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 PRRS 라는 유령에서 벗어나기
[양돈현장] PRRS 라는 유령에서 벗어나기
  • by 김동욱
김동욱 수의사 / 한별팜텍
김동욱 수의사 / 한별팜텍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칼 막스의 공산당 선언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공산주의를 유럽을 배회하는 유령으로 지칭했던 이유는 바로 당시 유렵의 힘 있는 권력층이 자신들에게 혹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에 반대하는 세력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산주의 세력으로 규정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어느 책에서 다시 접한 저 공산당 선언의 서문을 보면서 돌연 이렇게 바꿔야 되겠다며 떠오른 문장이 다음과 같다. “하나의 유령이 양돈장을 배회하고 있다. PRRS라는 유령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 역시 공산당 선언에서 공산주의를 유령이라고 표현한 이유와 비슷하다. 바로 농장에서 돼지들의 상태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PRRS의 영향으로 보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PRRS가 튄다거나 PRRS에 흔들린다거나 등. 번식돈군의 식불이 보이면 PRRS를 의심하고 임신사에서 유산이나 조산이 보이면 일단 PRRS를 의심한다. 자돈사에서 호흡기 관련 임상증상이 보이면 일단 PRRS를 의심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농장의 돈군 흔들림이 직접적으로 PRRS의 영향인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하지만 PRRS를 조금만 이해하면 의외로 이런 무차별적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농장에서 PRRS라는 유령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첫째, 우리농장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라. 정기적인 채혈 검사를 통해 우리 농장의 PRRS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최소한 3개월에 한번씩 20일, 40일, 70일령 구간의 채혈을 통해 우리농장이 PRRS 음성 이유자돈이 생산되는 안정화 농장인지 아니면 양성 이유자돈을 생산하는 불안정 농장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안정 농장의 경우 외부에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는 이상 PRRS가 문제를 일으킬 확률은 매우 낮다. 따라서 안정화된 농장에서 돈군의 흔들림이 느껴진다면 일단은 PRRS 보다 다른 질병이나 환기 등의 관리적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을 때 정답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상태가 구분이 되었다면 상태에 맞는 대책을 세워 운영하자. 만약 음성이유자돈이 생산되는 농장이라면 새로운 바이러스가 유입이 되지 않는 이상 번식구간은 비교적 큰 문제없이 관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안정화 농장이라면 농장의 목표를 자돈구간, 더 나아가 가능하다면 농장 전체에서 바이러스를 몰아내는 것에 두면 될 것이다. 올인/올아웃과 함께 피트비우기 혹은 부분적인 디팝 등을 통해 바이러스를 농장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농장의 관리수준, 주변 농장이나 기타 내/외부 차단방역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어느 정도까지를 목표로 할지 결정하면 된다.
만약 불안정 농장, 즉 이유자돈이 감염되어 항원을 배출해 내는 상태라면 일단 안정화를 목표로 농장관리를 진행해야 한다. 이 때 가장 기본은 돈군 폐쇄, 즉 후보돈의 도입 중단이다. 이유자돈이 항원을 배출한다는 것은 모돈의 배속에서 또는 출생 후 분만사에서 모돈의 항원에 감염이 된다는 것이고 이는 임신/분만사의 모돈들 사이에서 항원이 순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 음성 종돈장에서 후보돈을 구입해 적절한 순치 없이 번식 돈군에 편입될 경우 감염된 후보돈에 의해 번식돈군이 반복해서 흔들리게 되어 바이러스 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따라서 후보돈의 도입 중단이 불안정 농장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방법이다. 이렇게 돈군 폐쇄와 함께 주기적인 모니터링 검사와 내부 차단방역에 신경 써서 관리하면 안정화에 도달할 수 있다.

셋째, PRRS 바이러스에 대한 친자확인 검사가 필요하다. 많은 농장에서는 PRRS 검사 의뢰를 통해 항원의 양성/음성 유무를 판단 받는다. 그리고 양성이라면 우리 농장의 항원이 북미형 항원인지 아니면 유럽형 항원인지에 대한 알림을 받는다. 그런데 그 정도만으로는 PRRS라는 귀신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 여기서 한 가지 더 필요한 검사가 바로 바이러스 염기서열 분석 검사다. 최근 농장의 PRRS를 제대로 컨트롤 하고자 하는 농장들은 이 염기서열 검사를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이 염기서열 분석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현재 존재하는 바이러스와 이후 검사를 통해 확인되는 바이러스의 일치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농장이 안정화를 달성한 후 정기 검사 과정에서 다시 항원이 검출되었을 경우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농장의 문제점을 파악한다. 즉 예전 바이러스와 일치되는 바이러스로 확인되었다면 이때는 농장의 내부 차단방역의 문제점을 찾아 보완한다. 반대로 전혀 새로운 바이러스로 확인이 된다면 이때는 농장의 외부 차단방역의 문제점을 찾아 보완하도록 한다.

넷째, 백신은 사고가 났을 때의 자동차 보험과 같다.
자동차 사고가 났을 경우 100% 과실이란 거의 없다. 대부분 상대의 과실대비 내 과실이 차감되어 보상이 된다. PRRS 백신 역시 이 자동차 보험과 유사하다. 100% 방어란 없다. 다만 내 농장의 관리방식이나 유입된 바이러스의 병원성 등에 따라 방어력이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가장 위험한 생각은 PRRS 백신을 하면 완벽한 방어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농장에서 PRRS가 발생해 심한 피해를 입은 경우 제일 많이 듣는 얘기가 ‘백신을 했는데 왜 발생했는지 모르겠다’이다. 농장에서는 PRRS가 외부에서 유입되지 않도록 관리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 이 차단방역 수준이 제고 되지 못한다면 말 그대로 백신은 낭비일 뿐이다. 백신은 차단방역 선이 무너져 혹시라도 발생이 되었을 때 발생되는 임상증상의 최소화를 위한 보험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좋다. 방어운전을 통해 사고를 안나게 하는 것이 핵심이며 사고 뒤에 보험금은 부차적인 것처럼.

PRRS는 한 번 들어오면 농장을 무섭게 뒤집어 놓는 질병은 맞다. 그러나 발생 농장은 알려진 절차를 따라 관리할 경우 어렵지 않게 안정화 단계에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농장이 관리를 통해 안정화가 되어 가는 과정에 있거나 이미 안정화가 된 농장의 경우, 그 중에서도 외부 차단방역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관리되는 농장의 경우에는 사실 PRRS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이런 예민한 반응은 아마도 PRRS가 발생해 겪은 피해에 대한 트라우마의 영향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이 PRRS라는 망령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검사를 통한 확인이다. 주변의 수의사나 컨설턴트와 함께 농장의 PRRS상황에 맞는 진단과 대책을 세우고 이를 착실히 이행해 나간다면 PRRS는 어렵지 않게 통제가 될 것이며 농장의 골치가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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