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특집 ③부산물시장] 원산지 개념 낮아 수입산 활개
[창간 19주년 특집 ③부산물시장] 원산지 개념 낮아 수입산 활개
한돈 두당 50만9천원 중 부산물 6만원 불과
11년 이후 수입 급증…족발, 자급률 50% 쮣

시장 특성상 외식·가공업체가 주 소비자
표준화된 품질과 안정적 공급이 선결 과제
  • by 임정은

시장 개방 이후 수입 돼지고기가 한돈 시장을 잠식하는 동안 부산물도 예외는 아니었다. 구제역 이후 돼지고기 수입량이 급증했던 지난 11년을 기점으로 수입량은 급증했지만 돈육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돼지 부산물에 대한 국내의 두터운 소비층과 함께 최근 부산물이 새롭게 주목받으며 시장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시장이다.

■국내 돼지 부산물 생산 현황=한돈이라 하면 당연히 정육에 한정지어 다루어지다보니 국내 부산물 생산과 유통, 소비에 대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나 생산규모만 보더라도 결코 소홀할 수 없는 시장이다. 농촌경제연구원 자료 가운데 돼지의 부산물 수율을 이용해 주요 부산물 즉, 두, 내당, 족의 한해 생산량을 도출한 자료가 있는데 이를 보면 14년 기준 각각 9만2천톤, 7만톤, 2만7천톤이었다. 같은 해 한돈 생산량(83만톤)을 기준으로 이들 세 부위만 따져도 한돈 생산량 대비 20% 이상으로 적지 않다. 생산량은 그러한데 돼지 한 마리에서 부산물이 차지하는 가치는 여기에 훨씬 못 미친다. 축산물 품질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도매단계에서 돼지 한 마리의 가치(18년 기준)는 50만9천514원인데 이중 부산물이 10%가 조금 넘는 6만원 수준이다. 농가 단계로 내려가면 그 가치는 더 작아진다.

정육과 비교되는 또 다른 특징은 소비 단계에도 있다. 가정 내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돼지고기와 달리 부산물은 주로 음식점 등을 통해 소비되는데 18년 기준 한돈 유통 경로 조사 자료에 따르면 부산물은 일반음식점과 프랜차이즈를 통한 소비 비중이 73%에 달한다. 또 가공업체를 통해 공급되는 비중도 고기에 비해 높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원산지의 민감도가 떨어지는 시장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 된다.

■부산물의 재발견=높은 부산물 수요를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수입량이다. 국내 부산물 가격이 몇 년째 제자리걸음하면서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어도 수입량이 매년 늘고 있어서다. 특히 부산물 시장도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 가정 내 소비는 더 감소하는 대신 그 수요가 외식과 가공식품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에는 부산물이 대부분 소규모 식당을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의 서민음식으로 자리 매김 돼 있었다면 최근에는 순대국, 족발 등 부산물 프랜차이즈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18년 기준 돼지 부산물의 프랜차이즈를 통한 소비 비중이 17.7%에 달했다.

최근 간편식의 인기와 함께 부산물 가공 식품도 인기를 얻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7년간 농식품 구매 영수증과 가계부 자료 등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돼지·소 안주류 구매액이 다인가구의 경우 11년 892원에서 17년 3천468원으로, 또 1~2인 가구는 14년 3천900원에서 17넌 4천881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 막창 등 ‘홈술·혼술’을 위한 안주 간편식의 출시가 지난해 붐을 이뤘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는 이보다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산의 공습=부산물 수입량은 돼지고기와 마찬가지로 지난 11년을 기점으로 늘기 시작했다. 11년 부산물 수입량은 17만9천톤으로 전년(12만7천톤) 대비 41% 급증했는데 이후 한돈 생산이 지속 증가한 가운데서도 지난 13년을 제외하고 그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증가했다. 이에 지난해 19만6천톤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하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자연히 자급률도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 부산물 요리인 족발의 경우 2010년까지는 국산이 조금 더 많았지만 11년 돼지 족 수입이 전년 대비 71% 급증한 4만1천여톤이 들어오면서 국산 점유율이 32%까지 낮아졌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족발의 자급률은 50%를 밑돌고 있다.

그 사이 국내 부산물은 침체 기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육류유통수출협회가 조사한 돼지 부산물 도매가격을 분석한 결과 부산물 가격은 지난 2010년과 비교해 상승폭이 미미하고 오히려 떨어진 품목도 있었다. 특히 한돈 가격이 호황을 보였던 14~17년에도 부산물 가격은 요지부동이었다. 두내장의 경우 지난 2010년 두당 1만3천원이던 것이 16년부터 지난해까지 1만1천원 이하에서 변동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다.

■한돈 부산물의 생존 전략=부산물은 돼지고기와 달리 외식업체나 가공업체가 일차적인 중요 소비자가 된다. 때문에 부산물 공급에 있어서 요구되는 것은 표준화된 품질의 대량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입 부산물이 시장을 잠식해 갈 수 있었던 원인도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또 유통 단계를 보면 돈육과 달리 1~2차 처리(도매)업체를 거치게 되는데 도축 직후 세척이 필요한 부산물의 경우 가장 중요한 도축단계(1차 도매업체)는 단순히 2차 도매상에 이전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직접적으로 소비처로 부위별 부산물을 공급하는 2차 도매상의 경우 영세하고 소규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량 납품이나 위생관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부산물의 경우 시장 경쟁력을 키우는 데 있어서 가장 시급히 개선이 요구되는 분야가 바로 유통단계다. 아울러 부산물도 품질 및 위생관리 기준을 확립하는 것도 한돈 부산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한돈 시장은 정육만 있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고 수입산 대비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현재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농가 소득원으로서의 기능도 더 강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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