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환 칼럼] 적(敵)이 우리에게 생존법을 알려주고 있다
[김오환 칼럼] 적(敵)이 우리에게 생존법을 알려주고 있다
수입 돈육, 한돈 갈 길 알려줘
기적처럼 다가온 기회 살려야
  • by 김오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적(敵)을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러하지 않은 것 같다. 백번 모두 이기는 게 아니고 이길 확률이 높은 의미인 것 같다. 심지어는 적의 내부를 알고도 지는, 완패하는 경우도 있는 없지 않아서다.
얼마 전 어느 신문에서 시리즈를 다루고 있는 기사에서 임진왜란 직전, 왜인들이 조선에 신무기(조총)을 개발 바쳤음에도 조정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조선이 패했다는 내용을 게재한 바 있다. 기사를 읽은 후 곰곰이 생각해봤다.
왜 조정은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일본이 침략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정의 판단과 수백년간 이어온 평화 시대에 조총의 불필요성, 신기술 신문명에 대한 거부(拒否)의 유교 중심의 사회 분위기 등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신문은 왜인이 바친 조총 기술의 용도나 중요성을 ‘알아보지’ 못한 점에 초점을 뒀다. 말하자면 조선 지배층이 세계 각국의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내적(중화중심) 사상에 갇혀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공감하는 바이다. 오늘날 세계도 다르지 않다. 지구촌 시대, 각국의 무역이 자유화된 상황에서 적(敵)들은 우리에게 우리의 취약한 부분을 ‘알려’주고 있다. 취약한 분야, 다시 말해 경쟁력이 없는 산업은 쇠퇴하거나 없어졌다. 농업에서 면화 밀 콩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적들이 알려주는 우리의 ‘약한 고리’를 과소평가하거나 간과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양돈으로 돌아오자. 알다시피 수입 돈육은 한돈의 약점을 ‘알고’ 그 부문을 중점 공략하고 있다. 첫째는 가격 부분이다. 수입돈육은 고가의 한돈 시장을 낮은 가격으로 공략하고 있다. 이에 한돈은 신선도 등 품질로 맞서고 있지만 해(年)가 갈수록 시장 점유율에서 밀리고 있다. 특히 양념육이나 육가공육 시장의 경우 저가의 수입 돈육이 경쟁력이 높다.
둘째, 유명도가 있는 수입 돈육으로의 시장 공략이다. 지난해 ‘이베리코’라는 브랜드 돈육을 통해 한돈의 삼겹과 목살 등 냉장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한돈협회와 소시모 등 소비자단체가 이베리코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취한 것을 보면, 브랜드 수입 돈육은 어느 정도 정착해가고 있다. 이는 무슨무슨포크의 브랜드 한돈 시장을 겨냥, 소비자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입 돈육의 공세로 한돈 점유율은 70% 이하로 떨어졌다. 가랑비에 옷 젖고 있다. 이런 사실을 양돈농가와 업계 모두 ‘알고’ 있다. 문제는 적(수입 돈육)이 한돈의 공략 방법을 알려주고 있음에도 한돈업계의 대응 자세는 임진왜란 직전의 조정(朝廷) 모습과 비슷하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올해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한돈이 기적처럼 회복되고 있다. 기적처럼 다가온 기회 잘 살렸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양돈인 모두의 건투를 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