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 ICT 설비, 돼지 목의 진주목걸이 안되려면
[양돈현장] ICT 설비, 돼지 목의 진주목걸이 안되려면
  • by 김동욱
김동욱 수의사 / 한별팜텍
김동욱 수의사 / 한별팜텍

ICT가 결합된 스마트팜이라는 용어가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제 양돈을 하는 분들이라면 모르는 분들이 없을 것이다. 이제 거의 대부분의 농장에는 ICT가 결합된 스마트팜 설비가 적어도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광풍처럼 몰아닥친 이 ICT-스마트팜이 과연 농장의 생산성 향상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는 한 번 고민해 봐야 되지 않나하는 생각이다. ICT 기반 스마트 팜의 목적은 근본적으로 그간 관리자가 직접 기록하고 분석하여 사양관리의 유지/변화를 결정했던 내용들을 첨단 장비가 기록/분석하게 함으로서 생산성의 향상이라는 궁극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의 기록과 분석에 요구되던 시간과 노력을 기본 관리에 투자하게 함으로서 돼지를 더 잘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 중인 ICT-스마트팜 장치는 아마 분만사에서 사용하는 포유모돈 자동 급이기일 것이다. 이 장치를 예를 들어 얘기를 해보려 한다.

포유모돈 자동 급이기의 근본적인 설치 목적은 농장 또는 돼지에 맞는 다양한 급여 방식의 조절을 통해 최적의 사료급여 프로그램을 찾는 것이다. 이를 통해 포유 모돈의 사료급여 회수, 급여간격, 각 회당 급여량 등을 조절하고 궁극적으로 포유 모돈이 포유 중 최대한 많은 사료를 섭취하게 함으로써 유생산량의 극대화 및 포유 모돈의 체손실 최소화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포유모돈 자동 급이기는 각 모돈별로 단기(시간별)에서 장기간(포유 전 기간)에 걸친 다양한 데이터를 저장하며, 농장에서는 이 저장된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농장에 맞는 최적의 운영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일부 현장에서는 이 포유모돈 자동 급이기를 단순히 관리자가 매일 손으로 증량 해주던 포유 모돈의 사료를 자동으로 증량하게끔 도와주는 기계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듯 해 아쉽다. 물론 일정한 프로그램에 따른 자동 증량 역시 이 기계의 중요한 기능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이상의 많은 기능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설치한 장비가 아까운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 대부분 설치한 장비의 장점을 잘 모르겠다던지 아니면 오히려 장비 설치 이전이 더 좋았다는 얘기들을 하시는 것을 볼 때 무척 안타깝다.

또 일부 현장의 경우 되레 사람이 직접 조절하는 것 보다 못한 경우를 보게 된다. 사람이 매일 분만사 모돈의 사료량을 조절할 때 기본 원칙은 “포유모돈의 상태와 포유자돈의 상태를 관찰하여 증량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때에 따라서는 증량보다 사료량의 유지 또는 감량을 실시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포유 모돈의 사료급여를 기계에 맡긴 이후 일부 현장에서는 모돈과 포유자돈의 상태 여부에 대한 확인 없이 기계에 설정된 프로그램에 따라 일방적으로 급여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데이터에 대한 기록과 분석의 시간을 줄여주는 대신 포유 모돈과 포유 자돈의 상태를 더 꼼꼼하게 관찰해 사료량 조절에 적용하는 것이 근본적인 목적인 기계를 사용하면서 되레 포유 모돈과 포유 자돈에 대한 상태관찰을 더 소홀히 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 것이다. 포유능력이 안 좋아 적은 두수를 포유하고 있는 모돈과 유두 개수만큼 꽉 채워 포유를 하고 있는 모돈의 사료량이 하나의 프로그램에 따라 동일한 양으로 급여되는 경우라든지, 포유 모돈의 사료량이 과하여 발생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포유자돈설사가 있음에도 포유 모돈의 사료량은 설정대로 계속 증량이 되고 있는 경우, 또 사료량이 더 필요한 모돈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오직 컴퓨터에 설정된 프로그램대로 급여가 진행되는 경우들을 볼 수 있다. 차라리 포유모돈 자동 급이기 도입 이전에는 관리자의 관찰을 통해 즉각적인 조치가 시행될 수 있었는데 자동 급이기 도입 이후 이런 예리한 관찰과 즉각적인 조치가 무뎌진 경우가 늘어난 듯하다. 특히 외국인 관리자들이 전적으로 분만사를 관리하는 경우 이런 문제를 더 잘 볼 수 있다. 우리말에 익숙치 않거나 우리말로 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는데 익숙치 않은 외국인 관리자들의 경우 몰라서 프로그램에 개입을 못하거나 아니면 아예 개입을 못하게 농장에서 막아버린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경우 문제의 원인이 사료 급여와 관련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료 급여의 조절은 도외시 한 채 다른 관리만으로 발생되는 문제를 해결해 보려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게 된다.

축적된 데이터에 대한 분석을 하지 않는 경우 역시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설치한 장비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실제로 포유 모돈 자동 급이기는 굉장히 많은 정보를 매시간, 매일 저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정보들을 통해 현장에서는 사료섭취량 및 효율 개선, 사료 허실 개선 등에 참고할 수 있는 소중한 데이터를 추출해 낼 수 있다. 일부 농장에서는 현장에서 필요하다고 느끼는 정보를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없는 경우 설비 업체에 프로그램을 수정 보완해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그와 반대로 또 다른 일부 농장에서는 그 데이터를 전혀 활용하지 않고, 그런 기능이 있는지 조차 모를 때가 있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

농장에서 포유모돈 자동 급이기를 투자비용에 걸맞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관리자들, 특히 외국인 관리자들이 기계 운영에 대해 정확하게 숙지하도록 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훈련과 더불어 사료량의 조절과 관련되어 발생될 수 있는 문제, 그리고 문제로 의심되는 모돈과 자돈을 식별할 수 있는 눈을 키워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운영방식을 찾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포유 모돈 자동급이기는 포유 모돈과 포유 자돈의 상태를 파악해 주지 못한다. 여전히 돼지를 관찰하고 현장에서 판단을 내리고 사료량의 증/감/유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은 현장 관리자의 몫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최적의 해법을 찾아내는 것 역시 현장 관리자의 몫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준비된 관리자가 장비를 운영할 때 진정한 ICT기반의 스마트 팜이 성공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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