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돼지 생산성 좌우하는 유전력과 환경(하)(12/16)
[특별기고]돼지 생산성 좌우하는 유전력과 환경(하)(12/16)
  • by 양돈타임스
특별기고

돼지 생산성 좌우하는 유전력과 환경 (하)

유전력 우수해도 환경 불량하면 실패
3~5산차 모돈 최대화로 생산성 향상
산차 구성 깨지면 회복 시간 많이 걸려

김성훈 박사/선진한마을 종돈BU장

유전과 상반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환경이다. 환경은 때에 따라 부모에게서 받은 유전 능력을 뛰어 넘기도 한다. 일란성 쌍둥이가 오랜 기간동안 떨어져 있으면 어떤 결과가 올 것인가? 10년 20년을 떨어져 있어도 일란성 쌍둥이로 알아볼 수 있을까?
유전학자들이 사람에 대해서 연구할 때는 일란성 쌍둥이를 비교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한다. 자란 환경이 다른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동일하지만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현상에 대해 그 차이를 알아낼 수 있다면 유전과 환경간의 상호 관계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적으로 동일하다면 그 다음에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환경이다. 우리 집은 5녀 1남이다. 누이가 넷에 여동생이 한 명. 그 중 제일 큰 누이의 키는 160cm를 넘지 못한다. 2번이 162cm이고 3번이 166cm 4번이 168cm이며 막내가 제일 키가 커서 170cm를 넘는다. 큰누이가 1946년생이니 자라는 동안 6·25를 비롯해 겪을 것은 다 겪고 자란 셈이고 막내가 1961년생이니 그래도 입에 풀칠할 걱정은 많이 하지 않은 시대에 살은 것 밖에는 그리 크게 다른 점이 없다. 모두 한 어미에 한 아버지 자식이니 유전적으로 동일하지는 않겠으나 거의 같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실 옆집 할머니는 3번과 4번을 구분하지 못하셨다.
농장의 성적을 좌우하는 것은 우선적으로는 유전적인 측면이다. 우리 농장의 돼지가 가지고 있는 유전적인 능력이 어느 정도인가가 우리 농장 성적의 한계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그리고는 환경이다. 유전적으로 뒤떨어지는 모돈을 가지고 아무리 환경을 개선해도 그 모돈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유전적으로 우수한 돼지는 환경을 아무렇게나 관리해도 성적이 우수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유전능력이 동일하다면 돼지의 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사료의 질과 양, 사양관리 조건 등 환경 조건을 좋게 해야 하지만 아무리 환경조건이 좋아도 돼지가 태어날 때부터 가진 유전적 한계를 초과하지는 못한다. 반면에 아무리 유전적으로 우수한 돼지 일지라도 환경 조건이 불량하면 그 유전적 소질을 충분히 발휘할 수가 없다. 따라서 돼지의 성적을 향상시키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돼지의 유전적 소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좋은 환경 조건을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 농장에 맞는 돼지를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겠으나 돼지의 능력이 우리 농장의 환경에 의해서 제한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경쟁력을 잃고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농장의 환경을 개선하여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데 그리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우선 성적 경쟁에서 뒤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농장에서의 환경은 무엇인가? 환경은 이제까지 설명을 한 그대로 유전적인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이다. 환기, 온도, 돈사의 설비, 급수기의 위치와 물의 흐름, 돈사의 바닥 형태, 종부 방법, 심지어는 일하는 사람의 나이도 환경이 될 수 있다.
산차 구성도 하나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적정 산차를 유지하는 것이 농장의 생산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표1>에서는 총 1만2천928복의 모돈 성적을 분석해 산차별 성적을 표시했다. 여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돼지는 산차에 따라 번식성적에 많은 차이가 있다. 여기에서 산차는 일종의 환경이다. 모돈이 처해 있는 개별적인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모돈의 번식성적 중 산자수는 초산과 2산차를 제외하고는 산차가 많아져도 그리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이유두수가 산차가 증가함에 따라 감소하는 것이다. 산자수가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포유 중에 사고로 더 많은 자돈을 잃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농장의 성적을 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적이 우수한 3~5산의 모돈을 최대로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적정 산차 구성이 깨질 경우에는 농장의 성적이 변화될 수 있다.
<표2>에서는 실제 농장의 산차 구성을 예시한 것으로 이것을 기준으로 하여 성적을 추정해 본 것이다. 각 농장의 산차 구성은 지난 9월말 현재의 상태를 표시한 것이고 그에 따른 성적은 <표1>의 성적을 기준으로 하여 추정한 것으로 실제 성적은 아니지만 대체적인 경향을 미루어 판단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농장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산차에 대한 분포가 변할 수는 있으나 한 가지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일단 산차 구성이 깨어지고 나면 다시 적절한 산차를 구성할 때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전적인 이론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고 농장의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다만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 오던 것과는 무엇인가 한 발자국 향상된 농장의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하기에는 이제는 우리 농장의 규모가 너무 커졌다. 10년쯤 전에 호당 100두를 키우던 시절과는 환경이 변한 것이다. 변화된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삶의 지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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