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김동욱]혹서기, 모돈만큼 정액 관리도 중요(8/10)
[양돈현장/김동욱]혹서기, 모돈만큼 정액 관리도 중요(8/10)
  • by 양돈타임스
[양돈현장]혹서기, 모돈만큼 정액 관리도 중요

김동욱 수의사 / 한별팜텍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사람도 이렇게 더운데 돈사안의 돼지들은 오죽할까? 농장에서는 더위에 지친 돼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모돈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무더위로 인한 번식성적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 많은 농장이 에어컨이나 쿨링 패드와 같은 온도 저감시설을 설치하였고 그것도 모자라 더위를 이겨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들을 사료에 첨가하여 더위에 지친 모돈의 기력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번식이란 모돈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번식이란 모돈(난자)과 웅돈(정자)의 합작품이다. 따라서 하절기 번식성적 저하를 막기 위해 농장은 더위에 지친 모돈에 대한 관심만큼 정액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액보관고 온도 관리=모든 번식농장에서는 정액 보관장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전자장치에 의해 항상 16도에서 17도 사이의 온도가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자장치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자칫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전자장치가 보여주는 온도는 관찰 시점의 온도이지 그 온도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모든 정액 보관고에는 아날로그형 최고/최저 온도계나 디지털 데이터로거 (시간에 따른 온도의 변화를 기록하는 장치)를 비치해 보관고 내 온도변화 여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온도 충격 최소화=모돈 보다 정액이 온도변화에 훨씬 민감하다. 정액은 AI센터에서 제조 배송과정에서도 잠깐씩이지만 온도의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농장에 배송된 이후 온도의 충격을 받는 시간이 훨씬 길다. 농장으로 입고된 정액은 정액보관고를 여닫는 과정에서 온도 충격을 받는다. 특히 요즘과 같은 무더위에는 필요한 정액을 꺼내는 잠깐의 과정에도 정액 보관고 온도가 2~3도 정도 올라간다. 따라서 정액 보관고를 여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정액보관고가 보관되어 있는 장소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 많은 농장은 방역적인 이유로 농장으로 배송되는 정액을 1차적으로 수용하는 보관고가 외부물품 반입창고에 위치한다. 그런데 외부물품 반입창고는 기본적으로 단열이라는 것은 고려되지 않고 지어진 곳이 대부분이며 단열시설이 전혀 없는 컨테이너를 이용하는 곳도 많다. 이런 외부물품 반입창고의 한여름 온도는 상상을 초월하며 보관고를 열고 닫는 과정에서 또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정액 보관고의 작동 오류에 정액이 받을 충격은 훨씬 크다.
정액의 이동과정에서 받는 온도 충격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외부 물품 창고에서 필요한 정액을 가지고 종부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단열이 되는 장치를 이용하지 않고 그냥 옮길 경우 정액이 받는 온도 충격은 굉장히 크다. 따라서 반드시 아이스박스와 같은 단열 기능이 있는 운반상자를 이용해 종부사로 이동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렇게 단열 상자에 담아 이동한 정액이 종부사에서 종부가 이루어지는 동안 제대로 보관이 돼야 한다. 종부에 집중하다 보면 정액을 담아온 아이스박스 덮개를 닫는 것을 깜박하고 한참을 열어놓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정액에는 커다란 충격이 된다.
▷정자의 모양과 활력 점검=많은 농장에서 정액 검사용 현미경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하절기에서 10월까지는 꼼꼼하게 현미경으로 정액을 들여다 볼 것을 권한다. 오늘 채취한 신선한 정액은 사실 60일 전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정자가 포함된 정액이다. 따라서 더위가 시작되던 6월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정자가 8월에 정액으로 공급되는 것이고 무더운 8월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정자는 10월에 공급되는 것이다. 따라서 8월에서 10월까지가 농장에서 정액의 활력과 기형에 대한 분석을 특별히 꼼꼼하게 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자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시점과 배출되기까지의 60일의 간격-완전히 무더운 혹서기보다 오히려 9월에서 10월의 농장 수태율이 감소되는 것을 단순히 모돈 문제만으로 보기 힘든 이유다.
번식은 음양의 조화이므로 더위에 헐떡이는 모돈 만큼 농장에서 사용되는 정액에도 관심을 기울여 혹서기 이후 번식성적 저하를 예방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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