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특집 ②원료육] ASF로 수입 감소…한돈 ‘천재일우’
[창간 19주년 특집 ②원료육] ASF로 수입 감소…한돈 ‘천재일우’
  • 김현구
  • 승인 2019.05.1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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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 햄 사용 비중 매년 갈수록 감소
앞다리 수입량 8년 만에 5배 늘어
온라인·가공시장 수입 돈육 ‘독무대’
생산성·원산지 단속으로 시장 점유

수입 돈육 관세 ‘제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산 및 유럽산의 모든 돈육의 경우 2021년에 관세가 제로가 된다. 즉 돼지고기 시장 전면 개방은 불과 2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올해 발표한 2019 농업전망 보고서의 중장기 돼지고기 수급 예측에 따르면 수입 돈육량은 2023년 46만톤, 2028년 53만톤으로 지속 늘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이 수입 돈육량이 지속 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원료육 시장에서 한돈과 수입 돈육의 ‘소리 없는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 원료육이란 부위별로 나누어지지 않고 도축된 이후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가공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고기를 말한다. 햄·소시지류 제조 시 주로 돼지의 앞다리살 또는 뒷다리살이 사용된다.

문제는 이 원료육 시장에 최근 미산 앞다리 수입이 급증하면서 국내 후지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 이후 앞다리 연간 수입량은 4만톤에서 지난해 19만7천톤으로 5배 늘어나면서 국내산 육가공품 주원료인 한돈 후지를 대체, 그 비중을 높이고 있다. 미산 앞다리가 급속히 증가한 배경에는 FTA 관세 인하 영향으로 한돈 후지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앞다리는 각국 생산 증가로 인한 오퍼가격 안정 및 관세 인하의 영향으로 kg당 2천583원이 형성, 반면 한돈 후지의 경우 kg당 2천950원에 형성되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수입 앞다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7년 기준 국내 햄 류의 경우, 한돈 사용 비중이 53.6%로 매년 하락하며 국산과 수입산 돼지고기가 비슷한 비중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최근 가정 간편식 시장이 크게 성장해 돼지고기 소비도 증가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 여파로 대부분 업체에서는 수입 돈육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한돈 시장에 블루오션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즉석 섭취·편의 식품류의 대표적인 품목인 편의점 도시락 시장 역시 한돈보다 수입 돈육이 수혜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이 FTA 이후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수입 앞다리가 국내 원료육 시장 및 급식 등 식자재 시장을 서서히 잠식하면서 한돈 삼겹·목살 이외 후지 등 나머지 부위 적체가 심화, 국내 육가공업체들이 작업 물량을 추가하기 힘든 구조가 되며 한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론을 미리 내면 원료육 시장은 철저한 경제적 논리에 입각한 시장으로 한돈이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에서 수입 돈육과 대등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돈업계, 농가 정부의 삼위일체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일환으로 최근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수급안정예비비 30억원을 책정, 한돈 소비 활성화를 위해 식자재 업체 및 육가공업계 한돈 뒷다리 사용 확대 지원에 자조금을 투입키로 했다. 우선 양돈조합과 육가공업계간 한돈 뒷다리 장기 구매 MOU 지원 및 식자재업체의 한돈 사용 확대를 위해 수입 돈육 사용 대신 한돈 사용량을 증대한 업체에 차액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한돈업계는 최근 성장하고 있는 가정 간편식 시장 및 온라인 시장을 눈 여겨 봐야 한다.

가정 간편식 시장은 지난 2011년 8천억원에서 2018년 3조9천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가정 간편식 중 편의점 도시락 및 간편 요리 반찬 카테고리 상품군은 매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원료육은 수입 돈육의 독무대다. 또한 온라인·모바일에서의 판매되는 돼지고기 식품의 경우도 원산지를 살펴보면 대부분 수입산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新)시장에서의 주도권은 수입 돈육이 선점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신 시장에 한돈 원료육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양돈조합, 국내 축산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3곳의 양돈조합의 패커 시설이 완공되면 대규모 시설에서 한돈으로 생산된 품질 좋고 가격 경쟁력도 갖춘 가정 간편식이 출시되면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원료육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가들도 할 일이 있다. 지지부진 했던 생산성 향상을 제고해야 하는 것이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국내 출하물량 안정을 통한 가격을 안정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정부는 군대, 공공기관 및 유관단체, 그리고 각급 학교 등 단체 급식에 한돈 사용 의무화를 통해 국내산 원료육 사용에 앞장서야 하고 특히 수입육 원산지 위반 단속 강화를 통해 한돈으로의 둔갑 사용을 철저히 막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 올해 중국발 ASF 영향으로 국제 돈육 시세 상승에 따라 국내산 원료육 부위 사용량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높고 낮음이 큰 국내 돈가의 불안정한 상황에서 국내 원료육 사용 업체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 돈육을 선호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입 돈육 사용량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번 중국발 ASF로 인한 수입량 감소가 국내 업체들의 원료육 사용을 늘리기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에 한돈업계는 이들 업체들의 수입 돈육 비율을 한돈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통해 수입 돈육 가속화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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