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순 선임컨설턴트 / CJ 생물자원사업부문 축산기술센터
10월은 호흡기 질병이 워낙 다발하다 보니 ‘호흡기 질병 특별 주의 기간’으로 농장에서 관심을 갖고 관리하게 된다. 그러나 환절기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일교차, 샛바람 등은 호흡기 질병뿐 아니라 소화기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요소로도 작용한다. 즉 환절기와 동절기를 대비할 때 우리가 호흡기 질병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소화기 질병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절기에 양돈장에서 어떠한 부분에 대하여 관심이 필요한지 몇 가지 사례를 통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사례1=충남의 모돈 규모 800두 일괄 사육 농장에서 이유자돈과 육성돈 설사로 인한 폐사 및 환돈 발생 비율이 높았다. 병성감정을 통한 원인분석에서는 자돈사에서 병원성 대장균과 살모넬라 그리고 육성사에서 회장염이 검출되어 복합적인 감염이 발생 중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원인을 분석하면 이유 자돈사 바닥이 시멘트 평사로 되어 있어 자돈 체표면이 분변으로 젖어 있고 잘못된 환기량 설정으로 인한 과도한 바람으로 인해 자돈 체온 유지에 어려움이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호흡기 질병도 발생하였지만 그 보다 원활하지 않은 장운동으로 소화이상과 함께 대장균 등의 이상증식도 늘어나 설사증상이 시작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자돈의 체온을 유지시켜 주기 위하여 시멘트 바닥을 플라스틱 패드로 교체하여 자돈 체표면이 항상 젖은 상태였던 것을 개선하였으며 환기량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였다. 대장균과 살모넬라 피해가 지속되었기 때문에 네오마이신, 콜리스틴 등의 항생제를 첨가하여 주었고 이유초기 병원균 침입에 대응하기 위하여 유기산을 음수첨가 함으로서 병원균 살균 능력, 위장 pH 조정 능력, 장 융모 재생 능력 등을 개선해 주었다.
△사례2=경남의 모돈 규모 600두 일괄사육 농장 육성돈에서 설사증상이 지속되고 있었다. 검은색 혈변 상태가 많았으며 폐사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성장 지연으로 인한 출하 지연으로 밀사가 발생하고 있었다.
원인은 새롭게 병원균이 유입된 경우가 아니라 오랜 기간 회장염이 만성화가 진행된 병력이 있었다. 육성사까지는 임상증상이 크게 관찰되지 않았으나 비육사 전입 이후 임상증상 발현과 증체율 감소가 눈에 띄었다. 오래되고 낡은 비육돈사에서 다른 돈사보다 설사 피해가 많았는데 일교차, 샛바람 등에 의한 호흡기 질병 예방을 위하여 과도하게 환기량을 줄인 것이 피해를 증폭시킨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리고 부족한 니플 숫자도 설사 피해를 증폭시키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대책은 구멍 뚫릴 정도로 낡았던 지붕과 윈치를 보수하고 단열을 강화하여 환기량을 증량 시켜 샛바람과 과도한 온도 하락이 없도록 조치하였다. 부족했던 니플은 플라잉 급수대(플로팅 니플)을 추가 설치하였다. 비육돈에서의 증상이었으므로 휴약기간을 주의하여 약제 첨가도 유지하였으며 밀사 예방을 위하여 일정 기간 동안은 체중이 다소 적어도 출하를 증가시켜 사육 공간을 확보하도록 노력하였다.
위 두 농장의 경우 피해가 완전히 근절되었거나 급감하는데 있어 몇 가지 공통된 작업을 수행하였다. 병명은 달라도 설사라는 피해를 극복하는데 있어서는 모든 농장에서 비슷하게 요구되는 사항들이므로 관심을 갖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단 발병한 세균성 질병을 제어하는데 있어 항생제 투약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정확한 진단과 투약지도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과정이므로 양돈 전문 수의사와의 상담과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실제 농장에서는 예전부터 사용하던 약제라 처방 없이 그냥 사용한다면서 효과도 없는 약을 계속 사용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이러한 불상사를 막기위해 반드시 전문 수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제를 선택하고 효과를 모니터링 해야 한다. A 질병에 B라는 항생제가 늘 효과를 보면 참 좋겠지만 현장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돈군에서 효과를 정확히 판단하고 우리 농장에 맞는 약제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쉽게 모니터링 하는 방법은 임상증상이 발생하던 개체들의 등에 락카로 표시하고 일정 기간 동안 임상증상의 변화를 매일 관찰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개체에서 임상 증상이 개선이 된다면 물론 좋겠지만 아닐 경우 수의사와 다시 상담하여 다른 처방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약제 선택을 실시할 때 병성감정을 통해 약제 감수성 테스트를 실시하여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도 추천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양돈장에서 가장 중요한 관리 요소 한 가지를 선택하라 한다면 주저 없이 ‘음수관리’라고 말하고 싶다. 2007년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서 발표한 ‘현대의학에 기여한 성과’ 순위에서 항생제, 백신 등을 제치고 상하수도 시설의 발전이 1위를 차지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 모든 동물의 건강에 있어 깨끗한 물은 필수 요소이다. 하지만 위 사례의 농장 모두 공통적으로 돼지가 먹는 음수가 오염되어 있었다. 원수는 정기적인 검사에서 깨끗했지만 실제 돈사의 배관을 통과한 음수는 오염된 경우가 많다. 오염된 배관은 청소를 통해 깨끗하게 관리하도록 하였으며 유기산이나 음수용 소독제를 통하여 돼지가 먹는 물이 항상 깨끗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또한 많은 사양가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설사 끝나면 호흡기 붙는다’라는 표현이다.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봐도 오랜 기간 설사로 고생한 돼지는 겨우겨우 장염은 회복했다 하여도 체력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집단 사육으로 인해 본인이 원하는 최적 환경이 마련되지 않을 때 다른 질병이 발생할 확률은 높아진다.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자돈 시기 모돈으로부터 전달받은 모체이행 항체는 대부분 없어지고 자돈 스스로의 면역을 형성해야 할 시점에 설사로 인해 충분한 영양, 체형 그리고 성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돈은 면역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
아직도 농장에 가면 좋은 약이나 백신 있으면 추천해 보라는 요구를 많이 받는다. 물론 좋은 약이나 백신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농장이 정말 필요한 게 ‘약’인지에 대해서는 사양가들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약은 병에 걸렸을 때 필요하다. 즉 병에 안 걸리면 약은 필요 없다. 돼지가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의 덥고 습한 환경에서 더러운 물마시고 병원균도 쉽게 접하게 되면 당연히 설사한다. 우리가 돼지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강해 준다면 굳이 약에 의존하지 않고도 이번 환절기와 동절기에 농장의 피해를 많이 예방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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