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예상 깬 16년 하반기 선전, 올해는?
[심층분석]예상 깬 16년 하반기 선전, 올해는?
16년
금년 가을 양돈 전망 16년과 유사
당시 4분기 출하 늘어도 4천원 이상
김영란법•고지방식 등 호재 겹쳐
약세 예상돼 돈육 수입량도 감소

18년
올핸 국내외 양돈 분위기 달라 우려
이슈 없지만 소비 꾸준히 늘어 기대
질병 여전해 출하 급증 전망도 주저
하락에 대비한 만큼 농가 손실 줄어
  • by 임정은

올해 하반기 한돈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출하 물량이 돼지 값에 가장 큰 부담요인으로 지목되면서 10월 4천원 이하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은 지난 16년을 떠올리게 한다. 16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상반기 돼지 값이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출하가 13년 이후 다시 1천600만두 이상,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 양돈시장에 대한 위기감이 컸다. 그러나 16년에는 10월에도 4천원 중반대를 형성하며 양돈불황을 비켜갔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당시 어떻게 돼지 값이 예상을 웃도는 선전을 했는지 분석해봤다.

■예상 깬 16년 양돈 시장=13년 돼지 출하두수가 1천600만두를 처음 넘기면서 돼지 값이 크게 하락, 대부분의 양돈농가들이 적자를 기록했다. 그 후유증으로 돼지 사육 및 출하두수가 감소하면서 14년 돼지 값이 30% 이상 급등했으며 이후 15년까지도 돼지 값은 14년에 비해서 더 오르며 강세를 형성했다. 그런데 2년 연속 돼지 값이 오르면서 돼지 입식이 늘었고 그 결과 16년 돼지 출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1천600만마리대는 물론이고 13년 수준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연초부터 돼지 값에 대한 걱정이 컸다. 실제 돼지 값은 2년만에 월평균 3천원대(2월 3천920원)를 기록하는가하면 전년 대비 최고 17% 가량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하반기 출하 급증에 따라 10월 양돈불황이 다시 찾아올 것이란 우려가 컸다. 당시 업계에서는 10월 4천원 이하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돈가 안정자금 투입, 모돈 감축 운동 등이 거론될 정도였다.

그런데 돼지 값이 떨어지기는커녕 9월엔 8월보다 돼지 값이 오르는가하면 16년 들어 처음으로 전년 동월 수준을 넘는 돼지 값이 형성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10월에도 이어져 평균 4천400원대를 기록, 15년(10월 4천313원)에 비해서도 높았다. 결과적으로 14년 이후 3년 연속 양돈 가을 불황을 비켜갈 수 있었다.

■16년과 같은 점·다른 점=16년 하반기 돼지 값이 불황을 피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보다 소비에 있다. 당시 한돈 소비는 호재가 겹쳤다. 특히 9월부터 돼지 값 상승을 주도했던 변수는 김영란법이었다. 추석 명절 한우 소비가 김영란법으로 주춤한 사이 한돈이 반사 이익을 얻으며 9월 돼지 값이 여름 휴가철에 비해서도 높은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살아난 한돈 소비는 고지방 다이어트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으로 다시 한번 상승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당시 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 분석결과 고지방 식단 방송 이후 소비자 중 절반 이상(51.8%)이 실제 축산물 소비를 늘렸으며 이 중 46.2%의 소비자들이 축산물 중에서도 돼지고기 소비를 이전보다 더 많이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보도 시점(9월 19일, 26일) 이후 한돈 소비가 7.9%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자연히 한돈 가격 역시 전년 수준에 머물던 보도 이전과 달리 방송 이후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했다. 이에 비해 올해 한돈 소비는 특별한 호재가 없다. 호재는커녕 올해는 미투, 미세먼지 이슈 등 한돈 소비 악재들이 더 많았으며 이를 반전시킬 변수가 아직까지는 없다.

16년과 올해 모두 출하물량이 돼지 값에 가장 큰 부담요인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그런데 16년의 경우 우려했던 4분기, 특히 10월 출하두수가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10월 돼지 출하두수는 15년 151만두서 16년에는 146만두로 오히려 줄었다. 이로 인해 4분기 돼지 출하물량은 16년 전체 돼지 출하두수에 비해 전년 대비 증가폭이 오히려 적었다. 이는 무엇보다 16년 기록적인 폭염 탓이 컸다. 폭염으로 돼지 폐사가 많았고 10월까지 일부 지역에서는 더위로 출하 지연이 계속됐다. 올해도 여름철 폭염 피해가 있겠지만 당시 그야말로 ‘기록적’인 폭염이 닥쳤던 상황을 감안하면 출하두수에 대한 폭염이라는 변수는 올해와 16년의 차이점으로 분류하는 편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16년은 수입량도 적었다. 16년 돼지 값이 하락하면서 수입량은 연초부터 감소했다. 16년 전체 수입량은 31만8천톤으로 전년 대비 무려 11%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돼지 출하두수는 전년 대비 4% 는데 비해 수입량을 포함한 전체 공급량은 2.7% 가량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비해 올해는 돼지 출하물량 증가에도 수입량이 5월말 이미 20만톤 이상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반기 돼지 값 하락 전망으로 올해도 향후 수입량이 감소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16년은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하면서 세계 돼지고기 교역 물량 가운데 상당부분을 중국이 흡수했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올해는 당시와 달리 중국의 수입 수요가 지난해에 이어 더 줄고 있으며 이에 반해 수출국들은 올해 기록적인 생산량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곧 수입량을 결정짓는 여러 변수 중 세계 시장의 상황은 16년에 비해 크게 불리한 상황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올해 하반기 전망은=16년 시장 상황을 분석해본 결과 분명 당시는 돼지 값을 받쳐줄 변수들이 있었으나 올해는 아직까지 16년 시장의 재현을 기대할만한 변수는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16년 당시와 같은 소비 호재가 없다. 16년 하반기 김영란법과 고지방식 인기와 같은 소비 호재의 분위기가 17년까지 이어져 오면서 고돈가를 지탱하는 가장 주된 원인이 돼 왔지만 올해는 이렇다 할 이슈가 없다. 그러나 전반적인 소비 시장의 규모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1인당 돈육 소비량이 16년 24.1㎏에서 지난해 24.5㎏으로 증가했으며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는 24.6㎏으로 지속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확장 추세에 있는 소비시장을 감안한다면 소비 부진에 따른 돈가 부담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또한 현재 돼지 값에 가장 큰 부담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출하물량이 과연 폭락을 우려할 만큼 증가할지에 대해서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5월말까지 출하두수는 한돈팜스 예측치에 비해서도 늘어 하반기에 대한 걱정을 더 키웠다. 하지만 이번 겨울 PED 피해가 커 자돈 폐사가 많았던 데다 양돈현장에는 여전히 PRRS 등 질병이 상재, 향후 출하물량은 예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서다.

하반기 양돈시장은 결코 녹록치 않은 조건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섣불리 큰 폭의 하락을 점치기 어려운 요소들도 분명 있다. 중요한 것은 계절적으로 돼지 값 하락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인 만큼 농가는 농가대로, 또 업계는 업계대로 하반기 대비를 통해 시장 변동의 충격을 줄이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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