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특집 ⑤외식시장] 한돈 외식 ‘사면초가’…활로 모색을
[창간 19주년 특집 ⑤외식시장] 한돈 외식 ‘사면초가’…활로 모색을
편도족 확산·주52시간 등에 시장 위축
외식 통한 돼지고기 소비 감소 불가피
식당 한돈 사용 비중도 줄어 ‘설상가상’

불황 속 최저임금제 등에 수입육 유리
이베리코·양고기전문점 경쟁자로 부상
한돈 국산 타이틀 안주 말고 변화에 대응
  • by 임정은

외식 시장의 침체가 심상치 않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 기울이던 직장인들은 서둘러 집으로 향하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구워먹던 돼지갈비 외식은 가정 내 간편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특히 한돈은 비좁아진 외식 시장에서 수입 돈육 등의 공세까지 가중되며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외식 시장의 위기=지난 한해 외식 시장은 고전했다. 분기별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를 17년과 18년 각각 비교해 보면 △1분기=65.14→69.45 △2분기=69.04→69.98 △3분기=68.91→67.41 △4분기=68.47→64.2로 1분기를 제외하고 모두 일년전보다 낮았다. 특히 이 가운데 4분기는 최근 3년간 조사된 외식산업 지수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조사 결과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 중 하나가 식재료 구매량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하는 연도별 외식업체 식재료 구매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월평균 식재료 구매량이 16년 559.2㎏, 17년 650㎏으로 증가하다 지난해 538.6㎏으로 감소했다. 식재료를 적게 산만큼 매출이 줄었다는 얘기다. 이처럼 외식 시장이 고전한 이유는 전반적인 소비 침체가 한 원인이지만 중요한 것은 외식시장이 위축될만한 소비 시장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가정간편식이 그렇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8 국내 외식트렌드 조사 보고서를 통해 올해 부상할 외식 트렌드로 외식 시장을 위협하는 간편식 시장의 부상을 꼽았다. 간편 조리 식품, 즉석 섭취 식품 특히 편의점 음식이 다양화 고급화 되면서 간편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편도족’의 확산이 외식업체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다. 야근은 물론 회식 자리도 줄면서 식당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52시간제 이후 소비 장소 자체가 집 밖에서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한 시장조사 기관은 이 같이 주장하며 지난해 7월 이후 포털사이트에 ‘맛집’ 검색이 이전보다 20% 가량 감소한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특히 이 같은 경향은 1인 가구의 증가와 간편식 시장의 성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최근 소비 문화의 전반적인 변화 속에 기존 외식 시장이 집에서 그리고 간편식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외식 시장 속 한돈의 위기=이 같은 변화가 한돈업계에 중요한 것은 우선 전반적인 외식 시장의 위축으로 외식업체들이 사용하는 돼지고기도 줄었기 때문이다. 월평균 돼지고기 구매량은 16년 130.4㎏, 17년 149.7㎏으로 늘었지만 지난해 123.9㎏으로 크게 감소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전체 사용량 증감과 관계없이 한돈의 비중은 계속 줄고 있다는 것이다. 외식 업체들이 사용하는 돼지고기 중 국내산의 비중은 16년 86.3%, 17년 84.9%, 그리고 지난해 78%까지 떨어졌다. 외식 시장에서 한돈은 전체 시장의 위축과 수입산의 확대로 2중의 위협 속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외식업계에서 보는 한돈의 경쟁력은 높다고 보기 힘들다. 한돈은 계절에 따른 가격 편차가 수입육에 비해 크고 품질도 고르지 못하다는 게 외식 업계의 불만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가격 편차가 심하기도 하거니와 수입산과의 가격 차이도 상당하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외식업체들의 식재료 구매 현황 조사 보고서에 밝힌 바에 따르면 외식업체들이 수입산을 사용하는 이유는 역시나 가격 때문(55.5%, 1+2순위 중복 응답)이 가장 많았는데 동시에 수입산이 조달이 용이하고(42.7%) 맛과 품질이 우수(12.2%)하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이는 프랜차이즈에서 보다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외식업체 가운데 프랜차이즈의 한돈 사용 비율은 64.5%로 독립운영업체 89.5%보다 크게 낮았다. 농경연은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의 돼지고기 구매 단가가 독립운영 업체에 비해 10.8% 가량 낮은데 이 같은 요인들이 프랜차이즈의 구매 단가를 낮추는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수입산의 사용이 외식업체의 원가 절감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를 고려하면 최근 최저임금의 상승과 외식 경기의 악화 속에 외식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될수록 수입산 사용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지점이다.

■심화되는 경쟁=점차 위축되는 외식 시장에서 한돈의 입지는 경쟁육류의 공세 속에 더욱 위협받고 있다. 가성비 추구 경향이 강화되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입산에 대한 인식도 우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특히 이베리코 전문점과 같이 최근 수입육 전문점들은 가격은 물론 품질까지 내세우며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새롭고 색다른 맛을 무기로 양꼬치 전문점이 소리 없이 한돈 시장에 경쟁상대로 부상하고 있다. 양고기 수입량(면양+산양)은 15년 9천여톤에서 지난해 1만8천톤으로 3년새 2배 가량 늘었다. 그리고 양고기 전문 판매 식당은 3년전만해도 500여개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이보다 6배 가량 늘어난 3천여개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때 큰 인기를 끌다 그 인기가 한풀 꺾인 듯 했던 무한리필 삼겹살집도 최근 경기 불황의 여파로 다시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수입산 쇠고기까지 가세, 쇠고기 무한리필점들이 외식 시장에서의 한돈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쇠고기 수입량은 41만6천톤으로 전년비 21% 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돈의 대응 방안=외식시장은 52시간제, 최저임금인상,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침체 일로에 놓인 데다 이처럼 수입 돈육·쇠고기 등의 거센 공세 속에 외식 시장에서의 한돈은 더욱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대응이 절실한 때다. 물론 가격 경쟁력 제고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열풍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던 이베리코가 그 좋은 예다. 비싸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한돈에서 볼 수 없었던 스토리와 특별함을 이베리코가 제공했고 그것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이는 역으로 한돈도 비싸더라도 수입육이나 다른 육류가 제공할 수 없는 경쟁력을 키운다면 어려워지는 외식시장에서도 살길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해 서울대 푸드비지니스랩이 전망한 올해 식품외식산업의 트랜드 중 하나가 가격보다 품종을 따지는 소비 패턴의 확산이다. 돼지고기도 그 대표적 품목 중 하나로 지목됐다. 그리고 이미 수입육들은 이 같은 마케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돈도 ‘국내산 돼지 한돈’ 이라는 고정된 이미지와 마케팅에서 보다 다양해지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듣고 맞출 수 있어야 살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소비 시장, 특히 외식 시장은 그 어떤 시장보다 시류에 민감하다는 점을 놓쳐선 안 된다. 때문에 어떻게 시장이 변화하고 있는지 업계 차원에서 모니터링하고 대응전략을 발 빠르게 강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