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년특집-프롤로그] 소비자가 한돈업의 ‘황금 돼지’다
[2019 신년특집-프롤로그] 소비자가 한돈업의 ‘황금 돼지’다
질병•냄새 때문 부정적 인식 싹터
기해년, 양돈 제대로 알리는 기회로
맛있는 돈육•깨끗한 양돈장 노력
소비자 없인 양돈업 지속 불가능
  • by 임정은

2019년은 황금 돼지의 해다. 지난 07년 정해년(丁亥年)에도 황금 돼지해라고 떠들썩했지만 정(丁)자가 화(火)를 의미, 엄밀히 말하는 붉은 돼지의 해였다. 그리고 진짜 황금 돼지의 해가 바로 올해 돌아왔다. 기해년(己亥年)의 기(己)가 노란색 혹은 황금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60년에 한번 돌아온다는 황금 돼지해를 한돈업계가 그냥 보낼 수는 없다.

그렇잖아도 최근 양돈장은 냄새 난다고 자꾸 밀려나고 한돈은 수입육 공세에 시장을 내주고 있다. 최근에는 양돈장의 사육방식이 비인도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만한 언론 보도들도 잇따르고 있다. 그나마 한돈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한돈에 대한 소비자들의 사랑마저 잃지는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때문에 이 같은 위기를 극복, 한돈산업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 황금 돼지해는 좋은 터닝 포인트다. 한돈산업이 맞고 있는 다양한 위기들을 극복하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국민들, 즉 소비자들에게 ‘황금 돼지의 해’는 한돈산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회, 그것도 60년만에 온 기회인 때문이다. 그 관심을 한돈산업과 한돈을 제대로 알리고 지금의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바꿔놓을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한돈산업을 제대로 알리고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지만이 아닌 실제 한돈산업도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한돈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변함없는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길이며 한돈산업이 지속가능한 토대를 갖추는 길이기 때문이다.

■한돈산업을 보는 시각=한해 생산액 7조3천600억원(17년 기준)으로 국내 농업 총 생산액의 15%를 책임지고 있는 1등 산업이 한돈산업이다. 또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먹는 육류는 돼지고기(육류 중 돈육 비율 48.7%, 16년 기준)이며 그 중에서도 한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수입산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이렇듯 자랑스러운 한돈, 한돈산업이지만 웬일인지 한돈산업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눈초리는 싸늘해지고 있다.

냄새나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전염병이 빈발하는, 생산방식이 비인도적인 등등 한돈산업에 덧씌워진 오명들 때문이다. 오죽하면 최근 몇 년 사이 ‘안티 축산·양돈’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그런데 한돈농가들은 억울하다. 이런 이미지들이 대부분 언론보도를 통해 침소봉대된 측면이 없지 않아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한돈산업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언론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다. 구제역과 같은 가축질병, 양돈 폐수 무단방류, 양돈장 내 사건사고 등의 뉴스들을 통해 한돈산업에 대한 이미지들을 형성해온 것이다. 이 같은 지극히 비일상적이고 극소수의 양돈장에 해당하는 얘기들이 전체 한돈산업과 양돈농가들을 대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다 최근 동물보호론자들의 일방적인 매도, 즉 국내 양돈장의 생산방식에 대해 ‘비인도적’이라는 낙인찍기도 한 몫하고 있다. 산업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나 양돈장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고려 없는 여론몰이식 주장에 우리 양돈업은 손 놓고 매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다 최근에는 수입산과의 관계에서도 밀리고 있다. ‘이베리코’니 ‘듀록’이니 하는 품종을 앞세운 수입육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한돈을 구매해왔던 소비자들 혼란스럽게 하기 충분했고 무섭게 수입육 차지가 되고 있는 돼지고기 시장이 그 위력을 실감케 하고 있다. 특별한 품종, 그에 따른 맛과 품질을 홍보하는 수입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돈은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그저 ‘국내산 돈육’으로 그 가치가 한정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그러나 특별한 양 내세우는 수입육의 맛이나 차별화가 사실은 잘 기획된 마케팅의 덕이 8할 이상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제대로 얘기해 주지 않고 있다.

때문에 한돈산업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의 첫 걸음은 ‘제대로 알리기’에 있다. 깨끗한, 건강한, 맛있는 등등의 막연한 이미지만을 내세우거나 국내산이라는 이유로 애국심에 호소하던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돈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들이 대부분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발생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돈산업의 숨겨진 가치를 발굴하고 자랑해야 한다. 지금껏 한돈에 대해 내세워왔던 가치들이 대부분 한돈 자체에 국한된 것이었다면 한돈산업을 통해 유지되는 전후방 산업과 그에 따른 고용 유발, 지역 경제 활성화 등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시대에 뒤떨어진 낙후된 산업이라는 일반의 인식과 달리 최첨단의 기술 접목이 추진되고 있으며 때문에 젊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미래 유망산업이라는 점을 어필해야 한다.

■현실 개선이 뒤따라야=그런데 제대로 알리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는 바로 실제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다. 한돈산업을 비롯해 최근 ‘안티 축산’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 홍보활동 등이 다양하게 전개돼 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다.

그런데 만일 구제역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같은 전염병이 발생해 대규모 살처분이 불가피해진다면, 살충제 달걀과 같은 안전성 관련 문제가 한돈에서 제기된다면, 또 숨골 분뇨 방출과 같은 일이 언론에 오르내리게 된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한돈산업에 대한 이미지 개선 작업이 착실히 이뤄졌다 해도 이 같은 노력들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것은 한 순간이다. 그동안 한돈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키워온 것들도 바로 이 같은 문제들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필요한 질병 예방 노력이나 환경에 대한 책임 의식 등은 양돈농가의 경쟁력 제고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다.

여기다 더 맛있고 깨끗하고 안전한 돼지고기를 생산, 공급하는 것은 한돈산업이 소비자에게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특히 다른 나라들과 달리 구이 문화가 발달해 있고 이는 신선한 냉장육에 대한 선호도를 높여 한돈의 자급률을 방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때문에 돼지고기의 맛과 신선도, 안전성을 높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깨끗한 한돈만큼 중요한 것이 깨끗한 양돈장이다. 냄새는 특히 그렇다. 양돈장 주변 주민들 역시 한돈산업의 소비자이며 그것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양돈장, 한돈산업에 대한 인식을 주도할 수 있는 소비자다. 이들의 인식을 먼저 바꾸기 위해서라도 냄새 발생에 양돈장들이 더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지금껏 양돈산업의 주요 과제는 수입산 돼지고기에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었지만 결국 이 역시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한돈, 한돈산업이 되기 위함이었다. 즉 한돈산업이 소비자들과 함께하기 위한 노력은 시장이 아닌 양돈장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겨야할 때다. 소비자 없이 한돈산업도 없고 한돈산업에 있어서 황금돼지는 바로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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