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 ‘아프리카돼지열병’ 현장 방역 관리
[양돈현장] ‘아프리카돼지열병’ 현장 방역 관리
  • by 김근필
김근필 PM / (주)우성사료
김근필 PM / (주)우성사료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 여파가 심상치 않다. 아직까지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영향은 많지 않으나 주요 돼지고기 수출국들의 시세가 20% 이상 올라가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세계적인 육류 시세가 폭등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나라 양돈농가들도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에도 ASF가 발생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특히 내 농장에 발생을 한다면 반사 이익은커녕 그 피해는 상상 하기 힘들 것이다. 백신이 개발되려면 2년여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어느 양돈장이라도 ASF에 대해 공포심과 부담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 ASF가 발생한다면 몇 가지 유입 경로를 예상할 수 있다. 첫째,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을 통한 유입이다. 양돈업과 관계없는 일반인들의 경우 양돈장에 ASF를 전파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돈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내국인은 2011년 구제역 대규모 살처분 사태 이후 업계 종사자들의 방역 의식 수준이 향상되었고, 최근 국가적으로 ASF의 차단 방역을 관리하는 분위기로 인해 주의를 더 기울일 것이다. 사람에 의해 유입된다면 외국인 노동자가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밀수되거나 해외에서 한국 입국 시 불법으로 휴대하는 축산물이다. 현재 국내 단속 강화와 입국 시 검역을 강화하고 있고, 과태료 확대로 반입되는 축산물의 양은 감소할 것이다. 한국인들이 외국의 축산식품을 구입하거나 휴대해서 농장에 방문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농장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바이러스에 오염된 불법 축산물을 농장에 반입할 경우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 농장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ASF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하는 이유이다.

세 번째, ASF 바이러스에 오염된 식품들의 정상적인 유통 과정과 열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잔반 사육 양돈장에서 돼지들에게 급이 된다면 다른 해외에서의 사례처럼 ASF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가 있다. 잔반의 양돈장으로의 반입을 금지해야 하는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공식적으로 ASF 발생이 발표된 북한에서 멧돼지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식품들이 넘어오는 경우이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바이러스가 어떤 형태로든 국내 유입 될 수 있겠지만, 휴전선 인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빌자면 감각이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멧돼지가 휴전선을 넘어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북한의 오염된 식품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입 경로일 것이다. 만약 국내 ASF가 발생한다면, 개별 농장에서 첫 발생할 수도 있지만, 산에서 발견된 멧돼지의 사체에서 ASF바이러스 항원이나 항체가 처음으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로 접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 같이 언제, 어떤 형태로 국내 ASF가 발생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대신 우리는 국내 ASF 유입을 최선을 다해서 방어하고, 설령 발생하더라도 내 농장에 발생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서 실천해야 하는 단계가 왔다고 본다. 다행히 ASF는 구제역처럼 전염력이 높지 않고 전파속도가 폭발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농장에서 노력을 한다면 어느 정도 방역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라고 한다. 그래서 방역에 대한 원칙이 더 중요하다.

먼저 농장 차단방역 시설을 강화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아는 바와 같이 ASF와 구제역(FMD)의 발생과 바이러스의 확산 형태 중 가장 다른 한 가지가 전염성의 차이이다. ASF의 피해는 막심하지만 농장으로의 전염 자체는 쉽지 않다. 유럽의 경우 야생에서 사살된 멧돼지의 경우 ASF 바이러스 항원, 항체가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 유럽의 양돈장은 멧돼지와 접촉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 농장에서 발생한 사례가 많지 않다. 벨기에의 경우에도 전국 각지에서 사살된 800여두에 가까운 멧돼지에서 ASF의 항원과 항체가 발견되었는데 양돈장에서 발생한 경우는 없다고 한다(2019년6월 현재). 이것은 유럽의 수준 높은 차단 방역의 결과이다. 발생 농장은 소규모 농장으로 차단 방역이 어려운 농장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은 지난 구제역 사태 이후 전반적으로 양돈장의 방역 수준은 향상되었다. 방역 시설보다 방역에 대한 농가들의 의식이 더 발전하여 ASF에 대한 어느 정도의 준비는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 갖추어 지지 않았다면 농장 출입자들의 샤워 및 탈의 시설, 반입 물품 소독 시설과 농장 주변의 펜스 설치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것이다.

ASF가 무서운 질병이기는 하지만 직접 접촉을 하지 않으면 발병 확률이 낮다. 사람에 의한 전파율도 낮다. 이유는 농장 출입 전 샤워 후 농장 작업복과 신발을 신고 농장을 출입할 경우 사람이 질병을 감염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건이 된다면 사료배송차량, 분뇨처리차량, 출하차량이 농장의 방역이 필요한 구역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구조로 개보수를 권장한다.

다음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이다. 지속적인 교육으로 외국인 노동자들도 한국의 상황에 대해 인식들이 많이 높아졌고, 차단 방역의 원칙에 대해서는 공감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외부에서의 불법 축산물이나 물품 반입과 인근 농장 외국인 친구들과 만남, 그리고 농장 출입 시 주의 사항에 대해 농장 자체 규정을 만들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장주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농장 방역의 시작은 바로 농장주이다. 출입 시 차량 소독, 개인 위생 관리, 외부 반입 물품 관리에 대한 원칙을 세운 후 농장주가 솔선수범으로 실천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직원들은 농장주가 하는 만큼 한다고 생각하면 농장주가 방역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시기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기본에 충실한 관리, 특히 방역 관리에 만전을 기해 언젠가 다가올 ASF 시대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준비를 사전에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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