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특단의 대책 필요한 곳은 따로 있다
[기자의 시각] 특단의 대책 필요한 곳은 따로 있다
  • by 임정은

며칠 잠잠하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지난 9일 연천에서 재발하며 첫 발생 때 못지않은 혼란과 불안감이 밀려왔다. 특히 첫 발생 이후 중점관리 지역으로 지정, 관리되던 지역에서 추가 확진 사례가 나오면서 그 불안감은 배가됐다.

무엇보다 이번에 추가로 확진된 농가 중 한 곳은 방역의 구멍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흑돼지 18마리를 울타리도 없이 잔반을 급여하며 키우던 양돈농가가, 그것도 어느 지역보다 철저한 방역조치가 시행되던 북한 접경지역에서 여전히 돼지를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전국에 걸쳐 존재할 수 있는 이런 농가들은 ASF가 가장 쉽게 파고들 수 있는 말 그대로 방역의 구멍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북한에서 ASF 발생 소식이 들려오고 멧돼지를 통한 남한 전파를 우려한 양돈업계가 멧돼지 포획 등의 대책을 촉구했을 때도, 잔반 전면 금지를 주장했을 때도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그런데 지난 2일 ASF 감염 멧돼지 폐사체가 처음 발견되고 북한에서 남으로 바다를 헤엄쳐 건너온 멧돼지가 확인되자 환경부와 국방부는 그제 서야 DMZ 등 접경 지역 방역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사후약방문이 따로 없다.

무엇보다 그동안 방역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안일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안일한 인식과 구멍난 방역 체계로 ASF에 대처하는 사이 강화에 이어 파주, 김포에는 전두수 살처분이 결정됐다. 물론 아직 명확하게 ASF가 어떻게 유입됐는지, 또 어떻게 확산됐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ASF와 같은 재앙은 언제고 다시 찾아올 수 있으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곳은 따로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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