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 인큐베이터 자돈들 잘 자라고 있나요?
[양돈현장] 인큐베이터 자돈들 잘 자라고 있나요?
김태연 수의사 / 한별팜텍
  • by 양돈타임스

아침에 일어나 문밖을 나가면 확연히 날씨가 추워진 게 느껴진다. 콧김과 입김이 나고 바닥에 얼음도 맺혀 있어 짧은 가을을 지나 추운 겨울로 들어가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는 요즘이다.

대부분의 부지런한 농장은 이미 오래 전에 겨울 준비를 마쳤다. 쓸데없는 바람이 들고 나는 자리마다 비닐을 쳐 바람을 막아 두었다. 분만사에는 조금이라도 추위를 막기 위해 보온등을 추가하고 신문을 찢어 두어 신생 자돈이 냉해를 입지 않도록 신경을 더 쓰고 있다.

하지만 많은 농장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인큐베이터이다. 인큐베이터는 기본적으로 이유자돈이 크는 자리이다. 인큐베이터는 젖을 뗀 돼지가 자라는 공간이다. 사람과 달리 뛰고, 놀고 싸우고 다 큰 것 같지만 아직 7㎏ 남짓한 아기일 뿐이다.

겨울에 어린 자돈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온도와 바람을 잘 컨트롤 해야 한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 인큐베이터에만 들어가면 자돈 상태가 망가지는 농장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인큐베이터는 기본적으로 5~7㎏ 정도 자돈 100~120두 정도를 입식해 많아야 25~30㎏ 정도까지 키워내는 자리이다. 자돈이 작으면 작을수록, 외부 온도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입기와 배기를 컨트롤하기 어려워진다.

사실 이제 막 이유한 자돈에게는 큰 환기량이 필요치 않다. 따라서 겨울이 되면 많은 농장에서 인큐베이터 온도를 올리기 위해 입식 후 배기 휀을 꺼 놓고 있다. 워낙 작은 자돈이 자라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며칠 동안 휀을 꺼둔다고 해서 자돈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다만 문제는 입기와 배기 장치에 있다.

한국의 양돈장에 보급된 대부분의 인큐베이터는 배기 휀이 2~3개 정도 달려 있다. 다행히 휀의 배출구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도록 장치가 되어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1~3차 휀으로 나누어 있어 겨울철 입식한 자돈의 환기량을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 입기는 단프라박스를 이용한 입기 혹은 측면 입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구매 초기에는 조절이 잘 되었을지 모르나 시설이 노후화되면서 조절이 잘되지 않거나 불가능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태에서 찬바람을 맞은 자돈은 쉽게 상태가 망가지게 된다. 아마도 인큐베이터를 설계할 때 측면에서 날아온 차가운 바람이 보온등의 온기에 따뜻하게 가온되어 자돈에게 스트레스 없는 공기를 넣어주는 게 목표였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입기가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인큐베이터 입기 이상 : 차가운 바람이 자돈에게 그대로 떨어지고 있다.
인큐베이터 입기 이상 : 차가운 바람이 자돈에게 그대로 떨어지고 있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입기된 차가운 공기가 미처 따뜻해지기 전에 자돈에게 그대로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차가운 공기의 흐름은 관리자가 몸으로는 거의 느낄 수 없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인큐베이터에는 항상 보온등이나 측면 보온판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문만 열어도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입기구 쪽을 손으로 만져보아도 입기구 근처만 서늘할 뿐 조금만 아래로 손을 내려도 차가운 기운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포그머신을 사용해 입기된 공기의 흐름을 확인해 보면 자돈이 차가운 공기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인큐베이터는 단언컨데 농장에서 가장 약한 자돈이 자라는 공간이다. 찬바람이 조금이라도 직접적으로 떨어지게 되면 자돈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날씨가 쌀쌀해 지면서 인큐베이터 자돈 상태가 불량하게 바뀐 농장에서는 반드시 찬바람의 흐름을 확인해 보고 자돈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온공간을 마련하거나 입기구를 자돈에 맞는 크기로 조절해 주어야 한다. 인큐베이터에서 피해를 입은 자돈은 당연히 잔병치레에 시달리고 농장에 경제적 피해를 끼치게 된다. 올 겨울은 유독 더 추울 것 같다. 모쪼록 건강하게 이유한 자돈이 작은 실수로 큰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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