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환칼럼] 한돈의 ‘치킨 게임’
[김오환칼럼] 한돈의 ‘치킨 게임’
‘소비 줄인’ 소비자와 충돌 위기
피해자는 농가, 소비 홍보 주력을
  • by 김오환

과거의 돼지 값 하(폭)락은 두수 증가에 따른 공급량 과잉이 주인(主因)이었다. 19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 후반이 그랬다. 삼성 등 기업들의 양돈업 진출로 두수가 급증하면서 돈가가 떨어진 것이다. 그럴 때 두수를 줄이면 몇 달 있다 회복되곤 했다. 기본적인 돈육 소비가 살아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의 돼지 값 하락은 수요공급의 불균형에 따른 것에 의한 것이 아니다. 통계가 뒷받침해주고 있다. 6월말 돼지 출하두수(871만두)는 전년대비 1% 늘었기 때문에 돈가가 1~2% 낮다면 이해가 가지만, 15~20%의 폭락에는 분명 ‘다른’ 까닭이 있는 것이다. 그 이유를 필자는 1~2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김영란법, 음주단속 강화 등 사회적 환경변화에다 주 52시간, 최저임금 등 경제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수없이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돈가 회복 방법에는 소비홍보밖에 없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또 다르게 돈가를 올릴 방안으로는, 모돈 감축을 통한 돼지 출하를 크게 줄이는 것이다. 이에 대한 효과는 일년 가량 있어야 나타나고, 농가별 모돈 감축의 참여도가 달라 효과가 높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최근 양돈에 대한 환경규제로 볼 때도 도움이 되지 않아 권장하기가 그렇다. 물론 출하 감소로 한돈 값은 상승할 수 있으나, 시장 점유율이 되레 낮아져 ‘한우’처럼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작금의 한돈업 상태는 진퇴양난이고 수습할 동력도 약하다. 지금으로선 뾰쪽한 대책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소비 줄인’ 소비자와 불가피하게 ‘돈육 공급 과잉’을 불러온 양돈농가가 상대를 향해 마주보고 주행하는 ‘치킨게임’ 양상이다. 돈육 수입 감소량이 줄지 않고, 하반기 한돈 출하 물량을 감안하면 피해자는 농가다.

농가가 먼저 핸들을 꺾어야 한다. 소비자는 답답하고 갑갑하고 피해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농가는 둘 다 살고, 실용과 실리를 앞세운 현명한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일단 생산성을 높여서 농장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1등급 이상 판정과 폐사 및 사료 손실 최소화 등 내실을 다져 살아남아야 한다. 또한 농가 스스로 한돈 소비 홍보에 적극 나서길 강력히 주문한다.

무엇보다도 자조금 관리위는 현재와 미래의 한돈 소비 시장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분석, 능동적이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 본란을 통해 관리위에 대해 수차례 어줍짢은 충고와 조언을 해 미안함이 없지 않지만 한돈업이 기댈 곳은 자조금 밖에 없어서다. 정부는 자조금 50억원 지원으로 면피할 수 있다. 또한 지난 4~5년간 양돈 호황과 농가를 ‘농민’으로 보지 않아 소극적 자세를 취할 것이다. 결국, 한돈 값 회복은 농가가 풀어야 과제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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