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관리자에게 자돈사에서 잘 크던 돼지(good doer)가 갑자기 죽어나가는 것만큼 안타까운 경우도 드물다. 위축돈이나 치료 중이던 돼지라면 그럴 수도 있겠는데 배도 빵빵하고, 피모와 혈색이 좋은 돼지여서 허탈감이 더하기 때문이다.
부종병은 이유를 시키고 2~3주 사이에서 다발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국내 양돈현장에서는 60~80일령에서도 많이 발생해 농가에게 적잖은 피해를 주고 있다. 20여년 넘게 돼지를 키웠지만 부종병이 뭔지 경험하지 못했다는 농장도 많지만 요놈의 병 때문에 돼지 못 키우겠다고 탄식하는 농장을 흔히 만나보곤 한다. 유전적으로 돼지가 부종병 병원체에 저항성이 있는 경우에는 발생하지 않고 감수성이 높은 돼지에서는 부종병이 쉽게 발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종병은 일종의 식중독성 질병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부종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용혈성 대장균이다. 대장균 분류상 쉬가-유사독소 대장균(STEC)에 속하며 F18이라는 장점막 부착 인자와 Stx2e라는 독소를 산생해 돼지 몸 여기저기에 부종을 일으키는 전염병이다.
현장에서 흔히 쉽게 볼 수 있는 부종 부위로는 눈꺼풀, 위벽, 결장부위 장간막 등이다. 뇌혈관에 부종이 생기면 기립불능 상태로 누워서 발버둥 치거나 목을 위로 뻗는 등 신경증상을 보인다. 결장 장간막 조직이 젤리 모양으로 부풀어 있는 것이 가장 눈에 띄며 급사한 경우에는 위내에 소화가 진행되지 않은 사료가 가득 차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위벽에 출혈성 위염 소견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멀쩡하던 돼지가 죽으면 신체외부를 살펴서 부종이 있는지 보고 위를 절개해 사료가 차있는지 위벽에 출혈이 있는지 그리고 결장부위 장 간막에 젤리모양의 부종 여부로 잠정적 진단을 할 수 있다. 사진을 찍어 전문수의사에게 자문을 받아 보도록 한다. 소장, 대장, 장간막 림프절을 실험실로 보내 병원체 분리, 항원 및 독소 검사를 실시해 확진할 수 있다.
부종병이 다발하는 농장의 공통점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내 농장의 돼지가 유전적으로 부종병에 잘 걸리는 병원체 감수성이 높은 돼지이다. 둘째, 급이기 경쟁이 심해서 한 번 차지한 자돈이 사료를 먼저 급하게 과식을 한다. 셋째, 니플 급수기가 아니고 물 먹기가 어렵고 발을 담그고 똥을 싸서 오염된 급수기이다. 넷째, 자돈사를 올인-올아웃하지 못하고 연속사육형태이며 수세-소독 상태가 불량하다. 다섯째, 스트레스 요인이 많다. 잠자리가 불편하고 샛바람 많은 것이 가장 위험하다. 여섯째, 부종병 원인균이 상재한다.
부종병 예방은 양돈현장 상황에 따라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예방백신, 감수성 항생제, 위생관리 강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했는데도 몇 년 동안이나 끊임없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하는 농장들이 있다. 유전적으로 돼지가 부종병 원인균에 감수성이 아주 높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은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큰 효과를 보았다. 첫째, 주로 발생하는 구간이 언제인지를 확인하다. 둘째, 주로 발생 구간에 급여하는 사료에 코팅유기산제와 에센셜 오일 합제 1㎏, 강력 소화제(예 : 인테스탄 1㎏), 감수성 항생제(예 : 아프라마이신 150g 또는 엔로플록사신 100g)를 사료 톤당 기준으로 배합한다. 급사, 증상돈이 많은 경우에는 음수로 비타민/유기산 합제를 공급한다. 병원체 침입을 억제하고, 병원체가 장벽에 부착되는 것을 막고 죽이는 역할을 한다.
셋째, 급이기 접근이 편해야 하며, 니플은 자돈 10두당 1개 기준으로 제공한다. 넷째, 스트레스 요인을 점검하여 제거해준다. 잘 먹고, 자고, 배설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많은 농장에서 부종병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여 약품비만 늘리고 항생제 오남용을 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혹서기는 급이기와 급수기에서 병원체 증식이 엄청나게 빠르다. 돼지들은 다양한 스트레스에 지쳐있어 병에 걸리기 쉽다. 자돈사에서 건강하게 보이던 자돈이 죽는다면 부종병을 의심해 볼 일이다. 염중독, 글래서병, 다양한 세균성 패혈증 등 감별진단도 필요하니 전문수의사와 병성감정 기관의 도움도 받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