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돼지 생산성 좌우하는 유전력과 환경(상)(12/09)
[특별기고]돼지 생산성 좌우하는 유전력과 환경(상)(12/09)
  • by 양돈타임스
특별기고

돼지 생산성 좌우하는 유전력과 환경 (상)

농장 경쟁력 떨어지면 ‘퇴출’ 불가피
등지방-유전, 산자 수-환경 영향 커
모돈 F1 사용하는 게 자돈에게 유리

김성훈 박사/선진한마을 종돈BU장

우리나라 돼지 사육두수가 900만두를 넘어섰다. 모두들 조만간에 사육두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 ‘조만간’이 아직은 되지 않은 까닭인지 1년 전에 비하면 오히려 사육두수가 30만두 가량 증가했다. 반면 지난 1년 사이에 1천500여명이 돼지 키우는 것을 포기했다. 돼지를 사육하는 농가의 수가 1만7천여 호에서 1만5천500여 호로 감소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나라의 양돈업도 호당 평균 사육두수가 지난 9월에 600두를 넘어서게 됐다.
돈가 역시 바닥을 지나서 올라갈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으나 얼마나 올라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리 전망이 밝은 편은 아니다.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장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억울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퇴출되는 수박에 길이 없다.
유전의 사전적 해석은 ‘어버이의 성격 체질 형상 따위의 형질이 자손에게 전해짐. 또는 그런 현상’이다. 조상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자손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생김새는 물론이고 성격까지도 닮게 되는 것이 유전이다. 그래서 자연 상태에서는 종족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수컷은 어떤 형태이든 경쟁을 거쳐서 암컷을 차지하도록 되어 있다. 이 결과 이론적으로 다윈의 진화론이나 라마르크의 용불용설 등이 성립되는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사람의 경우에는 일부일처제를 도입해 이러한 자연 법칙을 무시하게 되었으나 이것 또한 유전자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연의 섭리 중에 하나이다. 유전자의 다양성이 없어지면 더 이상의 개량이나 개선의 여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난자에 달려간 수억 개의 정자 중에서 수많은 정자가 거의 동시에 난자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 중에 하나를 난자가 선택해서 수정이 이루어진다. 이때 난자가 정자를 선택하는 원리는 자신과 유전자 조합이 제일 다른 정자를 택하도록 돼 있다. 그래야만 유전자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력은 유전이 되는 정도를 나타낸다. 모든 자손의 성적이 부모와 동일하다면 그 형질에 대한 유전력은 100%이며 그중 반 정도가 유전에 의한 것이라면 50%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유전력이 40% 이상인 경우 유전성이 높다고 한다.
자식이 공부를 못한다고 아이만을 탓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능에 대한 유전력이 50%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지능이 높고 낮음은 부모의 지능에 의해서 반 정도는 결정이 되는 것이고 나머지 50% 중 아이 스스로 노력 여하에 따라 변화될 수 있는 부분이 20%밖에 되지 않는다.
홍역의 경우 일란성 쌍둥이가 같이 이 병을 치를 확률은 95%이고 이란성 쌍둥이라고 하더라도 87%가 홍역을 같이 앓거나 그렇지 않을 확률이라는 것은 홍역에 대한 저항성은 유전적이라기 보다는 아이가 엄마의 자궁 속에서 겪는 환경이나 태어나서 자라는 환경에 의해서 많이 좌우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
돼지에 있어서도 유전력은 중요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료이다.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등지방 두께의 유전력은 50%를 상회하고 있다. 부모의 등지방 두께가 바로 자돈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종돈의 성적이 비육돈의 등지방 두께 형성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산자수나 이유두수, 이유체중 등은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서 더 많이 좌우되므로 개량하는데 많은 시간과 어려움이 따르며 일단 개량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환경을 유지해 주어야만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산자수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환경중에 하나가 모돈의 자궁환경으로 이 자궁환경은 F1모돈이 순종모돈보다 우수하므로 산자수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잡종강세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교배 조합을 선택해야 한다.
변이의 중요성은 이미 말한 바와 같다. 변이가 있어야만 개량이 가능하다. 모든 개체가 유전적으로 동일해 등지방 두께가 똑같다면 유전적으로 더 이상 등지방 두께를 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등지방 두께가 두꺼운 돼지와 얇은 돼지가 있어서 우리가 얇은 돼지를 원한다면 등지방이 얇은 돼지를 선발해 육종하면 될 것이다. 반대로 등지방이 너무 얇아서 문제가 된다면 비육돈을 생산할 때 등지방이 조금 두꺼운 수퇘지와 교배를 시키면 될 것이다.
동복의 자돈이라고 해도 성적은 차이가 나게 마련이고 아무리 오랜 시간동안 폐쇄하여 계통조성을 하였어도 성적이 변이가 있기 마련이다. 돼지는 생물이기 때문에 기계로 찍어내는 공산품을 생각하면 안 된다. 다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여러 가지 유전자가 섞여서 변이가 커지는 것보다는 유전적으로 동일하여 비교적 성적이 고른 돼지를 생산할 수 있다면 돈사의 효율이나 돼지 관리의 효율 면에서 많은 장점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모계와 부계를 따로 육종하는 이유의 답은 매우 간단하다. 그리해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예로부터 돼지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번식성적을 개량하다보니 고기의 맛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아니 고기의 맛이 나빠졌다기 보다는 그전에는 고기의 맛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이제는 양보다는 질이 중요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번식성적을 개량하다가 보니 번식성적을 개량하는 것이 고기의 질에는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고 개량된 번식성적을 포기할 수가 없으니까 고기의 맛을 위해서는 따로 개량을 할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는데 그것이 부계이다.
또한 정액 희석 기술이 발달해 AI가 급속하게 보급되면서 수퇘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무려 10배나 더 많은 비육돈을 생산하게 된 것이다. 수퇘지의 교체율 등을 감안하면 수퇘지의 상대적 중요도가 약 8배 정도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때 돼지를 번식성적 위주로 개량한 모계와 육질 등의 산육성적을 위주로 개량한 부계를 최대한 활용해 돼지 고기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그리고 순종을 모돈으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1대 잡종인 F1을 모돈으로 사용하는 것이 자궁환경 등이 자돈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어서 산자수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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