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 ② 소비현황]돈육 소비 증가한 만큼 한돈 늘지 않아
[창간 특집 ② 소비현황]돈육 소비 증가한 만큼 한돈 늘지 않아
한돈 5% 늘 때 수입육 2배 늘어 시장 잠식
세계 돈가 약세로 한돈 소비 기반 위협 가중
수입 쇠고기•양고기 등도 한돈 시장 넘봐
가속화하는 인구절벽•고령화 대책 마련을
  • by 임정은

지난 몇 년 국내 돼지고기 소비량은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 2000년 이후 10년간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이 16.5㎏에서 19.25㎏으로 16.7% 늘었던데 비해 이후 2017년까지는 더 짧은 기간임에도 24.5㎏으로 무려 27.3%가 증가했다. 지난 13년 이후로는 5년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고기하면 돼지고기를 가장 먼저 떠올리고 또 실제로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것이 돼지고기이기도 하다. 특히 세계 어디 내놔도 국내 돼지고기 소비량은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EU, 중국, 베트남 다음으로 많은 수준이며 전체 육류 소비량 가운데 돈육 비중은 EU에 비해서도 높다. 그런데 무엇이 한돈 소비를 양돈업이 당면한 위기의 한 축으로 만든 것일까?

■수입육의 잠식=무엇보다 늘어나는 돼지고기 소비가 곧 한돈 소비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수입육의 돼지고기 시장 잠식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실제 돼지고기 소비량이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돼지고기 자급률은 71% 수준에 그쳤다. 한돈 생산량이 13년 85만톤에서 지난 17년 90만톤으로 5% 증가한 데 비해 같은 기간 돼지고기 수입량은 18만5천톤에서 37만톤으로 2배가 됐다. 이는 곧 최근 증가하는 돼지고기 소비량이 수입육에 의해 채워졌다는 얘기다.

더구나 지금까지 돼지고기 수입량은 한돈 생산량 증감이나 돈가의 등락 등 국내 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종속변수의 성질이 컸다면 최근에는 그 그늘을 차츰 벗어나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돼지고기 생산량 증가와 함께 돼지 값이 하락했다. 때문에 당초 올해 돼지고기 수입이 줄 것으로 전망됐지만 지난 3월 월 수입량으로는 역대 최고치인 5만톤을 넘기며 1분기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가량 증가했다. 그리고 국내 돼지 값은 지난해보다 7%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보다 한돈 생산량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국내 돼지고기 소비량은 한돈으로는 다 충족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수입육의 증가와 돼지 값 하락의 연관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세계적으로 돼지고기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돼지 값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따라오는 또 다른 전망은 그 여파로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수입이 증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이며 지금으로서는 그 시나리오가 맞아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시장 개방이 된 이상 수입육은 한돈의 생산량과 가격에 상관없이 국내서 일정 규모의 시장을 확보하고 그 시장을 더 넓히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볼 것이 분명하다. 그것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막아 내느냐가 한돈 소비의 향후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육류 소비의 다변화=우리나라의 육류 소비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돼지고기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전체 육류 소비는 결코 많지 않지만 돼지고기 소비량으로는 중국, EU 다음 정도 되니 돼지고기 소비 대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남다른 우리나라만의 고기 소비문화 영향이 크다. 즉 구이문화 그 중에서도 삼겹살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그런데 이처럼 돼지고기 소비를 지탱하는 삼겹살의 인기가 차츰 위협받고 있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하고 있는 양고기가 그 중 하나다. 실제 삼겹살 구이집들이 있던 자리는 양고기 꼬치구이 전문점들이 들어서고 대형마트의 육류 진열대에서도 양고기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됐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얼마 전 관세청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양고기 수입량이 최근 몇 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해 수입량은 2년 전에 비해 2배 수준(94.2%↑)까지 늘었다. 건강과 다이어트를 중시하는 요즘 고단백의 양고기는 계속 소비가 늘 것이란 전망이다.

쇠고기, 특히 한돈과 가격 면에서 경쟁관계인 수입 쇠고기도 경계 대상이다. 최근 국내 한 대형마트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이 마트에서는 최근 3년간 수입 쇠고기 매출이 매년 20% 이상 신장하면서 16년에는 한우 매출을 넘어섰다. 실제 쇠고기 수입량은 최근 몇 년 급증하는 추세로 2010년 이후 24만~25만톤대를 보이던 수입량은 14년 28만톤, 15년 29만7천톤, 16년 36만톤까지 늘었다. 여기에는 해외 육류수출협회들의 꾸준한 마케팅이 한 몫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호주산을 제치고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미국산 쇠고기의 시장 공세가 적극적이다. 농촌경제연구원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미국산 쇠고기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소비자가 13년 51.6%에서 17년 65.9%까지 확대됐다. 이는 미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그동안 상당히 완화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따라서 앞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시장 확대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최근 전문 체인점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고급화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한돈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싼 가격이 주요 경쟁력이었던 기존 수입 돼지고기와도 차별화되는 포지셔닝을 통해 시장을 공략해 가고 있다. ‘도토리를 먹고 자란 흑돼지’ ‘세계4대 진미’와 같은 타이틀을 달고 외식업계뿐만 아니라 한돈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가정 소비까지 넘보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유별난 삼겹살 사랑이 없었다면 돼지고기가 오늘날과 같이 우리나라 대표 육류로 자리 잡기 힘들었다. 그런데 한돈, 돼지고가 삼겹살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소비문화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국내 육류 소비 문화·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할 때다.

■인구 사회학적 변화=최근 한국 사회에서 포착되는 가장 뚜렷한 변화의 흐름을 고르라면 인구절벽, 1인 가구의 증가, 고령화일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지난해 신생아수는 35만명으로 통계작성 이래 처음으로 40만명 이하를 기록했다. 70년만 해도 한해 100만명이던 출생아수가 그 사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것이다. 이에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 통계청 추계인구자료에 따르면 65세 고령 인구 비중이 60년에는 40%에 이를 전망이다. 동시에 1인가구 비율은 지난 85년 6.7%이던 것이 15년 27.2%로, 그리고 25년에는 31.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전반적인 소비 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특히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가정식 대체식(HMR) 소비는 늘고 외식 소비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특히 한돈 등 신선 정육 소비는 가정 내 전통적 식사와 외식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최근의 1인 가구 증가라는 변화에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1인 가구 맞춤 소포장 신선육뿐만 아니라 간편식이나 육가공품 시장을 한돈이 선점,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필수인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고령화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육류 섭취량은 55~59세를 100으로 볼 때 65% 수준까지 감소하며 55세 미만 연령대에서는 돈육 소비가 여섯 번째 다소비 품목인데 비해 65세 이상에서는 2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노인층도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 식품 섭취가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는 동시에 한돈을 활용한 고령 친화 식품 개발도 정부와 업계가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

〈임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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