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8월 초 중국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중국 발생 보고였다. 사실 걱정은 하고 있었지만 아직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유럽 지역에서 서유럽을 향해 서진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아프리카 돼지 열병에 대한 심각한 우려는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당장 북한의 국경과 불과 200여 킬로미터 떨어진 심양 지역에서의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생 보고는 충격과 공포로 다가왔다. 어떻게 현재 발생이 되고 있는 지역과 상당한 거리가 떨어진 심양까지 이 질병이 오게 되었는지는 다음 문제였다. 그저 최초 발생지에서의 적절한 조치를 통해 더 이상의 확산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연이어 2차, 3차 발생보고와 함께 그동안 중국에서 진행된 역학조사 결과로 미루어 이미 중국 내에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들어온 것은 최소 2~3개월 이전으로 보이며 사실상 중국 전역에 널리 퍼졌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중국에서의 아프리카 돈열 발생을 계기로 우리 농장에서 차단 방역의 측면에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은 말 그대로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유행하던 돼지 전염병이다. 그런데 이 질병이 최초로 유럽으로 전파된 원인은 돼지나 사람이 아닌 감염된 돼지를 이용해 조리한 음식물 잔반이라고 발표되었다. 이 잔반이 돼지 농장에 급여되는 과정에서 무서운 질병이 대륙을 넘어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건너가게 되었던 것이다. 이 아프리카 돼지 열병과 더불어 2013년 북미 양돈산업을 뒤흔든 PED의 경우도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유사한 경로로 중국에서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바로 중국에서 제조된 부적절하게 처리된 돼지 혈청 분말 성분이 북미지역의 농장으로 사료를 통해 들어가 전파되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사례에서 우리가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은 바로 방심하는 경로를 통해 엄청난 질병이 전파되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농장에서 차단방역에 가장 신경을 쓰는 첫 번째가 바로 외부인이나 외부 물품의 농장 내 반입에 의한 질병의 전파 부분이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농장 내부 깊숙이 들어오는 사료, 정액, 돼지, 관리자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이번 아프리카 돼지 열병의 중국 발생을 계기로 농장에서는 차단방역에 대한 부분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농장에서는 우선 농장 내부 깊숙이 들어오는 것들이 무엇인지 리스트를 작성하고 그것들에 대한 차단 방역이 과연 적절하였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 봐야 한다. 필자가 농장에서 차단방역과 관련해 가장 많이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사료, 그중에서 지대사료의 농장 반입이다. 많은 농장이 관리의 편의성을 위해 지대 사료 창고를 지대 사료를 사용하는 자돈사와 가까운 위치에 설치해 놓았다. 일부 농장은 자돈사 입구를 지대사료 반입창고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대 사료는 일반적인 벌크사료와는 달리 사료 공장에서 여러 농장에서 주문이 들어온 지대사료를 한차에 상차 후 배송을 하게 된다. 또한 지대 사료의 특성상 상차된 사료를 하차하는데 반드시 사람에 의해 하차되어야 한다. 이 때 대부분 농장에서는 지대사료를 운송하시는 기사님이 사료의 하차를 담당하시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적절한 사전 방역 절차가 진행 된 후(기사님의 샤워, 환복 및 농장 신발로의 교체 등) 사료의 하차가 이루어져야 하나 그렇지 못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따라서 농장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농장의 입구 옆에 지대사료 반입창고를 마련하고 그곳에 사료를 하차하게끔 하고 이 창고에서 자외선 소독이나 분무소독과 같은 소독 절차 및 정해진 계류 시간을 거친 후 농장으로 사료가 반입되게끔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이러한 시설을 갖추기 어려울 경우 위에서 언급한 지대사료 기사님에 대한 적절한 사전 방역 절차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바로 농장 관리자들에 대한 방역 부분이다. 샤워 시설이 잘 갖추어진 농장에서도 정작 외부인이 아닌 내부 관리자들이 출입 시 이 샤워와 같은 절차를 종종 무시하고 농장내로 진입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농장 내에 관리사가 있는 경우에도 일과 후 외출했다가 농장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이 절차를 생략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따라서 농장에서 상주하는 인원이라 할지라도 외출 후 농장내로 들어올 때는 외부인에 준하는 차단방역 절차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특히 외국인 관리자들의 경우 이에 대해 농장에서의 교육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부 농장 밀집지역에서는 일과 종료 후 같은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근무하는 농장을 방문해 만나고 돌아오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외국인 관리자들에 대한 농장 출입 시 지켜야 할 절차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이루어 져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걱정되는 부분이 바로 농장의 시설 공사 관련 출입인원에 대한 방역절차이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을 겪으며 내년 여름을 대비한 각종 시설 보완 공사를 예정하고 있는 농장들이 많이 있다. 아울러 올 겨울이 예년에 비해 더 일찍 추위가 찾아오고 추위의 강도 역시 강할 것이라는 예보에 따라 겨울을 잘 나기 위한 시설보강을 준비하는 농장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시설 보수가 이루어지고 있는 농장을 방문해 보면 시설공사를 하시는 분들의 복장이나 사용하는 장비에 대한 방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함을 종종 발견한다. 특히 농장 내부에서 공사를 해야 하는 경우 돈방의 바닥에 접촉할 수밖에 없는 전선이나 사다리 및 각종 공구 등의 경우 적절한 방역 절차 없이 여러 농장을 번갈아가며 사용할 경우 아프리카 돼지열병 뿐 아니라 농장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각종 돼지 질병의 주요 전파원이 될 수 있다. 또한 작업자 분들은 일의 특성이나 작업자의 안전문제로 인해 농장에서 제공하는 방역복이나 비닐 장화 등의 간소화된 방역의복을 착용하고 일하는데 큰 불편이 있다. 따라서 작업자 분들의 작업복이나 신발(장화 또는 작업화)에 대한 별도의 준비가 반드시 필요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대하여 농장차원의 적절한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농장에서는 비단 아프리카 돼지열병 뿐 아니라 해를 건너가며 문제를 일으키는 구제역과 대표적인 소모성 질병인 PRRS와 PED 등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이번 기회에 농장의 차단방역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문제를 찾아 보완하는 기회로 삼아 농장의 돈군 건강 수준이 한 단계 성정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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