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 가래를 쓰지 않는 길-농장 일일점검 리스트
[양돈현장] 가래를 쓰지 않는 길-농장 일일점검 리스트
김동욱 수의사 / 한별팜텍
  • by 양돈타임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적은 힘을 들여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큰 힘을 들이게 된다는 뜻이다. 농장을 다니다 보면 이렇게 작은 부주의로 인해 큰 수고로움을 겪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사례 1=최근 날이 갑자기 쌀쌀해 지면서 농장에서 돼지들의 폐사가 늘고 있다. 그런데 이 폐사는 대부분의 경우 작은 부주의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주말에 폐사가 갑자기 늘었다는 농장이 있었다. 낮밤으로 10도가 훌쩍 넘는 큰 일교차, 더욱이 산기슭에 위치한 농장의 새벽 기온은 도시의 기온보다 더 떨어진다. 이 농장의 급작스런 폐사의 원인은 따뜻한 일요일 오후 따사로운 가을 햇살과 함께 슬며시 올라간 돈방 온도를 관리하기 위해 복도의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는 그만 깜빡 창문을 닫는 것을 잊어버리고 퇴근한 관리자의 부주의였다. 그리고 그 대가는 폐사와 이후 치료에 소용되는 약, 그리고 그에 따른 출하일령의 지연일 것이다.

■사례 2=농장을 방문하니 자돈사에서 폐사가 갑자기 늘어났다는 얘기를 하신다. 그간 크게 문제가 없었던 농장이고 추위가 시작되기 이전 재빠르게 겨울준비를 시작한 농장이라 원인이 궁금했다. 자돈사를 둘러보던 중 여름에만 사용되는 2차 휀을 막은 비닐의 아래 부분 마감이 뜯어져 그리로 찬바람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비슷한 사례로 자돈사에서 기침이 갑자기 늘고 사료섭취량이 떨어졌다는 농장이 있었다. 이 농장의 경우 사용하지 않는 벽면에 설치된 2차 휀에 설치된 역풍 방지를 위한 플랩이 떨어져 내려 그리로 바람이 들이쳐 폐사, 기침, 열, 사료섭취 저하가 발생했던 것이다. 이 2차휀의 경우 벽면에서 바로 외부로 통하지 않고 벽에서 L자 관을 통해 하늘로 배기가 되는 형태였고 이런 이유로 플랩의 탈락이 확인이 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 두 경우 역시 그 대가는 사례 1과 같을 것이다.

■사례 3=농장을 방문하니 분만사의 모돈, 이유 모돈들 중 다이어트를 한 듯 홀쭉해진 개체가 꽤 많이 눈에 띄었다. 담당 팀장님께 원인을 여쭤보니 포유모돈 자동급이기의 기계 고장이 증가했는데 확인이 안 돼(사료가 떨어지지 않음에도 컴퓨터상에는 모돈이 레버를 건드릴 때 사료가 내려 온 것으로 표시가 되었음) 발생된 문제라고 하였다. 이 실수의 대가는 모돈의 체형을 회복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 불량한 체형에 의한 번식성적의 저하 그리고 심할 경우 해당 모돈의 도태일 것이다.

■사례 4=분만사의 사료섭취가 줄고 잔량이 늘어난 농장이 있었다. 모돈에게 특별히 열이나 기타 질병으로 의심될만한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사료 자체의 변화도 없었다. 니플의 물 토출 양과 속도도 크게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 농장의 경우 음수라인이 임신사를 거쳐 분만사로 이어지는 구조였고 사료급여시간에 일시적으로 임신사의 모돈들이 사료섭취와 동시에 물을 마심으로서 분만사 모돈들이 사료를 섭취할 때 필요한 물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가압모터를 설치해 보완을 해 운영 중이었다. 그런데 이 가압모터가 고장 난 것을 확인하지 못하고 한동안 분만사의 모돈들은 사료를 먹을 때 물을 제대로 먹지 못해 사료섭취량이 감소했던 것이었다. 사료 급여시간에 분만사의 니플에서 나오는 물의 양과 속도는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이 대가는 모돈의 체형불량, 이유자돈의 상태 저하 그리고 이유 후 모돈의 재귀발정 상태의 불량이었다.

이 외에도 유사한 사례가 많을 것이고 여러분의 농장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사소해 보이지만 큰 대가를 치르게 되는 실수를 막기 위한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농장에서 꼭 점검해야 할 리스트를 만들어 매일같이 점검하게 하는 것이다. 실수의 원인을 알면서도 점검사항을 문서화하고 점검토록 하지 않을 경우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출근 직후 그리고 퇴근 전 일일점검 리스트에 기재된 필수 점검사항을 빠르지만 정확하게 확인한다면 문제 발생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사료와 물과 같은 기본관리 사항과 함께 환기, 특히 입기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통한 확인은 위에서 얘기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길이다. 모돈의 사료와 물 섭취와 관련된 사항의 경우 주 점검 타이밍이 사료 급여 시간이 돼야 하는 만큼 관리자가 사료 급여 후 빠르고 신속하게 모든 모돈의 사료와 물 급여에 대해 점검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에 포함시키면 될 것이다.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관리자들의 경우 모돈의 사료급여 시간은 돈분을 제거하는 시간으로만 인식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모돈이 일어나는 시간인 만큼 이 때처럼 모돈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좋은 시간이 없다. 따라서 일일점검 리스트에 사료, 물의 정상 급여 상태와 함께 모돈의 다양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세부적은 내용을 포함시키고 교육 시킨다면 모돈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를 더욱 빨리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일일 점검 리스트 활용을 통한 간단한 과정이 가래를 쓰지 않고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길임을 잊지 말자.                                                                                  <김동욱 한별팜텍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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