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환칼럼] 한돈협회 힘은 명분에서 나온다
[김오환칼럼] 한돈협회 힘은 명분에서 나온다
‘효율’보다 명분과 논리로 무장돼야
한돈 값 하락 요인에 단호한 대응을
  • by 김오환

조직(組織)이란 단어를 보면, 두 글자 모두 실사(絲)가 들어있어 실이 서로 촘촘하게 얽혀있어 단단하고 강한 인상을 떠오르게 한다. 국어사전에는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정한 지위와 역할을 지닌 사람이나 물건이 모여서 질서 있는 하나의 집합체를 이룬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아마도 국가에서 가장 큰 조직은 군대일 것이고, 개인으로는 기업이다.

친목단체들도 조직에 속한다. 독자께서 아는지. 한국에서의 3대 조직(패밀리)을. 한 때 해병전우회 고대교우회 호남향우회 등이 우스개로 불렸다. 3곳에서 풍기는 것처럼 조직은 뭔가 끈끈하고, 깡과 의리가 있는 것 같고,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불량스런 이미지도 풍겨진다. 사실 그렇다. 조직원의 행복과 안녕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있는 게 조직이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은 설립 목적과 성격에 따라 그 역할과 기능은 다르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하는 기업과 같은 ‘효율’을 중시하는 조직이 있는가 하면, 군대나 경찰 등 국민의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은 조직 같은 기관도 있다. 일반 이익단체처럼 구성원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정당성과 명분’을 내세우는 조직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한돈협회(이하 협회)는 어디에 속할까. 또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조직원의 이익에 기여하는 것일까. 협회는 효율을 중시하는 단체도 아니고 회원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기관도 아니다. 회원의 이익을 위해 이에 맞는 정당한 논리와 명분을 만들어 내세우는 조직에 가깝다. 그런 성격의 조직이 협회에 더 어울리고 적합하다.

그렇기 때문에 협회는 한돈혁신센터 건립에 필요한 자금을 관련 기업에 협찬을 은밀하게 부탁하지 않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업 역시 그런 논리와 명분에 공감하고 적극 협조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한돈발전기금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지난달 협회는 돼지고기 수입과 관련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회는 이를 통해 “한돈 값 폭락 주범은 수입육 업체”라며 “한돈산업을 공명의 위기로 몰아넣는 무분별한 수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인내심에 한계에 왔다며 사료 등 축산관련 수입육업체에서 수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총궐기하여 총력 저지할 것을 엄중 경고했다. 또한 협회 고위층들은 관련 기업을 방문, 돈육 수입 중단을 촉구하며 엄중 항의했다는 보도도 뒤따랐다. 나무랄데 없는 지적이고 처신이었다.

문제는 앞으로 돈육 수입이 줄지 않고 증가세를 유지할 때 협회의 반응이다. 과거처럼 성명서로 대응하거나 업체를 방문, 항의할지 아니면 성명서 경고처럼 행동할지 주목된다. 협회와 같이 명분이나 논리로 먹고 사는 조직의 경고가 잦으면 종이호랑이로 얕볼지 모른다. 물론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섭다고 하지만 쓰지 않고 칼집에 넣어놓으면 녹슬 수도 있다. 그런데 협회는 올해 한돈 값 폭락 주범을 ‘수입 돈육’이라 강조했다. 추후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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