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한돈업 사회적 역할] 한돈업 가치, 발굴하고 널리 알려야
[신년특집-한돈업 사회적 역할] 한돈업 가치, 발굴하고 널리 알려야
취업 효과 타산업보다 월등히 높아
소비기반도 탄탄…발전 여지 많아
ICT 도입으로 청년 유입•세대교체
돈육 수출 어렵지만 도전 가치 있어
  • by 임정은

한돈산업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부정적 정서는 단순히 인식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의 주된 원인이 되는 냄새, 질병 등은 실제 한돈산업이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다소 억울한 것도 사실이다. 한돈산업이 맛있는 국민 대표 고기 한돈을 생산,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 이외에도 평가받을만한 실체적 가치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한돈산업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의 틀을 깨고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돈산업의 사회적인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한돈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돈은 미래산업=요즘 사회적으로 최대 관심사는 청년 일자리 문제다. 때문에 한돈산업이 청년 일자리 창출에 한 몫 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소비자들에게 한돈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그리고 실제 불가능하지도 않다.

각 산업마다 취업 계수와 취업 유발계수라는 게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취업계수 통계(14년 기준)를 보면 축산분야는 9.4명으로 전체 평균 6.4명보다 많고 취업 유발계수 역시 20.9명으로 전 산업 평균 12.5명에 비해 많다. 취업 계수란 산출액 10억원당 소요되는 취업자 수이며 여기에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 수까지 포함한 수치가 취업유발계수다. 즉 이 통계가 말해주는 것은 다른 분야에 비해 축산이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다는 것이며 여기서 더 눈여겨 볼 것은 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효과(취업유발계수-취업계수)가 11.5명으로 이 역시도 전체 평균 6.1명보다 많다는 것이다. 즉 농장에서 직접 돼지 키우고 소 키우는 일을 하는 사람 외에 한돈 등 축산업이 있기 때문에 일할 수 있는 사람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가장 가깝게는 도축이나 육류 가공분야 혹은 사료분야가 대표적이다. 지난 16년 기준 이들 분야의 종사자수는 각 3만8천여명, 8천400여명으로 전체 식품업계 종사자수가 21만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그렇다면 한돈산업이 유망산업이냐, 그래서 앞으로도 청년들에게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줄 수 있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겠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한돈은 무엇보다 탄탄한 소비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돼지고기 소비량은 1인당 24.5㎏으로 전체 육류 소비량 가운데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이는 OECD 국가들 평균(34%)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한돈업이 가진 최대 경쟁력 중 하나가 바로 우리 국민들의 돈육 사랑이다. 수입육과의 경쟁은 한돈산업이 극복해야 하는 과제이지만 그 어떤 것보다 소비 시장이 있는 한 한돈산업은 지속 가능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래서 실제 양돈장에 젊은 인력의 유입이 늘고 있다. 한돈협회가 조사한 양돈장 농장주의 양돈경력 조사 결과를 보면 5년 미만의 비율이 지난 13년 8.8%에서 17년 16.1%로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이 기간 양돈산업은 고돈가를 형성하며 양돈 2세를 비롯해 새로운 인력 유입이 활발히 진행됐다는 얘기다.

그리고 ICT를 적용한 스마트팜의 확산으로 젊은 인력의 유입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ICT를 적용한 스마트팜은 한돈 산업의 다양한 현안들, 즉 냄새 민원, 동물복지 이슈, 낮은 생산성 등에 있어서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세대, 3세대 기술이 현장에 보급돼 있는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국내 스마트팜의 기술은 여전히 1~1.5세대가 대부분이다. 따라잡아야 할 수준 차이가 꽤 크다. 그럼에도 ICT 기술 특성상 젊은 세대들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이며 ICT 기술 도입과 함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통해 젊은 인력에게는 일자리를, 한돈산업은 미래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스마트팜 조성을 통해 농업을 청년들의 일자리 보고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탄탄한 소비시장을 갖춘 한돈업이야말로 미래 세대를 위한 미래 산업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한돈은 수출산업=한돈업이 수출산업은 아니다. 아직은 그렇다. 하지만 수출은 한돈산업의 지속 발전을 위한 방편의 하나로도,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자랑스러운 수출산업으로서 대접받기 위해서라도 도전해볼만한 과제다. 90년대 말 양돈은 수출산업이었다. 98년 통계를 보면 돼지고기 생산량 73만3천톤, 수입량 5만6천톤, 수출량이 8만8천톤으로 생산량의 10% 이상을 수출했고 수입보다 수출이 57% 가량 많았다.

이후 2000년 구제역 발생으로 중단됐다 다시 조금씩 살아나던 수출은 2010년 최악의 구제역 사태 이후 지금까지 거의 끊긴 상태다. 무엇보다 질병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난해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발표한 한돈 수출 시장 조사 및 전략 개발사업의 보고서를 보면 유력한 수출시장으로 선정된 중국, 홍콩, 대만, 러시아, 베트남 중 홍콩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 돼지열병, 구제역 등으로 냉장·냉동육의 수출은 불가능하며 홍콩, 베트남을 제외하고는 부산물 수출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다시 도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최근 한돈 생산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수입 돼지고기까지 급증하면서 돈가는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돼지고기 수출이 활발했던 지난 99년 수입량이 전년 대비 무려 2.5배 급증했지만 국내 돼지 값은 17만9천원에서 19만9천원으로 오히려 크게 올랐다. 수출을 통한 대체 시장이 중요한 이유다. 거기다 한돈산업이 해외에서 또 하나의 한류 바람을 일으킨다면 소비자에게 더 당당한 한돈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불가능하지만도 않다. 지금은 질병으로 꽁꽁 묶인 냉동·냉장육은 차차 풀어가더라도 현재 열처리 가공육은 일본, 홍콩, 필리핀 등에 수출이 가능하다. 지난해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필리핀 육가공품 시장 조사 보고서를 통해 한돈 가공품이 차별화하고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운다면 한국문화에 관심이 높은 젊은 층과 중산층등에 삼겹살과 같은 한국식 가공품으로 어필할 수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또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홍콩과 마카오 소비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한돈은 품질과 위생 안전 등에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부경양돈농협은 지난해 육가공품의 홍콩 수출이 100만불을 돌파하며 한돈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밖에도 한돈산업에는 다양한 가능성들이 있다. 최근 남북화해 무드 속에 제주도가 남북교류사업을 통해 흑돼지 협력사업을 추진, 돼지가 남북 교류 협력의 마중물이 될지도 관심사다. 또 지금은 골칫거리지만 돼지 분뇨가 유럽 등에서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한돈산업의 이 같은 가치들은 우리가 얼마나 더 발굴하고 갈고 닦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더 빛날 수도, 또 그대로 묻힐 수도 있다는데 있다. 소비자와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이 동시에 한돈산업이 앞으로 지속발전 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