손으로 체온을 느껴보고 표시 후 치료와 함께 꼼꼼히 관찰하도록 해야 한다.

보수적인 환기관리가 필요하다. 낮밤 온도차이가 심한 환절기에 자칫 환기 관리에서의 작은 실수가 돼지들을 아프게 하고 혹여 질병으로 인한 발열은 활력저하와 사료/음수 섭취 저하를 동반하여 현장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환절기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 환기 컨트롤러의 보수적인 운영을 통한 배기량의 억제(최대 환기량 줄이기, 편차 늘리기 등)와 함께 적절한 입기 여부(입기구의 면적, 플랩형태 입기구의 음압에 따른 탄력적인 개폐여부, 샛바람 통로 확인 후 마감)의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의 아프리카 돼지열병 상황이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 긴 싸움 속에 지쳐 자칫 소홀할 수 있는 기본관리에 허점이 생기지 않도록 현장에서의 꼼꼼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돈의 존폐가 달린 싸움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농장 식구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돼지들의 건강과 함께 농장 식구들의 건강도 꼭 잘 챙기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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