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 ① 프롤로그]한돈 소비 적신호…대책 마련 절실
[창간 특집 ① 프롤로그]한돈 소비 적신호…대책 마련 절실
올해 소비자 심리 지수 하락, 한돈도 영향
수입 돈육 한돈 ‘대체육’서 ‘경쟁육’ 급부상
수입 업체, 복지•친환경 컨셉으로 시장 접근
한돈 품질 제고 및 소비자형 도체 판정 도입을
변화된 소비 트렌드 반영한 홍보 수단 찾아야
  • by 김현구

 

올해 한돈산업의 최대 화두는 소비다. 그러나 최근 한돈 소비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8.1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2017년 12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 같은 소비자 심리 하락은 실업률이 증가하는 등 고용 구조가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최저 임금 상승, ‘미투’로 인한 사회 분위기 등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한돈 소비도 올해는 한 풀 꺾이고 있다. 한돈산업은 올해 한돈 공급 물량이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나 한돈 소비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가격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최근 4년간 한돈 고돈가 현상은 소비 증가로 이뤄졌기 때문에 한돈업계는 향후 한돈 소비 증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돈 수요 한계치 왔나=지난 2014년 하반기 한돈 저지방 ‘붐’을 시작으로 한돈 소비가 크게 증가하면서 지난해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4.5㎏으로 지난 2013년 20.9㎏ 대비 17.2%가 상승했다. 이에 따라 한돈가격 역시 지난 2013년 이후 4년간 탕박 평균 기준 4천500원 수준의 고돈가를 형성했다.

특히 지난해 돼지고기 생산량과 수입량 등 최대 공급 물량에도 불구 탕박 기준 4천947원을 기록하면서 이례적으로 높은 가격을 형성했다. 그러나 올해 한돈 가격은 4천원 초반대(4월27일까지 4천95원)에 머물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한돈 가격을 지탱했던 AI 발생, 살충제 계란 파동, 일본 수산물 등으로 인한 한돈 대체 요인이 준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돈 공급량이 올해 사상 최대로 전망된 가운데 한돈 소비가 한계치에 접어들면 고돈가에서 저돈가시대로 다시 회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할 수 있는 현상에는 올해 삼삼데이 소비 저조, 4~5월 나들이 수요가 기대에 밑도는 등 한돈 가격 상승은 정체되고 있다.

■사회 구조 및 소비자 트렌드 변화=최근 4년간 한돈 소비 패턴을 살펴볼 때 한돈 소비가 늘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각종 한돈 ‘붐’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황사 마케팅’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단백실) 식습관’ ‘AI·수산물 대체 효과’ 등으로 한돈 소비는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홍보 마케팅이 이제 힘을 잃고, 한돈으로의 대체 효과도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소비자 트렌드가 변화, 이에 맞춰 한돈 홍보 및 판매 방법이 변화하지 않으면 한돈 소비 정체는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 소비 트렌드를 살펴보면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소확행(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등 작은 것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소비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구매형태와 라이프 스타일이 많이 변하고 있다. 이 같은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개인화 된 사회성’이 공고해져 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의 권위가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권위가 높아지면서 전문가의 붕괴 현상과 맞물려 스스로의 판단을 신뢰하고 인간관계의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이 1인 체제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돈 구매 역시 대형마트의 집단 장소에서 1인이 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편의점, 정육점, 온라인몰로 이동 중이다. 자조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한돈몰’에서 구입하는 한돈 구매량이 매해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며, 유통업계 역시 기존 오프라인인 축산물판매점에서 온라인몰로 판매처를 강화하고 있다.

도드람양돈농협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조합원들이 생산해 낸 한돈 소화를 위해서는 기존 판매처 외 온라인 등 새로운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으며, 또한 부산물 등 요리 개발을 통한 간편식을 시판하는 등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입 돈육, 경쟁자로 부상=최근 농촌경제연구원의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한돈 대체제로 닭고기, 한우, 수입 쇠고기, 오리고기, 수입 돼지고기 순으로 응답했다. 즉 한돈과 수입 돈육은 경쟁 관계가 아닌 각각의 시장을 보유한 것으로 분석된 것. 그러나 수입 돈육이 한돈 사육 환경의 ‘허점’을 간파한 마케팅을 홍보 수단으로 삼고 한돈의 시장을 파고들면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국내 시장을 확장 중인 스페인산 ‘이베리코’의 경우 한국의 동물복지에 겨냥한 ‘방목한 돼지고기’라는 모토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한 칠레, 멕시코 등도 친환경 사육 환경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국내 시장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이는 한돈업계가 그동안 ‘얼리지 않는 냉장 한돈’ 및 신선한 한돈만을 부각했지만, 수입국들은 가성비를 무기로 냉동의 한계에서 벗어나 동물복지, 친환경 사육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돈 시장과는 별개로 수입 돈육만을 사용한 새로운 시장을 지속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수입 돈육 시장은 점점 커져갈 것으로 분석되며 이는 한돈산업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 육류유통세미나에서 참석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국내 양돈농가 감소, 관세율 인하,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 선호도 변화에 따라 수입 돈육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수입 돈육의 공급량 증가는 지난해 유행한 수입 돈육 무한리필점 같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기에 돈육 수입 업체들은 한돈 가격에 상관없이 수입을 지속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돈 차별화 시급=그 동안 고돈가에 취한 것일까? 한돈에 대한 품질이 향상되고 있지 않은 가운데 한돈 차별화를 위해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로 등급 판정 체제를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현재 등급판정 체계는 체중, 등지방이 판정의 주요 기준이 됐지만, 향후 맛, 신선도, PH 등의 맛을 감별할 수 있는 등급판정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최근 소비자들은 한돈 삼겹 등 지방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수입 돈육이 일정한 품질인 것에 대비해 한돈 품질은 상대적으로 불균일하고 이상육도 증가하면서 한돈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각국과의 FTA 체결로 인한 수입 돈육과 무한경쟁체제 속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로 한돈의 ‘애국심’ 마케팅 효과는 점점 줄고 있다. 이에 한돈업계는 돼지 품질 제고 노력과 동시에 변화된 소비 트렌드를 빨리 받아들이는 한편 한돈 소비 증가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요구, 새로운 홍보 수단 발굴 등을 통해 한돈을 차별화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한돈 소비 안정화에도 기여 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김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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