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 분만 모돈이 사료 안 먹고 젖이 말라요!
[양돈현장] 분만 모돈이 사료 안 먹고 젖이 말라요!
  • by 신현덕
신현덕 원장 / 신베트동물병원
신현덕 원장 / 신베트동물병원

포유동물은 물론이거니와 세상의 모든 어미들의 모성애는 각별하다. 자기 목숨을 걸고서라도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고 키워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경외심이 든다.

최근 양돈 현장에는 분만을 끝낸 모돈이 누워서 주는 사료에 도통 관심을 주지 않거나, 사료 주는 소리에 본능적으로 일어나기는 했지만 입맛이 없는지 도로 눕는 모돈들이 많다. 분만 후 식불증후군 또는 산욕열이라 불리는 이런 문제는 단순한 신경성 소화기장애인 경우도 있지만 난산처럼 심각한 산과질환의 후유증일 수도 있어 원인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다산성 모돈 사육이 확대되면서 문제 모돈 발생빈도가 늘어난 것을 보면, 스트레스 감수성이 높아진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체구는 커졌는데 등지방은 얇아지고 발목은 가늘어졌다. 복압이 증가하면서 폐와 심장은 부담이 커졌다. 풀과 흙과 깔 짚은 콘크리트와 플라스틱과 차가운 쇠로 대체되어서 오는 복합적인 원인이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장 관리자들에게는 가장 안타까운 일 중 한 가지를 들자면 딸린 새끼들이 젖을 달라고 아우성을 치다가도, 얼마 못가 털이 거칠어지고 야위어 가는 모습을 보는 일일 것이다. 분만한 모돈이 오죽했으면 사료 먹고 젖 주는 그 아름다운 모성애를 포기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기에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이른바 저유증증후군(PHS)이나 무유증증후군(MMA)로 이어지는 분만모돈의 식불 원인과 대책을 알아본다.

첫째, 분만 모돈이 저 칼슘혈증에 빠지는 경우에 식불이 온다. 몸에 칼슘이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뼈에 저장되어있는 칼슘의 동원 훈련이 안된 경우에 나타난다. 칼슘과 인의 불균형일 수도 있다. 일조량도 부족하고 운동도 거의 할 수 없는 스톨사육 형태에서 자주 발생한다. 위에서 장에 이르는 소화기계의 운동성이 떨어져 식욕감퇴를 유발한다. 심하면 일어서기도 걷기도 어려워진다. 조기 진단과 칼슘제 투여는 효과가 좋다.

둘째, 비타민 B1(티아민) 결핍 시에 식불이 많다. 분만 전에 과도한 사료감량 또는 식불과 변비가 있었던 모돈은 분만 후에도 식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비타민 B1이 부족해지면서 권태와 피로감 증가, 위장관 운동과 소화액분비의 감소 및 위액 분비량까지도 영향을 주어 식불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비타민B1은 사료 중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소화효소 작용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식불 모돈에 비타민B 주사제는 보조치료제로도 필수적이다. 참고로 돼지고기를 먹어야 하는 이유 중 한 가지로 이 영양소가 듬뿍 들어있다는 것이다.

셋째, 분만중 감염증이 발생하면 식불은 필수적이다. 분만 소요시간 지연, 난산 등은 자궁내막염을 일으킨다. 조산(助産)을 위해 입수(入手)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되기 때문이다. 열이 오르고 침울해지면서 식불이 일어난다. 바디컨디션 관리를 강화해 과비가 되지 않도록 하면 난산을 줄일 수 있고 과비상태인 모돈은 분만유도제 적용시기를 당겨 난산을 막아줄 수도 있다. 입수 시 윤활제 사용과 위생 강화는 의무적이다. 대부분 무유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궁내막염, 유방염 발병 소지가 있는 모돈은 선제적으로 항생제, 소염제, 해열제 주사를 실시한다. MMA를 치료하는 전문 소염제도 효과가 좋다. 분만 소요시간 지연, 극심한 산고(産苦)는 피로, 심신쇠약과 더불어 식불을 야기한다. 영양실조, 과다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무기력, 탈진, 식욕절폐로 이어져 치료를 어렵게 한다.

다섯째, 스트레스성 위장관 신경 장애에 의한 식불은 여름에 많다. 초산돈이 처음 경험해보는 분만과정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더위 스트레스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통증과 피로감으로 교감신경이 흥분되어 신경질을 부리고 새끼를 무는 일도 발생한다. 부교감신경은 억제되어 위장관 운동성도 약해지고 소화액분비도 감소한다. 당연히 식불이 따른다. 스트레스 진정제를 주사하고 부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소화기계 운동성을 올려주는 제제를 주사한다. 유방마사지와 관장은 교감신경을 안정시키고 부교감신경을 자극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초산돈 관리와 혹서기 대책을 잘하는 농장의 생산성은 월등하게 높다.

분만 전 모돈의 사료급여 관리는 분만 후 식불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배가 많이 부른 분만 대기돈에게 사료를 많이 주거나 사료성분을 급작스럽게 바꾸어주면 위장관에 부담을 주어 소화불량에 빠지기 쉽다. 칼슘, 인, 마그네슘 같은 영양소 동원훈련이 분만 전에 실행되지 않으므로 분만 후 핏속에 미네랄이 부족해지는 대사장애를 겪을 수 있다. 저칼슘혈증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임신 말기돈에서 인플루엔자와 PRRS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식불과 유산 사례도 다발하고 있어 분만모돈 식불 원인 진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더위 스트레스 대책이 미진한 농장의 여름나기가 더욱 걱정이 된다. 더위 스트레스는 면역력 저하로 감염성 식불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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