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Ⅱ 냄새 특집 ④에너지] 분뇨 新자원화로 양돈 지속성 높여야
[창간 19주년 Ⅱ 냄새 특집 ④에너지] 분뇨 新자원화로 양돈 지속성 높여야
가축 분뇨 중 37% 돼지서 발생
90% 이상 자원화…대부분 퇴액비
농지 매년 줄어 새로운 대안 필요

‘양돈-환경오염’인식 분뇨 영향 커
분뇨 가치 제고로 부정적 시각 극복

분뇨로 마을 공동체 살린 獨 눈길
제도적 걸림돌 고치고 지원 절실
  • by 임정은
독일은 개별 농가에서도 소규모 바이오플랜트를 설치,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독일은 개별 농가에서도 소규모 바이오플랜트를 설치,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가축 분뇨가 애초부터 환경오염원, 천덕꾸러기 신세는 아니었다. 부업축산이 주를 이룰 때만하더라도 농경지에 귀중한 거름으로 대접받을 수 있었지만 문제는 양돈 등 축산업이 소득 증대와 축산물 소비 증가를 배경으로 급성장하면서 분뇨 발생량도 급증, 자원이 아닌 수질·토양 대기 오염원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이에 1991년 오수 분뇨 및 축산폐수의 처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을 시작으로 가축분뇨에 대한 본격적인 관리가 시작됐다. 그리고 다시 한번 분뇨에 대한 시각은 변화를 맞게 된다. 06년 가축분뇨는 기존 오분법이 아닌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관리 대상이 됐는데 이것을 계기로 분뇨는 단순 오염물질에서 자원화의 대상이 됐다. 가축분뇨를 오염물질에서 ‘친환경 농업’의 중심에 놓이도록 한 것이다.

특히 12년 가축분뇨의 해양투기 전면 금지는 분뇨는 자원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인식을 더욱 강하게 자리 잡게 했고 정부도 경종농가에 대한 인센티브 등 다양한 지원 정책 등을 펼치면서 자원화는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가축분뇨는 90% 이상 자원화 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자원화율이 이처럼 높아졌지만 분뇨는 여전히 양돈 등 축산농가의 최대 골칫거리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농가의 숨통을 죄어오고 있다. 다시 한번 가축분뇨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시도돼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분뇨 처리의 한계와 새로운 가능성=축산환경관리원의 축산환경정보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가축분뇨는 5천395만6천톤으로 이 가운데 돼지가 37%인 1천993만톤을 생산해냈다. 분뇨 처리방식은 퇴액비화 등 자원화와 정화처리로 나눌 수 있는데 정화처리 위주의 공공처리장에서 처리되는 7% 남짓의 분뇨를 제외하고 90% 이상은 모두 자원화된다. 그리고 자원화는 대부분 퇴액비화가 차지한다.

물론 퇴액비화 역시 자원순환이라는 관점에서는 충분히 가치 있다. 그러나 처리 방법을 보다 다양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퇴액비화는 이를 농경지에 시비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17년 기준 농경지 면적은 200만5천621ha로 지난 07년과 비교할 때 9만6천798ha, 즉 서울 면적의 1.6배에 달하는 농경지가 줄었다. 빠른 도시화 속에 농경지는 점차 줄고 있는데 반대로 가축 사육두수는 돼지만 해도 같은 기간 21%가 늘었다. 이는 곧 농경지에 뿌려져야 할 분뇨 발생량도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가 된다. 돼지 사육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분뇨 발생량은 돼지가 증가하는 만큼 앞으로도 늘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점차 분뇨를 뿌릴 땅은 사라지는 것이다.

더구나 가축은 사시사철 분뇨를 생산해내지만 농경지에 시비하는 기간은 정해져 있다. 이 역시 불가항력적인 문제인데다 하천의 부영양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퇴액비화 위주의 가축분뇨 자원화는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 또한 분뇨의 퇴액비화 시설뿐만 아니라 이를 옮기고 뿌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양돈장에서 발생하는 냄새 못지않게 민원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여기다 양돈 등 축산업의 지속 가능성 차원에서도 분뇨 문제는 다른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악취 관련 민원이 05년 4천302건에서 17년 2만2천851건으로 늘었는데 특히 그 중에서도 축산 관련 악취 민원이 40.4%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양돈업은 제주도의 숨골 분뇨 배출 등이 이슈화되면서 환경오염 산업이라는 인식도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이처럼 양돈업에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지는 동안 해외에서 먼저 불기 시작한 대체육류 바람은 우리나라에도 최근 본격 상륙해 기존 육류 시장을 위협할 새로운 경쟁상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대체육류가 기존 축산업을 통해 생산된 고기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진데는 지금까지 고기를 생산해내는 방식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깊이 관여됐다.

때문에 더욱더 양돈 등 축산업이 단순히 환경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는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분뇨가 반대로 친환경 시대의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양돈업의 지속가능성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분뇨의 재발견=바이오가스는 미생물 등을 이용해 하수나 동물의 분변 등을 분해할 때 생산되어지는 수소, 메탄과 가스라고 정의된다. 또 인터넷 사전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바이오가스는 1억8천만 톤으로 이것을 적정 과정을 통하여 메탄가스 또는 수소가스로 바꿀 경우 석유 소비의 일부를 보충할 수 있는 대체자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도 설명돼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동물의 분변 즉 축산분뇨가 석유를 대체하는 미래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실제 외국에서는 이미 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가스 생산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며 어떻게 분뇨가 에너지화 될 수 있는 것일까. 원리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바이오가스화는 분뇨와 같은 유기물이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혐기성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것으로 적정 온도와 혼합 조건만 맞춰주면 가능하며 여기서 생성되는 바이오가스가 전기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점차 고갈되는 석유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해 태양, 지열,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가 주목받는 요즘, 환경오염의 주범이던 가축분뇨가 신재생에너지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 동향=해외에서는 가축분뇨의 에너지화가 이미 활발히 추진 중이다. EU의 경우 신재생 에너지법에 따라 2020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20% 가량을 재생 가능한 원료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사용할 계획을 세웠으며 미국과 일본 역시 바이오 가스 이용 기술 연구 및 바이오매스 종합전략을 수립하는 등 분뇨의 에너지화에 일찍부터 관심을 갖고 추진 중이다. 특히 일본의 도요다 자동차는 전기차 연료전지 발전에 가축분뇨 바이오가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서도 독일은 가축분뇨의 에너지화에 있어서 자주 참고가 되는 나라 중 하나다. 독일 역시 80년대까지만 해도 퇴액비화가 가축분뇨를 처리하는 일반적인 방식이었지만 악취 발생 및 주변 생활오염 문제가 부각되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바이오 플랜트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독일은 개별 농가 차원의 바이오 플랜트 설치를 적극 지원한 결과 2000년 1천여기이던 가축분뇨 바이오 플랜트가 16년 9천여기로 늘어 독일 내 에너지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몇 년 전 자료이기는 하나 독일의 신재생 에너지 보급량은 1차 에너지 대비 12.5%이며 이 중 바이오 매스 발전이 6.1%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크다.

독일 사례에서 더욱 눈에 띄는 것은 가축분뇨 등을 활용한 바이오 에너지 마을이다. 독일에서 처음으로 바이오 에너지 마을로 조성된 윤데마을은 처음 조성 당시만 해도 주민 중 상당수가 반대했지만 지금은 마을 인근의 축산분뇨와 에너지 작물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해(400~500만kWh 생산) 난방비가 줄고(연간 가구당 800유로) 농가 소득이 늘면서(농가당 연간 22만 유로) 도시민들도 이주해 오는 세계적인 친환경 마을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또 다른 바이오매스 타운인 슐뢰벤 마을의 경우 고령화로 쇠락해가는 마을을 다시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바이오 에너지 생산 사업이 시작됐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작물과 축산분뇨 등을 활용해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는 이 마을은 주민의 75% 이상 참여해 수익을 창출하면서 성공적인 친환경 에너지타운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독일에는 이 같은 바이오 에너지 마을이 200여개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가축분뇨가 단순히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체를 공고히 하고 존속시키는데 가축분뇨를 이용한 에너지의 자급자족과 더 나아가 수익 창출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지난 15년 말 준공이 완료되면서 국내 첫 친환경 에너지타운으로 조성이 된 강원도 홍천의 소매곡리다. 한 때 가축분뇨 냄새 탓에 ‘똥 마을’이라고도 불렸던 이 마을은 냄새가 심했을 뿐만 아니라 여느 농촌마을과 마찬가지로 고령화로 인구가 매년 감소하던 마을이었다. 그러던 것이 바이오가스화시설(100톤/일), 퇴액비 시설(50톤/일), 태양광발전시설(343kW), 소수력발전(7kW)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시설이 들어서면서 매년 2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것은 물론 냄새 문제도 해결되고 관광객들도 찾는 마을이 됐다.

농가의 고령화와 이로 인한 농촌 지역사회의 공동화가 심각한 현실을 고려할 때 가축분뇨가 우리 농촌 문제 해결의 주요 실마리가 될 가능성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분뇨는 더 이상 양돈업을 위협하는 골칫거리가 아니라 오히려 양돈업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조력자도 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현황과 과제=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신재생 에너지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축분뇨의 비중은 더욱 미미하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7년말 현재 유기성 폐자원을 통해 바이오 가스를 생산하는 시설은 98개소이며 이 중에서 가축분뇨 시설이 7개소에 불과하다. 여기서 생산되는 바이오 가스는 연간 154만5천㎥인데 전체 바이오 가스 생산량 3억2천만㎥ 가운데 0.5%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가 분뇨의 에너지화를 본격 추진한 것은 지난 09년 가축분뇨 에너지화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2012년 가축분뇨의 해양배출 금지에 대비하는 한편 대체 에너지원을 확보한다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 물론 민간에서 분뇨 에너지화 시설이 운영됐지만 정부 차원에서 2020년까지 공동자원화 시설 100곳을 에너지화 시설과 연계, 365만톤을 바이오 에너지로 바꾸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설정된 것은 이때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지금 이 목표는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정부는 제3차에너지 기본 계획을 통해 신재생 에너지의 비율을 오는 2040년까지 30~35%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재생 에너지 확대에 대한 의지는 어느 정부보다 높다 할 수 있다. 동시에 분뇨는 어느 때보다 양돈 등 축산농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때문에 지금이 분뇨의 에너지화를 다시 적극 추진할 적기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축분뇨의 에너지화가 지지부진한 원인으로 경제성과 다양한 법적·제도적 걸림돌들을 지적한다. 즉 가축분뇨법, 토지보상법, 비료공정규격,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조정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요구된다. 독일의 경우 가축분뇨의 저장 및 처리를 지원하기 위한 근거 조항이 있는 EGG(재생에너지법)를 비롯해 각 지역정부를 통해 지급되는 바이오 플랜트 시설 보조금, 가축분뇨 재활용 메탄가스에 대한 보조금 등 다양한 지원대책이 가축분뇨의 바이오 플랜트 사업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금 양돈업의 지속 가능성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다름 아닌 분뇨, 특히 냄새다. 그런데 이 분뇨에 새로운 에너지원이자 농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더 이상 분뇨는 양돈업에 위협적인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실제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분뇨의 가치를 높이는 일, 그 속에 양돈업의 지속 가능성도 열릴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