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 현장] 돼지 도태/폐사 일령 알면 문제 해결도 가능
[양돈 현장] 돼지 도태/폐사 일령 알면 문제 해결도 가능
  • by 신현덕
신현덕 원장 / 신베트동물병원
신현덕 원장 / 신베트동물병원

집약적 생산방식의 양돈장에서 돼지는 태어나서 180일령 즈음이면 시장에 출하가 된다. 태어날 때 1.4kg, 출하체중이 116.4kg라고 하면 생애 기간 중 일당증체가 대략 640g이 된다.
좋은 주인 만나서 좋은 환경, 좋은 사료를 먹고 전염병으로 고생하지 않고 무탈하게 큰 돼지라면 150일령에도 충분히 출하가 가능한 유전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210일령이 돼서야 겨우 출하체중을 맞출 수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PED, PRRS, 써코, 유행성 폐렴 같은 만성소모성질병과 파스튜렐라, 흉막폐렴 등의 기회주의적인 세균에 복합 감염된 경우에 그렇다. 단열도 통풍도 되지 않는 찜통돈사에서 고열 스트레스를 겪어야 하는 돼지도 출하일령이 지연된다.

국내 농장의 생산지표를 분석해보면 살아서 태어나서 출하되는 돼지 두수의 비율은 70% 정도였다. 30% 정도가 죽거나 도태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국내 전산관리 농가 중 상위 30% 그룹에 속하는 농장의 평균 모돈당 연간 생존자돈수는 30.5두인데 출하두수는 21.3두 수준, 생시체중 미달로 임의도태 하는 비율이 4%, 포유중 사고율 11%, 이유 후 출하까지 사고율이 15%나 되었다. 양돈현장에서의 기록은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돈현장에서 기록유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중단된다. 농장주의 관심도 부족한 면이 있고 외국인 근로자들의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농장에서 행해지는 기록 중에서 가장 유효한 두 가지를 들자면, 첫째로 번식돈 사고원인이다. 둘째로는 생시부터 출하까지 도태되거나 폐사하는 자돈의 일령과 원인을 들 수 있다. 번식돈 사고 유형을 기록을 바탕으로 분석해보면 모돈 생산성 향상과 경제수명 연장의 포인트를 짚어낼 수 있다. 감염성 질병, 생산성 불량, 모성애 같은 유전적 관련성, 지제불량 같은 체형문제 등으로 나누어 발생빈도를 알아보면 개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둘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생시부터 출하까지의 사고일령과 그 원인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30%의 돼지가 언제 어느 시기에 무슨 일로 도태되거나 죽는지를 적는 것이다. 분만당일 생시체중 700g이하여서 도태 몇 두, 1일령 초유섭취 불량으로 몇 두, 4일령 조발성 설사로 몇 두, 9일령 압사로 몇 두 하는 식으로 분만사 관리자가 정리하는 것이다.
초기 자돈사 32일령 관절염 도태 몇 두, 45일령 복식호흡 도태 몇 두, 후기 자돈사 65일령 호흡기 폐사 몇 두, 육성사 98일령 황색설사 장염 페사 몇 두, 비육사 110일령 심한 위축돈 도태 몇 두, 140일령 코피가 보이고 급사 몇 두 하는 식으로 돈사별 담당자가 일보에 기록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기록된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수의사나 사양관리 컨설턴트와 상황분석과 문제해결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나가면 엄청난 개선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돈~비육돈의 사고는 전염병적인 요인이 주가 되지만 시설 환경적 측면, 영양적 측면, 사양 관리적 측면, 현장관리자의 실수 등 다양한 원인이 입체적으로 분석되어야 한다.
전염병적인 사고는 사고가 나기 전에 가해진 스트레스와 상관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업무일지에 그 날의 관리자, 실행업무와 기후환경 등을 소상하게 적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돈 이유, 이동, 합방, 백신접종, 사료변경, 관리자 변경, 환기 콘트롤 박스 설정변경 내용, 환돈 격리 상황, 개체치료 내역, 사료차 약제배합 내역, 빈돈사 수세 소독내용도 필요하다.
돼지에게 환경변화는 항상성의 위협을 초래할 수가 있다. 돈사 내 온도일교차, 돈사 이동 전후 추위 또는 고온 노출, 샛바람, 과밀사육과 투쟁, 환기불량, 음수부족, 사료공급 중단, 백신접종 쇼크 등의 스트레스는 돼지면역력을 저하시킨다. 면역력이 떨어진 돼지는 체내에 보유하고 있던 병원체의 급작스런 증식으로 발병하고 다른 돼지에게 전염을 시키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전염병 발생의 촉발요인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비육돈 생산농장은 저위생돈군 상태이다. PRRS, 써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유행성폐렴균, 파스튜렐라, 연쇄상구균, 대장균, 회장염균 등이 상재화 된 상태에 있다. 이런 병원체들이 개별적으로 또는 복합적으로 발병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스트렛서(stressor, 스트레스 유발요인)가 한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도태, 폐사 사고발생 기록을 일자별, 주령별, 월별, 계절별로 분석해보면 거기서 나오는 자료의 경제적 가치는 생각보다 크게 나타난다. 내 농장 일은 내가 손바닥 보듯이 다 안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둔필승총(鈍筆勝聰)이라 했다. 못 쓰는 글씨라도 기록하면 총명함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이다. 근래 동해안 산불이 났을 때 태풍급의 양간지풍은 엄청난 불길로 재난을 키웠다. 불씨에 바람이 가해지면 대형 화재가 되는 것처럼 면역력이 저하된 돼지에 큰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큰 전염병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기록유지와 분석을 통해 내 농장의 전염병 발생 패턴을 알면 사전 대처가 가능해진다. 비육돈 사고율을 반으로 낮추면 양돈수익성은 크게 오른다. 돈가가 올라도 출하할 돼지가 없다면 내 건강도 손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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