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Ⅱ 냄새 특집 ①프롤로그] 환경 규제, 한돈 자급률 저하로 직결
[창간 19주년 Ⅱ 냄새 특집 ①프롤로그] 환경 규제, 한돈 자급률 저하로 직결
05년 악취방지법 제정, 냄새 규제 시작
11년 사육거리 권고에 양돈농 ‘설상가상’
혁신 도시, 귀농 등 주민 민원 갈수록 늘어
농가 환경개선비 크게 늘려 냄새 저감 중
규제 속도 빨라 ‘뱁새가 황새 좇는 격’
규제 일변도서 인센티브로 개선 유도를
  • by 김현구

양돈 등 축산에서 돼지 분뇨 냄새 규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환경부가 2005년 2월부터 악취방지법을 제정한 이후부터다. 이 법에서 ‘악취’란 황화수소, 메르캅탄류, 아민류, 그밖에 자극성이 있는 기체 상태의 물질이 사람의 후각을 자극하여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는 냄새로 정의했다. 환경부가 이 법을 제정한 배경에는 당시 대표적인 산업 단지인 시화, 반월지역 등에서 지속적으로 악취가 발생, 근거리에 위치한 주거지역 주민들의 민원에 대응하고 국민들의 쾌적한 생활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됐다. 이에 환경부는 생활환경의 보전을 위해 악취의 규제가 필요한 지역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역내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악취의 배출허용기준을 만드는 등 본격적 규제 정책을 마련해 시행했다.

이 같이 정부가 악취방지법 제정을 통해 2010년 이전에는 산업단지에 규제를 강화했다면, 2010년 이후는 양돈 등 축산업에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 법에서 냄새를 배출하는 양돈장, 양돈 분뇨 시설 등 축산업도 예외를 두지 않고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 시행 이후 냄새가 심각한 양돈단지를 비롯한 축산시설도 악취배출시설로 지정되며 지난해에는 제주, 용인 지역이 악취 관리지역으로 까지 지정되기도 했다.

특히 환경부는 2011년 각 지방자치단체에 ‘가축사육제한 구역 지정 기준 권고안’을 시달한 이후 양돈업 규제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돼지의 경우 주거지역 가구의 최소 단위(5~10호)로부터 500m 거리 제한을 두도록 하는 권고안을 시달하자 각 지자체들은 관련 조례를 발 빠르게 마련했다. 이후 거리 제한을 적용 받은 양돈장들은 신축은 고사하고 증개축도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정리하면 양돈 냄새의 규제의 시작은 지난 2005년 제정된 ‘악취방지법’을 모태로, 전국의 지자체들은 우선 양돈단지가 있는 곳을 대상으로 악취관리지역 확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사육 거리 제한 조례 강화를 통해 축산농가의 손과 발을 꽁꽁 묶어 두고 있다.

이 같이 국가 및 지자체가 냄새 규제를 본격화한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은 축산시설에 대한 ‘민원’ 증가다. 2010년 이전 악취 민원은 산업화 시설에 집중됐지만, 이후 양돈 등 축산시설에 민원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2017년 축사악취발생지점 595개소와 관련해 제기된 피해민원 1천500여건을 분석한 결과 축종 중 돼지 돈사 악취(34.7%)로 인한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축사규모가 작을수록 민원이 많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축사로부터 1km이내에서 발생한 민원이 83.4%로 축사악취가 대부분 인근 주택, 아파트 등 주거지역에서 민원이 제기 됐다. 축산 악취 민원 급증 배경에는 무엇보다 ‘도시화’ ‘귀농 귀촌 활성화’ ‘지방 분권화’ 등 인구 이동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인구 이동 시점은 혁신 도시 조성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지난 2012년 이후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을 전국의 11개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이에 따라 전국 권역별로 혁신도시가 생성되면서 터줏대감이었던 양돈 등 축산농가들이 이주민들로부터 민원의 대상이 돼 도시 밖으로 이전하거나 폐업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해당 지자체는 악취가 나는 농가들을 신고대상 악취 배출 시설로 지정하고 악취 초과 시 행정 처분을 진행한 후 일부 지차체에서는 악취 관련 조례 제정을 통한 폐업 보상을 통해 폐업을 유도하고 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축산 냄새에 적응하지 못한 이주민들이 민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당 지자체를 압박, 지자체는 조례 강화를 통한 규제로 결국 축산농가들이 이주하게 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양돈농가들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냄새 최소화 노력을 통해 민원에 대응하고 있다. 농가들은 냄새 발생 최소화를 위해 환경개선제 및 시설 개보수를 실시 등 상당한 경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농장 주변 환경 정리, 청결유지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농가의 노력과는 별개로 정부의 규제는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향후 악취 정책의 큰 그림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제2차 종합 시책이 최근 발표됐기 때문. 정부는 악취 방지법 제정 이후 지난 09년 제1차 악취종합시책을 제정했다. 악취종합시책은 10년 주기로 설정하는 국가 악취 관리 정책의 최상위 정책이다. 지난 10년간 진행된 악취 관리 시책이 사업장에 대한 사후 관리 중심이었다면, 올해 발표된 제2차 종합악취시책은 사전에 악취 발생을 관리한다는 것. 즉 기존에는 악취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신고 대상 시설로 지정했지만 앞으로는 모든 악취배출시설을 설치 전 신고하고 악취방지 조치를 의무화한다. 특히 신규 대형 양돈 농가를 중심으로 축사 형태를 밀폐형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등 축산업에서도 특히 양돈업에서의 악취를 단속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농가들은 짧은 유예기간 동안 상전벽해(桑田碧海) 수준을 요구하는 정부의 냄새 관리 강화에 불만을 높이고 있다. 최근 환경부 및 정부의 축산 환경 관련 정책이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정 없이 민원만을 대응하기 위해 정부, 지자체가 할 일을 농가에게 규제를 통한 법적인 의무로 짐을 지우게 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한돈협회 및 관련 업계는 환경 규제도 일부 필요하지만 효과적인 냄새 저감을 위해서는 냄새를 줄이고 있는 농가에게는 인센티브 정책 등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센티브’라는 것은 냄새 저감을 잘하는 농가의 경우 사육제한 기준 완화 및 사육 제한 구역 내에서의 증축을 허용하는 것이 한 예이다.

악취방지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14년, 사회 문화 변화에 따라 냄새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의 냄새 규제가 강도를 더 높이고 있다. 농가들도 이제는 한돈산업이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냄새 저감이 최우선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각종 사육 규제에 농가들의 사육 환경 변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인센티브 제도 도입 등 효율성 있는 대책도 제시돼야 농가도 정부 정책에 동조하면서 사육 환경도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으로는 중·소규모 농가들의 사육 제한으로 사육 의지가 축소돼 결국 한돈 자급률 하락만 불러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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