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위생(衛生)이 농장을 살린다!
[양돈현장]위생(衛生)이 농장을 살린다!
  • by 양돈타임스

새벽 네 시에 러시아 시골마을의 호텔 주차장을 나섰다. 러시아 대륙의 서쪽에, 도마뱀처럼 남으로 뻗어있는 예카테린부르크의 양돈 수의 컨설턴트 두 명과 동행했다.

새벽시간이었지만 밖은 사물을 분별하기에 전혀 문제가 없이 밝았다. 시내를 벗어나자 금새 드넓은 평원이 펼쳐졌다. 검은 흙이 보이는 경작지와 초지처럼 보이는 잘 가꾸어진 들판이 보인다. 멀리 자작나무나 미루나무 무리가 이루는 높이가 하늘에 이어질 뿐이었다.

몇 시간을 달려도 내 눈에 보이는 자연 환경은 다름이 없었다. 396km라고 했는데 주유소에 잠시 들른 것 빼고 쉴 새 없이 왔어도 열시 반에서야 농장에 도착했다. 오는 도중에 돈사처럼 보이는 건물은 보질 못했다. 넓은 땅을 원 없이 본 것이 배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밥 먹자는 말 한 마디 없고 쓴 커피만 주는 그들의 생활방식이 무정해서 속이 쓰린 것 같기도 했다. 그들의 고객은 모돈 사육규모가 최소 500두 이상이었으며 모돈 4만5천두가 넘는 고객도 있었다. 이 지역에서는 소규모 농장을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러시아 전체적으로 볼 때 소규모농장(backyard pig-farm)에서 생산하는 돈육 생산량이 2005년도만 해도 72%에 달했으나 2015년도에는 30%선 이하, 2020년도에는 20%선이 붕괴된다는 예측결과가 있었다. 대규모 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대규모 자본투자로 세워진 현대적 시설의 생산성은 유럽 선진 양돈국가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소규모 농장 MSY가 17두 정도라면 기업농장의 MSY는 일반적으로 27두를 넘기는 수준이라고 한다. 한 고객농장은 모돈 1만5천두 규모인데 모돈 회전율 2.37, 복당 이유두수 12.7두이면 PSY가 30.1두였으며 이유 후 출하까지 폐사율이 3.5% 정도였다.

양돈 생산성 차이가 어디에서 나는 지 한 단어로 말하라면 서슴없이 ‘위생’이라고 하겠다. ‘지킬 위(衛), 살릴 생(生)’이다. 귀중한 자원인 돼지를 지키고 살려내는 것이 위생의 기본이며, 돼지 건강에 유익하도록 여건을 갖추고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일이 위생관리에 해당된다. 위생관리는 종돈, 사료, 시설환경, 관리자, 방역 위생 등으로 분석할 수 있고 각 분야에서 위생이 정확히 이루어진다면 돼지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유전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된다.

이날 방문 농장의 농장위치는 완벽했다. 사방 수십km 이내에는 양돈장이 없다고 한다. 전체 농장을 2.4m 높이의 철망 울타리가 에워싸고 있었고 지붕과 처마 어디로도 새 한 마리 날아들 틈이 없었다. 정문을 통과하는 차량은 창고형식의 소독시설에서 철저하게 소독했다. 샤워를 하고 작업복을 갈아입고 위생장갑을 끼고 매 돈사를 옮길 때 마다 장화를 갈아 신고 발판소독을 해야만 출입이 가능하도록 되어있었다. 사진이라도 찍고 싶어 핸드폰 휴대가 가능하냐고 물을 만한 처지가 아니었다. 러시아 변두리에 있는 작은 농장의 위생관리가 뭐 별 것 있겠냐 하는 선입견을 가졌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농장의 사육규모는 모돈 550두 일괄사육 형태였는데 써코바이러스, 흉막폐렴균만 감염이 확인되는 상태였다. 백신접종은 비육돈에는 써코, 돈열(의무접종)만 접종하고 있었고, 번식돈에는 파보, 단독, 렙토스피라감염증 예방용 복합백신과 돈열 백신만을 접종하고 있었다.

분만사, 임신사, 자돈~비육사를 둘러보면서 적잖이 놀랐다. PRRS, 유행성폐렴, AR, 돈적리, 회장염, 옴 등 우리가 너무나 익숙한 전염병이 없는 돼지들이 얼마나 건강하고 예쁘게 성장하는지를 보는 순간 회한의 감정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성장단계마다 매주 그룹 당 2돈방의 체중을 재고 일당증체를 분석하고 있었는데 18주령 돼지에서 섭취량과 일당증체가 감소하는 것 같다고 컨설턴트에게 방문요청 전화를 했던 것이었다. 자돈사와 비육사 환돈을 부검해 질병 감염상태를 확인한 후에는 냉동시설이 된 컨테이너에 사체를 보관했다. 폐사하는 돼지가 별로 없으니 3~4개월에 한 번 정도 전문처리업자에게 맡긴다는 것이었다.

돼지가 건강하다보니 급여사료를 관능적 검사로 볼 때 예년에나 봤던 밀기울 같았다. 저런 것을 먹고 돼지가 크겠나 하는 정도였지만 돼지의 비육 상태는 정말로 탐스러웠다.

6월 현재 러시아의 돈육가격은 국내 돈육가격의 절반수준에 가깝다. 위생관리를 잘해 고품질돈육을 생산하는 기업형 농장의 생산비는 소규모 농장에 비해 크게 낮다. 경쟁력이 없는 소규모 농장의 붕괴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양돈장도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소규모 농장의 경쟁력 요소를 찾기가 어렵다. 위생관리 차원에서는 더욱 더 경쟁력이 없다. 돈육가격이 하락해 돼지 사육 의욕마저 저하된다면 상황은 더욱 걱정된다. 위생에 대한 의식 변화부터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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