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 현장] 탈항의 원인과 대책
[양돈 현장] 탈항의 원인과 대책
  • by 윤재순
윤재순 수의사 / CJ제일제당 생물자원글로벌 축산기술센터
윤재순 수의사 / CJ제일제당 생물자원글로벌 축산기술센터

양돈장에서 많은 질병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PRRS, PED처럼 농장에 실제 많은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는 질병들도 있고, 구제역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처럼 농장에 감염될 경우 사업의 존폐를 걱정해야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관심을 많이 받는 질병도 있다.

이렇듯 우리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질병들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원인체가 존재하는 감염성 질병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는 양돈장에서의 질병의 정의는 ‘농장에 경제적 피해를 유발하는 모든 질환’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탈항도 양돈장의 대표적 질병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감염성 질병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다. 탈항의 피해는 결코 우리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다소 차이를 나타내고 있지만 전체 돼지 중 0.5~5%에서 탈항이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자료에서는 이유 후 전체 폐사발생 원인 중 약 10% 가량이 탈항에 의한 폐사일 정도로 탈항은 양돈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손실이 적지 않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양돈장에 피해를 누적시키는 탈항의 원인과 예방법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탈항이란 어떤 원인으로 인하여 직장이 항문 밖으로 나오거나 항문이 돌출되어 밀려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직장 말단부와 항문은 근육조직과 근막으로 좌골에 강하게 부착되어 있으나 앞 쪽으로는 근막, 섬유소 등으로 느슨하게 결합되어 있다. 이러한 조직에 손상이 발생하거나 복압이 상승될 경우 정상적인 위치를 유지하지 못하고 직장이 탈출할 수 있다. 특히 돼지는 이 부위 지방이 침윤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더욱 약하여 쉽게 탈항이 발생한다.

탈항의 원인을 알아보자. 복압을 상승시키는 원인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호흡기 질병에 의한 기침증상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기침과 호흡기 증상은 겨울철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더 많은 기침이 관찰되므로 지금 시기에 더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발열로 인하여 돼지들이 뭉쳐있으면 밑에 깔리는 개체는 당연히 복압이 상승하게 된다. 외부 온도가 추운 겨울철에는 난방 대책으로 차라리 돈군이 추워하는 일이 적지만 환절기에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워하면서 새벽에 돼지들이 뭉치는 경향은 나타내는 농장이 많으므로 탈항이 많이 발생하는 농장은 새벽 돈군의 상태 확인도 필요하다.

호흡기 질병이 발생한 농장에서 탈항이 많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이것은 질병에 의한 발생율 상승보다 복압상승과의 연관성이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설사와 장염을 동반한 소화기성 질병은 탈항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며 살모넬라처럼 직장염을 일으키는 질병들이 대표적이다.

탈항과 관련한 위생관리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돈사 바닥에 대한 위생과 급이 위생이다. 돈사의 바닥이 항상 더럽고 분뇨 등으로 항상 젖어 있을 경우 항문 주변 염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둔부가 차갑게 경직되어 결합조직의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돈사의 바닥은 위생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하며 가능한 돼지가 눕는 공간은 바닥이 항상 건조한 상태가 되루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급여 위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곰팡이 독소에 대한 관리이다. 곰팡이 독소에 대한 피해 중 외음부 부종, 질염 등을 유발하면서 탈항 및 질탈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특히 환절기는 낮의 더운 기온과 밤의 차가운 기온으로 인하여 피드빈 내부에서 결로현상으로 인한 습도상승으로 곰팡이가 서식하기 아주 좋은 시기이다. 저농도의 곰팡이 독소도 장기간 섭취할 경우 피해가 유발되므로 급이 시설에 대한 위생관리가 필요하다.

사육두수에 비하여 급수기가 부족하거나 수압이 부족할 경우 탈항의 확률은 상승한다. 특히 날씨가 점차 따뜻해 지면서 음수 탱크 및 배관의 미생물들이 급격하게 증식할 수 있다. 음수량이 부족하면 소화율이 떨어지고 변비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돼지가 배변 중 과도하게 힘을 주어 탈항의 확률이 상승할 수 있고, 오염된 음수의 섭취는 장염을 유발하여 탈항의 확률을 상승시킬 수 있다. 그리고 탈항 때문이 아니더라도 날씨가 점차 더워지는 요즘 시기에는 반드시 농장의 수질 점검과 급수기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약제 중에는 부작용으로 항문주위염증을 발생하여 탈항을 유발할 수 있는 약제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플로르페니콜 및 타이로신이 있다. 그러므로 플로르페니콜과 타이로신은 사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플로르페니콜과 타이로신은 육성 비육기간 동안 호흡기 및 소화기 질병 치료에 매우 효과적인 대표적인 항생제로서 사용되고 있다. 죄는 이러한 항생제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잘 못된 오남용을 하는 사람에게 죄가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환절기를 보내면서 많은 농장에서 아직도 정확한 진단과 처방 없이 항생제가 사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돼지가 병에 걸려서도 사용하지만 걸릴까 무서워 미리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경우가 잘못된 오남용의 사례들이다. 돼지의 건강을 위하여 약제를 사용해야겠다 생각될 때는 반드시 양돈전문 수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통하여 약제의 선택과 용량, 용법을 결정하고 준수해야 한다.

탈항이 발생한 개체에게 농장에서 많이 시행하는 방법 중 외과적 처치가 있다. 표현은 외과적 처치라는 멋진 표현을 사용했지만 항문에 플라스틱관 삽입하여 장내 가스가 빠지도록 도와주고 탈항부위를 끈으로 꽁꽁 묶어 자연스레 탈락하도록 조치하는 방법이다. 한마리의 돼지도 살리겠다는 사양가들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조치로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필자도 농장에서 근무할 때 여러 번 시도해봤지만 효과는 복불복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탈항의 근본 대책은 예방이다. 우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밀사 예방이다. 밀사가 있는 돈방에는 질병관리, 음수관리, 급여관리 모두 어렵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탈항과 연관되므로 밀사는 반드시 예방되어야 한다. 그리고 돈군 전체적인 질병관리가 중요하다. 앞서 언급하였듯 기침과 설사가 탈항에는 모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므로 전체적인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그리고 특히 요즘 같은 환절기에 주의해야 하는 위생관리가 대표적인 탈항 예방 대책이다.

돼지의 탈항에 대해 심도 깊게 고민한 사양가는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탈항은 농장에서 의외로 많은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그리고 얼만큼 발생하느냐가 우리가 농장을 얼마나 원칙에 맞게 잘 운영하고 있는지 가르쳐주는 하나의 지표라 할 수 있다. PRRS, PED만 우리 농장에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소리없이 지속적으로 피해를 유발하는 탈항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우리 농장에 상황을 점검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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