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 ⑦ 세계•미래의 소비] 불확실한 미래, 한돈만의 가치 만들어야
[창간 특집 ⑦ 세계•미래의 소비] 불확실한 미래, 한돈만의 가치 만들어야
세계 돈육 소비량 1억1천만톤, 한국 57배
1인당 EU•중•베•한국 순…中 증가 빨라
육류 중 돼지고기 OECD 34%, 韓 51%
선진국 중심으로 돈육 소비 둔화 전망
건강 지향•대체 육류 등 극복 과제 많아
  • by 임정은

한 해 동안 세계에서 소비되는 돼지고기는 얼마나 될까? 미국 농무부가 추정한 지난해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은 1억1천50만톤에 달한다. 우리나라 소비량의 57배에 해당한다. 올해는 1억1천303만여톤으로 더 늘 것으로 전망됐다. 그리고 앞으로도 경제 발전과 함께 육류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돼지고기 소비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돼지고기 소비 시장의 미래를 밝게만 보기 힘든 흐름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돼지고기 소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본다.

■각국의 돈육 소비=미 농무부에 따르면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은 08년 9천853만톤에서 17년 1억1천50만톤으로 10년간 12.6%가 늘었다. 이처럼 빠르게 소비가 증가하면서 변하지 않은 것은 돼지고기 최대 소비국이다.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도 세계에서 돼지고기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소비된 돼지고기는 5천481만톤으로 전 세계 소비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중국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소비량이 18% 증가해 소비량 증가 속도도 전 세계 평균을 웃돌았다. 중국 다음으로 소비량이 많은 나라들은 유럽연합(2천83만톤), 러시아(330만톤), 브라질(294만톤), 일본(274만톤) 순이며 우리나라는 200만톤에도 못 미쳐 베트남,(270만톤), 멕시코(218만톤)에 비해서도 적었다.

그런데 1인당 소비량으로 따지면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자료를 보면 지난 16년 기준 OECD 회원국의 1인당 평균 돼지고기 소비량은 23.3㎏으로 한국(28.3㎏)이 평균 대비 21% 가량 많다. OECD 회원국 가운데서는 EU(32.8㎏), 중국(30.8㎏)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그 외 국가까지 포함해도 우리나라보다 많은 국가는 베트남(28.9㎏)이 추가되는 정도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육류 소비량은 55.7㎏로 OECD 평균(69.1㎏)에 비해 적지만 돼지고기에 있어서만큼은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비율로 보면 전체 육류 소비에서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평균 33.7%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50.8%로 월등히 높다. 1인당 소비량이 가장 많은 EU(47%)에 비해서도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소비 비중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고기 소비의 미래=앞으로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은 증가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OECD-FAO(경제협력개발기구-식량농업기구)는 세계 농업 전망을 통해 2026년까지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이 17년 대비 8% 가량 늘 것으로 추산했다. 인구 증가와 개발 도상국을 중심으로 육류 소비량이 증가하는 추세가 반영된 전망이다. 그러나 이처럼 전체 소비량은 증가하지만 1인당 소비량은 오히려 12.27㎏서 12.14㎏으로 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돼지고기 소비량이 포화상태라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EU가 발표하는 중장기 농업 전망을 보면 EU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07년 33.9㎏까지 늘었지만 17년에는 31.8㎏으로 줄었으며 26년까지 그 수준에 멈출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보면 그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과 함께 돼지고기 소비 시장이 성장해 왔으나 미래도 과거와 같은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짐작케 하고 있다. 이는 식품소비에 있어서 건강 지향적 측면이 부각되면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육류 소비 자체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또 동시에 같은 육류라도 적색 육류보다 백색, 즉 닭고기 등으로 소비가 옮겨가는 추세도 한 몫하고 있다. OECD-FAO 전망치를 보면 돼지고기와 함께 쇠고기 1인당 소비량도 17년 6.51㎏서 26년 6.49㎏으로 소폭 감소하지만 가금육 소비는 13.86㎏에서 14.13㎏으로 2% 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미래의 불확실성=과거와 같은 빠른 성장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해도 돼지고기는 여전히 세계인들에게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식탁에 오를 것이며 따라서 양돈산업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남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마저도 위태롭게 하는 이슈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식물성 고기, 배양육 등으로 불리는 대체 육류의 등장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투자해서 유명해진 미국의 임파서블 푸드는 식물성 고기 패티로 만든 임파서블 버거로 지난 16년 7월 첫 선을 보인 이후 현재 미국 내에서만 1천여개가 넘는 레스토랑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 홍콩을 시작으로 아시아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시장성을 입증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0년 12억 달러였던 대체 육류 시장은 오는 20년 30억 달러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같은 대체 육류의 빠른 성장에는 무엇보다 지금의 육류 생산 방식에 대한 비판이 깔려있다. 물과 환경오염이 뒤따르며 공장식 축산의 사육 방식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문제의식이 대체 육류의 등장과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인구 증가 속도를 감안할 때 기존 생산방식으로는 늘어나는 육류 소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때문에 임파서블 버거와 같이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한 대체 육류 외에도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방식의 실험실 고기는 건강과 환경 측면에서 기존 축산 생산방식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전히 안전성에 대한 의심이나 비싼 생산비가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지만 기술 발전을 거듭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면 더 빠르게 시장을 넓혀나갈 수 있게 된다. 오는 25년에는 세계적으로 대체 육류 시장이 보편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채 10년도 남지 않은 미래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도 식품 분야 차세대 10대 기술 중 하나로 대체 육류 등 미래형 대체식품을 선정해 집중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리에게도 대체 육류는 더 이상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지는 돼지고기가 한돈을 대체하는 미래가 올지 아직까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한돈과 한돈업이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대체 육류가 아니더라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란 사실이다. 또 반대로 한돈만의 가치를 만들어 간다면 대체 육류 그 이상의 위기도 극복하고 지속할 수 있을 것이란 사실 또한 분명하다. 또 그것이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임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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