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돈 자급률 60%대로 하락…민관산 제고 노력을
[특별기고] 한돈 자급률 60%대로 하락…민관산 제고 노력을
한돈 국내산 돈육 외 특징 없어
생산성에만 올인…다양성 간과
한돈 정체성에 깊게 고민해봐야

2020~21년 냉장육 무관세 수입
균일성, 차별화로 경쟁력 높여야
‘한돈 스토리텔링’으로 돌파구
104~125kg 출하시 1등급 83%

‘양돈 복지’ 개념•목적 공론화
외국 정책 무조건 따라해선 안 돼
  • by 양돈타임스
이재식 부경양돈농협조합장
이재식 부경양돈농협조합장

최근에 프리미엄 수입 돈육이 한국 돈육 시장을 흔들고 있다. 그동안 수입돈육은 냉동이며 값싼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냉장육의 수입이 늘어나고 냉동과 해동 기술이 발달되면서 수입 돈육의 품질 이미지가 상승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페인에서 수입되는 이베리코 돈육은 국내산 보다 훨씬 인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베리코 마니아층도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수입 돈육의 고품질 특화 상품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다. 한돈 협회에서도 이베리코 돼지의 마케팅에 뒤늦게나마 대응하기 위해 여러 각도로 분석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응책은 없는 듯하다. 나름 대응 방안을 내놓은 것이 과대 광고규제 방안과 실제 먹어보니 맛이 별로더라는 것을 소비자에게 알리자는 소극적인 대응책이다.

경쟁력은 상대의 장점을 깎아 내림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나의 장점을 갖추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미 스토리텔링으로 무장된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소비자들이 맛을 보고 찾고 있는데 이베리코 돼지는 잘못된 광고이며 맛이 기대보다 못하다고 설득할 수 있을까? 오히려 맛있게 먹고 있는 소비자는 이렇게 비웃을지도 모른다. “나는 맛있어서 먹는다” “차별성 없는 한돈보다 스토리 있는 돈육이라서 좋다” 우리 한돈도 지금부터라도 제3의 품질향상과 스토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한돈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우리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정부 주도로 축산물 브랜드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때는 균일화된 양적 확대가 가장 큰 목표였다. 그리고 양적 확대와 균일성 확보측면에서는 대단히 성공적인 정책이었다.

그러나 정책 실시 후 18년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브랜드별로 개성도 가지지 못했다. 우리나라 한돈은 전체가 YLD 삼원 교잡종으로 통일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이 하나의 브랜드가 된 셈이다. 그래서 한돈이라는 카테고리 속으로 들어간 셈이다.

그렇다면 한돈이라는 정체성은 무엇일까 생각해봐야 한다. 국내산 돈육이라는 것 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다. 국내의 브랜드끼리 경쟁을 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한돈이 수입육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우리 한돈의 개성을 가지지 못한 것이 문제다. 한돈 자급률이 60% 대로 하락하는 이때에 정부의 브랜드 정책은 슬며시 뒷걸음질 치면서 막을 내리고 있다. 이제 스스로 자생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불쑥 동물복지라는 것을 내밀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 양돈 산업은 균일성과 생산성 위주로 성장을 추진했다. 꼭 필요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맛은 빠른 속도로 차별화된 맛을 요구하고 있다. 생산자(농장)입장에서는 차별화 보다는 생산성 향상이 더 효율적이었다. 돈가도 그렇게 작용했다.

모두들 품질 차별화를 논할 때면 한국형 종돈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살펴보면 우리 모두가 유럽의 다산성 종돈 도입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리고 마치 자체 개량한 종돈인양 자랑했다. 육질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말이다. 그런데 이제 유럽에서 돈육이 싼값에 몰려오고 있다. 한돈과 같은 종돈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돈의 차별화는 어디서 찾아야 되겠는가?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 국내산이라 품질이 좋다는 말을 하기에는 이론적으로 너무 어설프다. 가격 경쟁력이 매우 중요하지만 차별화 방안도 고려했어야 했다. 다양성이 경쟁력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표>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의 돈육 생산 원가는 우리나라의 59%수준이고 칠레의 대표 수출기업인 아그로슈퍼는 50% 수준이다. 생산성만 가지고 방어하기에는 너무 힘들어 보인다.

그럼 관세율은 어떤가? 칠레산 돈육은 이미 2014년 관세율이 0%이고 미국산 냉장육은 2021년, 유럽산 냉장육은 2020년 7월부터 관세율 0%이다. 그리고 냉장육 수입 비율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수입돈육의 경쟁력은 점점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경쟁력은 개선되고 있는 것일까? 다시 한 번 고심해봐야 한다.

최근 부경양돈조합에서는 3년 동안 목살과 삼겹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았다. 115㎏ 비육돈 한 마리를 도축하면 정육이 약 53㎏ 정도 생산된다. 그중에서 삼겹살은 약 11㎏, 목살은 약 4㎏ 정도 생산된다. 즉 한돈 시장에서 인기 부위인 삼겹과 목살은 28.5% 정도 생산 된다. 그런데 28.5%인 삼겹과 목살이 정육 매출액의 55%정도를 차지한다.

삼겹과 목살이 우리나라 돈육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수입육은 삼겹과 목살을 집중적으로 수입한다. 우리나라 육가공 업체들이 힘들어하는 이유이다. 최근 3년 동안 수입육은 삼겹, 목살, 앞다리를 95.8% 수입했다. 인기 부위만 수입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계절적 특수도 없어졌다.

수입 돈육을 사용하는 업자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국내산보다 제품 균일도가 좋다는 것이다. 가격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 한돈은 균일도가 정말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 도축물량 중에서 1등급 이상은 평균 63% 내외이다. 부경양돈의 경우 74%내외로 관리되고 있다. 부경양돈 브랜드 사업에 참여하는 농장은 종돈과 사료가 통일되어있다.

부경양돈에서 출하하는 원료돈 3년 치에 해당하는 약 100만두를 분석해 보았다. 농장에서 출하체중을 104~125㎏ 이내에만 관리해도 누구나 1등급 이상이 83% 이상 나오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니까 출하 체중에 신경 쓰면 규격적인 면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내부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돈가가 좋았던 원인도 있을 것이다.

최근 동물복지 적용 문제가 정책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진 정책이라도 실효성이 뚜렷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연구나 시험조차 한 번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 제도나 방법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국내 실정에 맞는 체계적인 연구부터 추진해야한다. 그리고 동물복지의 정확한 개념과 목적부터 공론화해서 정립돼야 한다. 기본 개념부터 외국에서 사용하는 것을 단 한 번도 정제하지 않고 따라한다면 우리 한돈 산업의 차별화는 어디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유럽의 종돈을 도입하고 유럽의 사양기술과 유럽의 돈사시설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는 우리 한돈 산업이 유럽의 동물복지개념까지 정부가 나서서 베껴오면 우리 한돈 산업의 정체성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바쁘더라도 계획을 세워서 우리 방식으로 연구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정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돈육 자급률이 60%대로 내려가고 있는 시점에서 더 이상 생산성이 내려가지 않으면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방안에 정부와 학계, 관련 업계 그리고 양돈인들이 함께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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