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환칼럼] 가을은 사색의 계절
[김오환칼럼] 가을은 사색의 계절
〈양돈타임스 대표〉

농장 생산성 높아 자신 있더라도
한번쯤 되돌아보는 시간 가졌으면
  • by 양돈타임스

만산홍엽(滿山紅葉),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양돈장에서 일하는 독자들은 고개만 잠깐 돌려도 사방이 산이어서 계절의 맛을 느낄 것이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필자는 붉게 물든 가을의 정취를 맛보려고 휴일 가까운 산에 오른다. 누군가 말했다. 추일산행 보약삼재라고. 가을에 등산하면 보약 세재를 먹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추일산행은 육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안정에도 좋다. 아무 생각없이 소나무 상수리나무 등 숲속에 난 등산로를 호젓하게 걸어보면 편안함이 저절로 느껴진다. 그것도 가을비가 온 다음 축축이 젖은 낙엽을 밟으면 온갖 잡념이 날아간다. 그러나 떨치려 했던 잡생각은 어느 새 뇌리에 튼다. 평범한 인간임을 피할 수 없어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걷고 오르고 반복한다.

양돈타임스 신문은 잘 만들었는지, 내용은 괜찮은지, 놓친 기사는 없는지, 독자에 도움이 되는지 곰곰이 짚어본다. 그러면서 벌써 다음 신문 만들 걱정을 한다. 어떤 내용으로 어떤 기사를 작성하고 어떻게 광고를 요청, 게재할지 고민한다. 다른 생각으로 넘어간다. 그것을 이랬으면 더 나았을텐데 반성하고,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해 혼자 바둑 두면서 걷는다.

어느 새 정상이다. 집에서 가져온 과일과 도너츠를 꺼내 놓고 허기진 배를 채운다. 가만히 앉아 먼 앞산을 바라본다. 다시 상념에 젖는다. 앞으로 어떻게 할(살) 것인지 호흡을 길게 가다듬으면서 일어선다. 다른 방향으로의 하산 길로 접어든다.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사고가 많음으로 조심조심 내려온다. 관절 상하지 않게 스틱을 이용, 한발 한발 내딛는다. 하산할 때는 쉬지 않기 때문에 지하철 입구에 빨리 도착한다. 몸이 뻐쩍 지근하고 힘들고 고달프지만 돌아올 집이 있어서, 또한 목적을 달성해서 그런지 피곤함 속에 행복감에 젖는다.

양돈으로 돌아오자. 추석 이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돈 가격이 빠지고 있다. 고용 등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소비가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다 출하두수까지 많아지면서 4천원선을 무너트리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나 양돈 관계자들이 ‘가을불황’이 없을 것이라 했지만 불안하다. 필자도 긴장되는데 농가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신경이 예민해지면 급해지고 서둘러진다. 쉬어갔으면 한다. 하늘은 맑고 청명한 가을이다.

등산은 입산(入山)과 달리 돌아올 집과 목적이 있는 심신 운동이다. 등산이 힘들면 산책이라도 하면서 양돈을 내다봤으면 한다. 느끼지 못한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어떻게 가야할 지의 길이 보일 것이다. 또한 농장 일에 자신이 있더라고 한번쯤은 되돌아보길 권한다. 분명 달라질 것이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다. 항상 그렇듯 농가들의 건투를 빈다.

owkim@pig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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