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한돈 시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4년 고돈가 속에 호황을 구가해온 한돈 시장이 올해는 다를 수 있다는 경고다. 상반기 내내 지난해 돼지 값 수준을 밑돌면서 이 같은 우려는 막연한 걱정이 아니라 보다 확실한 전망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지난 16년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다. 아니 16년은 지금보다 더 위기감이 컸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16년도 하반기는 전망이 빗나갔고 뚜렷한 가을불황은 없었다. 그렇다면 올해도 그렇게 지나갈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당시 왜 돼지 값이 예상을 깨고 선전했는지 분석했더니 역시나 예상 밖 호재들이 존재했다. 특히 소비가 그랬다. 김영란법, 고지방식의 인기가 동시에 한돈시장을 떠받들었다. 올해 상반기 돼지 값 약세가 지속되면서 이 같은 뚜렷한 소비 호재가 없다는 점이 한 원인으로 종종 지적되곤 했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변수들은 지금 우리 노력으로 만들어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출하물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손 놓고 돼지 값이 떨어지는 것을 두고 볼 수밖에 없는 듯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동안 양돈 시장이 불황 없이 호황을 누려왔던 것도 노력으로 이뤘다기보다 외부적인 요인들이 더 컸다. 그래서 그 사이 가장 기본적인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여전히 현장에는 질병들이 양돈장 생산성을 갉아먹고 품질 제고도 지지부진이다.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듯 보이는 지금, 더 부지런히 돼지들을 돌보고 농장 살림을 챙겨야 할 때다. 하반기 양돈이 가을 불황이 될지, 수익 내는 사업이 될지는 예측할 수도 만들어 낼 수도 없는 변수들이 아니라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