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환칼럼] 양돈업의 ‘투키디데스의 함정’
[김오환칼럼] 양돈업의 ‘투키디데스의 함정’
한돈, 수입 돈육 성장세 심기 불편
정부 중재로 합의 끌어내 재도약을
  • by 김오환

많은 경제학자들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비유하곤 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기원전 5세기 급부상하는 아테네와 이를 억누르려한 스파르타가 싸운 ‘펠로폰네소스’의 전쟁을 설명한데서 유래한 말로, ‘기존 강대국과 신흥강국은 구조적 긴장 때문에 전쟁으로 치닫는다’는 의미다. 투키디데스가 지적한대로, 터줏대감과 신진세력의 한판 싸움은 국가만이 아니라 산업, 제품 등에서도 피할 수 없다.

한국 양돈업이 그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돼지고기 시장에서 수입 돈육 시장이 서서히 점유율을 높이면서 한돈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한돈의 자급률은 구제역으로 330만마리의 돼지가 살처분 당한 2011년을 제외하고는 7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그러던 것이 17년 70.8%를 거쳐 지난해는 66.7%로 크게 떨어졌다.

이제 양돈농가도, 관련 산업도 수입 돈육 시장을 좋게 볼 수 없는 입장이다. 더욱이 올해는 중국의 ASF(아프리카 돼지열병)로 세계 돼지 값이 강세를 띠고 있는 상황에서, 한돈도 강세를 띠어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생산비 수준을 약간 상회하고 있어 농가나 업계 모두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심기가 편치 않다.

그러면 돈육수입업체도 수입을 자제할만한데도 되레 5월에는 금년 최고량을 수입하는 등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 같다. 사실 돈육 소비 호조로 한돈 가격이 올라가고 덩달아 농가 수익도 좋으면 수입 돈육에 대한 반감도 크지 않다. 수입 돈육도 전체 돼지고기 소비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과 다른 돼지고기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 작년 4분기부터 국내 경기 둔화로 돼지고기 소비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연말연시 수요 부진에 이어 삼삼데이 특수도 없었고 연중 최고 성수기인 5~6월도 무심하게 지나가고 있다. 더욱이 이런 상태는 수개월 내 해결되지 않고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한돈과 수입 돈육의 경쟁, 특히 가격 경쟁은 돈육 소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리어 둘다 다 망칠 수 있다.

한쪽이라도 살려야 한다. 살릴 쪽은 한돈이다. 산업의 규모나 고용률, 향후 산업의 발전방향을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한돈업계(조합 협회)는 돈육 수입 업체(계)를 만나, 가격과 품질 등 수입업체의 요구사항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라도 중재를 서서 작은 틀의 합의라도 끌어냈으면 한다. 이럴 때 한돈 소비기반은 확대되고 한돈업은 다시 한번 도약할 것이다. 정부, 업계 관계자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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