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환칼럼] ‘근자감’을 경계한다
[김오환칼럼] ‘근자감’을 경계한다
ASF•하반기 돈가 낙관이 근자감
부족한 점 채워가는 농장 경영을
  • by 양돈타임스

요즘 유행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이길 수 없는데 이길 것 같은 자세로 행동하거나 상대를 우습게 보는 것을 근자감이라 한단다. 예를 들면 한국 축구가 객관적인 실력으로 볼 때 이길 수 없는 팀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일본이 우리보다 낫지만 일본을 깔보는 시각…등등이다.

근자감이 비난, 비판받을만한 것만은 아니다. 극한, 불가능한 상황에서 포기하는 것보다, 어떻게 해서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정신적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 마인드 컨트롤(마음수련)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려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 또한 높이 평가받을만하다. 또한 미래를 밝게, 희망을 가지고 본다는 관점도 근자감의 장점이다.

이를 위해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현안에 최선을 다한다면 근자감은, 인간이 취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이다. 하지만 가정(假定) 상황을 설정해놓고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될’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노력하지 않으면 무책임, 무모하기 짝이 없는 태도가 바로 근자감이다.

양돈으로 돌아오자. 최근 양돈현장은 폭염, 무더위보다 긴장하고 있는 것이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이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무더위는 시간이 가면 지나가고, 폭염의 피해는 1년 정도 되면 회복할 수 있지만 ASF는 한번 발병하면 폐업이 불가피하다. 그런 ASF가 우리 코앞에 왔다. 8월 3일 중국 선양에서 첫 발생하더니 하남성(16일), 강소성(19일), 저장성(23일)에서 잇달아 터졌다.

이에 우리 정부는 연일 ASF 예방관리 T/F대책회의를 개최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농가 역시 방역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문제는 설마 우리나라에서 ASF가 터지겠느냐는 근자감이다. 한해 걸려 구제역이 터지고 있는 이 때, 그런 근자감을 가졌다면 너무나도 안이한 상황 인식이다. 또한 ASF를 구제역과 같은 질병으로 인식,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한 근자감이다. 구제역은 백신이 있지만 ASF는 백신이 없어서다.

그래서 정부는 항공, 항만 등에서 나오는 잔반을 반드시 열처리케 하는 동시에 그걸로 사료나 비료를 생산하는 업체의 지도감독을 철저해야 한다. 또한 농장 내 외국인 근로자의 우편이나 택배 물건 등도 유심히 관찰, 지도했으면 한다.

또 다른 근자감이 하반기 한돈 가격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폭염으로 16년처럼 10~11월 한돈시세가 하락하지 않고 안정세를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한돈과 수입 돈육 재고량을 보면 작년보다 많은데다 최저 임금, 주 52시간 근무 등으로 밑바닥 경기가 만만치 않다. 그만큼 한돈 소비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근자감의 무서운 점은 근자감 그 자체다. 의심 품은 사람의 의심이, 잘못됐다는 것이 무서운 것처럼 말이다. 최근 양돈 분위기를 정확히 읽고 부족한 점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양돈 경영이 필요한 시기다. 항상 그렇듯 농가들의 건투를 빈다. <김오환 양돈타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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