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강화 돼지 살처분, 나라 위해 목숨 바친 것”
[기획특집] “강화 돼지 살처분, 나라 위해 목숨 바친 것”
  • 김오환
  • 승인 2019.10.08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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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인데 가해자로 비쳐 ‘분통’
희생 헛되지 않도록 원인 규명을

정부, 확실하게 피해 보상 실시해야
남북 ASF 공동방역 못한 책임제기

정신 멍하고 가슴 휑하고 마음 떨려
농가 대상 정신 상담 및 치유 꼭 필요

본인보다 ‘양돈 2세’ 더 걱정하고 염려
갚아야 할 빚 때문에 답답하고 갑갑해

지난달 27일 금요일 오후 양돈타임스 편집국은 눈코 뜰새 없었다. 10월 3일자 신문을 만드는 중이었다. 마감이 끝날 무렵 인천시 강화군은 강화군내 모든 돼지를 살처분한다고 밝혔다. 양돈타임스는 그 내용을 크게 실을 수 없었다. 양돈타임스 인터넷 기사로 올린데다 신문이 농가에 도착하는 10월 1~2일에는 살처분 기사가 ‘구문’일 수 있어서 짧게, 1단 기사로 다뤘다.

그리고 주말을 거쳐 닷새가 지나갔다. 1일 오전 어렵게 잘 아는 강화도 양돈농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먼저 물었다. “전화해도 괜찮습니까?” “지금 통화 중이니 전화를 걸겠다”며 끊었다. 10분 후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제가 강화 가서 만나고 싶다 했다. 오지말라며 전화로 이야기하자 했다. 먼저 위로의 말을 전했다. 오늘 내가 마지막으로 강화에서 살처분 했다. 지금 정신이 멍하고 가슴이 휑한 상태다.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멍할 뿐이다. 살도 떨리고 마음도 떨린다는 말을 수차 했다. 그런 말을 듣고 전화를 중단하려 했는데 어떻게 모르게 계속 이어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농가에게 미안했고 또 송구스럽다.

그가 주로 말했고 필자는 듣는데 주력했다. 강화 전 두수 살처분은 26일 정부의 ‘특단 조치’때 결정된 것 같다. 27일 강화군 대책회의 참석하자 군내 37~38호 양돈농가의 전두수(4만마리)를 살처분할 계획을 감지할 수 있었다. 17일 ASF 첫 발병으로 근 2주간 돼지 이동이 전면 제한된 데다 TV 등 언론에서 연일 강화에서의 발생 보도로 농가들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강화는 서울경기 2천만 인구의 관광지역이고 소비도시라 농가들의 맘고생이 특히 심했다. 특히 ASF는 구제역과 달리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든 방역 활동을 전개했다. 양돈농가로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그런데 정부에서 살처분 거리를 500미터서 3키로 늘려 농가들의 불안감은 가중된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농가들도 살처분 결정에 불만, 분노 등 아우성이었다. 강화군 양돈농가가 피해자임에도 마치 가해자인양 보여 억울했고 분통을 감출 수 없었다. 결국 정부의 방침(살처분)을 수용키로 했다. 나라 위해 목숨 바치자 했다. 정말 그것과 다름없다. 문제는 농가들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 때까지 농장에서 ASF가 발생하지 않았고 강화 내륙지방의 경우 ASF 음성 판정이 나와서 농가들이 살처분 방침을 수용한다는 것은 대단한 결정이었고 희생이었다. 그런 농가들의 용단과 고통의 결과에 대해 분명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마도 그 의미는 ‘ASF 발생 한국 끝’과 피해 농가에 대한 확실한 ‘피해 보상’일 것이다.

그는 나름대로 ASF 발병원인을 추정했다. 9월 7~8일 태풍이 서해에서 북한으로 지날 때 강화를 비롯한 북한 남부지역 강수량이 250미리가 이렀다. 북한도 태풍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고 또한 쓰레기를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이 임진강을 거쳐 한강으로 유입된 것 같다. 그 정점에 강화도가 있다. 중요한 점은, 강화도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으로 ‘플랑크톤(부유 생물)’이 가장 풍부하다. 그래서 어장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모든 생명체를 유지시켜주는 ‘자원(먹이)’이다.

그의 추리는 계속 이어졌다. 강화도 ASF 발생농가 5곳을 조사하면 해안에서 가깝게는 300~500미터, 멀게는 3키로 안팎이라며 그것을 먹은 새 등 조류가 농장으로 들어오지 않았나 하고 한숨을 쉬었다. 바다에서 10~15키로 떨어진 내부 양돈장에서 ASF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지 않나 하고 필자의 동의를 구했다. 사실 이들 지역의 돼지를 조사한 결과 ASF 음성 결과로 나왔다. 파주 발생농장도 임진강 유역이 아니지 않느냐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임진강 주변의 하천에서 샘플을 조사한 결과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실제로 10월 8일 파주 파평면에서 ASF가 10번째로 발생했다. 그곳 역시 임진강과 멀지 않은 농장이다.)

ASF 발생 원인을 이렇게 유추한 그는 정부측에 화살을 돌렸다. 북한이 5월 30일 ASF에서 발병 이후 방역당국 등이 남북한 공동방역 활동을 한번이나 제안했느냐고 반문하면서 ASF 발병 후 제안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설령 북한측의 연락이 없더라도 우리가 했어야 하는데 발생하고 난 다음 이러니 무척 아쉽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ASF 원인은 정부 책임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양돈경력은 40년이 넘는다. 부모님까지 포함하면 훨씬 넘는다. 양돈은 가업인 셈이다. 농장 성적도 엄청 좋았다. 퓨리나사료가 실시한 WSY 2500kg 달성 농가 시상에서 매년 뽑힐 정도로 최상의 양돈장이다. 정말 양돈장을 어렵게 키워왔다. 금융기관에 통사정하면서 대출 받아 규모를 늘려왔고, 냄새 제거와 완벽한 분뇨처리를 위해 수십억을 쏟아 부었다. 올해도 수억을 투자 해놓은 상황이었다. 그런 것이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돼 버린 것이다. 양돈업은 장치산업임으로 기계 하나하나가 억을 넘는 게 한 두개가 아니다. 그런 기계를 하루만 안 돌려도 문제가 되는데 수개월을 가동 안 하면 쓸모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기계는 다시 사거나 수리해서 사용할 수 있다 하자. 그런데 ‘양돈’이란 가업을 잇기 위해 좋은 직장 퇴직하고 온 양돈 2세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점에서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목 메였다. 눈물을 흘리는 게 분명했다. 필자 역시 이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들을 수 없어서다.

그의 목소리는 다소 격앙됐다. 두 차례의 구제역을 겪으면서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나 지금은 60대 중반이고 ASF는 백신도 치료제 없어 앞으로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보상은 잘 해(100%) 줄 것으로 믿지만 갚아야 할 사료 값, 기계 값, 대출 등을 생각하면 앞날이 캄캄하고 답답하고 깝깝해했다. 지금까지 (양돈으로)살아남기 위해 다했다. 안 하는 게 없었다. 그런데 ASF로 앞날을 알 수 없으니~ 말을 잇지 못했다. 12시가 훌쩍 넘고 통화한 시간이 길어지자 그는 이만 전화 끊자며 다시 통화하자 했다.

전화를 끝내고 곰곰이 생각했다. 그와 통화하면서 안부 묻고, 위로하려 했는데 글(기사)이 됐다. 다시 한번 뭐라 표현해도 송구스럽다. 그 분께 양해를 구하면서 양돈2세(사위)가 하루 빨리 재기, 국내 최고의 양돈장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한다.

강화(江華)는 한자에 알 수 있듯이 아름다운 꽃으로 이어진 강이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해협을 이루고 있고,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어장이 풍부한 곳이다. 몽고 침입을 극복할 정도로 자주, 자립정신이 또한 강한 고장이다. 지역 특산물로 인삼과 순무가 대표적인데 특히 순무는 춥고 강한 바닷바람이 부는 겨울철을 넘기고 옹골지고 알차게 태어난다. 어쩌면 그것이 강화정신이 아닌가 싶다. 그런 정신으로 강화의 양돈업이 꼭 재기, 성공하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 무엇보다 이로 인한 농가들에 대해 정신적 상담과 치유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강력 당부하고 싶다. <김오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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