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③ 정 책]소비 뒷받침하는 정책 지속 개발해야
[창간특집 ③ 정 책]소비 뒷받침하는 정책 지속 개발해야
시장 개방 후 생산성 정체-수입 급증
자조금•원산지 단속 이외 정책 강구
저출산 고령화 따른 소비 방안 필요
국민 건강 차원서 부처간 협력 바람직
  • by 양돈타임스

 

한돈산업이 오늘날 맞게 된 위기의 상당 부분은 FTA 등 시장 개방에서 비롯됐다. 특히 한돈소비를 위협하는 요인들 가운데 돼지고기를 포함한 수입육의 공세가 가장 거세다. 때문에 시장 개방 이후 국내 농업 정책은 국내 농축산물 시장과 농가 보호에 초점을 맞췄으며 경쟁력 제고 사업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시장 잠식은 갈수록 심화되고 한돈농가의 경쟁력 제고 속도는 더디기만 한 상황.

그런데 한돈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은 수입육뿐만이 아니다. 출생아수 감소로 갈수록 전체 돼지고기 소비 시장이 축소되는 가운데 가속화되는 고령화는 단순히 수입육으로부터 시장을 지키는 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대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갈수록 그 비중이 크게 증가할 노인 인구를 한돈 소비시장으로 끌어오지 않고는 한돈산업은 지속 가능을 장담하기 어렵다. 또 이는 단순히 한돈 소비가 한돈산업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국민 건강 차원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필요로 하는 정책적 과제가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개방화 시대 한돈 소비와 정책=현재 정부의 한돈을 포함한 축산관련 정책 가운데 국내산 축산물 소비 제고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많지 않다. 다만 정부는 한돈 등 생산자 단체의 자조금을 보조함으로써 각 축종별 소비 홍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지원금은 54억원 규모로 전체 자조금 조성액인 337억원 가운데 16% 가량 차지했다. 아울러 원산지 표시제도는 시장 개방이 이뤄진 한돈시장 보호를 위해 필수적인 제도로 더욱 실효성을 높여 나가야 할 제도 중 하나다.

그런데 한돈 소비 차원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정책은 따로 있다. 다양한 경쟁력 제고 지원 사업들이 그것이다. 경쟁력 제고 사업의 주된 목적인 생산성 제고를 통해 수입육과의 경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개방 이후 국내 농축산물 시장과 농가의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한 정책적 과제가 되면서 현재 축산 정책은 국내 축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15년 기준 축산부문 예산의 51%가 축산업 경쟁력 제고 예산이다.

그런데 결과만 놓고 본다면 그 효과에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돼지 생산성 지표인 MSY를 보면 08년 13.8두서 2010년 15두, 14년 18두까지 증가하는 듯 했지만 이후 MSY는 오히려 감소, 지난해 17.8두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우리가 경쟁해야 하는 외국의 양돈 성적에 비해서는 여전히 크게 뒤떨어진다. 이처럼 생산성 제고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돼지고기 수입량은 시장 개방 직전인 03년 6만1천여톤에서 지난해 37만톤으로 6배가 됐으며 03년까지만 해도 93%에 달하던 돼지고기 자급률은 이제 70%도 버거운 지경이 됐다.

더욱이 최근 축산 정책은 농가 경쟁력 제고 지원에서 환경 관련 규제 강화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시장 개방은 더욱 심화되고 농가 경쟁력은 제자리인 현실을 고려할 때 양돈농가의 경쟁력 제고 지원사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더 적극 강구돼야 할 때다.

■고령화 시대 한돈 소비=그런데 현재의 소비 홍보 지원과 경쟁력 강화 대책만으로 한돈 소비를 살릴 수 있을까. 주지하다시피 지금 한돈산업이 맞고 있는 소비의 위기는 FTA 등 시장 개방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특징지을 수 있는 최근 인구 구조의 변화는 소비 시장, 특히 한돈 등 축산물 소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 출산율은 세계에서도 가장 낮다. 01년부터 합계 출산율이 1.3인 초저출산 국가에 이미 진입했으며 2010~15년 합계출산율은 1.26명으로 북한(2.0명)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출생아수는 35만7천700명으로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았다.

인구 절벽이 현실화될 때 한돈 소비와 연관 지어 전망할 수 있는 결과는 절대적인 소비 시장의 축소다. 우선 취학 아동 수 감소와 군 병력이 감소하면서 단체 급식 시장이 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출생아수가 감소하고 기대수명이 늘면서 심화될 고령화는 더 심각한 문제다. 통계청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2060년에는 40%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돈 소비를 살리기 위해 앞으로 인구 대부분을 차지할 노인층을 빼 놓을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연령대별로 육류 섭취량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55~59세를 100으로 볼 때 60~64세 84.5%, 65~69세 74%, 75세 이상 64.7%로 점차 감소한다. 돼지고기의 경우 하루 평균 섭취량이 41g으로 백미(160.7g), 우유(85.2g), 맥주(75.7g), 배추김치(64.7g), 커피(60.2g)에 이어 여섯 번째로 섭취량이 많은 식품이다. 닭고기, 달걀에 비해서도 많다. 그런데 이는 55세 미만까지에 해당하는 얘기. 그 이후 연령대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55~59세 24.9g, 60~64세 20g으로 줄고 그 이상 연령대에서는 20개의 다소비 식품 순위에도 들지 않는 정도다.

이것이 정부에서도 고령화에 따른 한돈 등 육류 소비 감소를 챙겨야 하는 이유다. 즉 일정 수준의 동물성 단백질은 노인층의 건강을 위해 필수적임에도 씹는 능력의 문제나 육류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소비를 자발적으로 줄이면서 노인층으로 갈수록 육류 소비를 줄이고 있어서다. 이는 섭취 식품이 편중돼 결과적으로 질병 발병 확률과 사회적 질병 비용 증가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노년 인구의 축산물 소비를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영양학적 정책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다양한 고령친화 식품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것이며 특히 노인층에 부족할 수 있는 육류를 이를 통해 공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국내 고령친화식품 정책은 한국산업표준(KS) 제정과 연구개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고령친화식품 산업을 육성하고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비해 우리보다 고령화 문제가 일찍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일본은 이미 지난 11년 고령자용 가공식품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시작으로 고령친화 식품의 표준 규격(스마일케이식)을 마련하는 등 노인층의 영양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령친화 식품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도 고령화 식품에 있어서 정부가 고령인구에 대한 급식, 배달식 표준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시장 참여자들을 독려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노인 인구를 한돈 소비층으로 끌어들이지 않고는 한돈 소비를 살리기 어려워지고 있다. 동시에 이는 한돈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고른 영양소 섭취를 통한 국민건강의 문제이기도 한만큼 정부 차원에서 부처간 협력을 통해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임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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