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김동욱]농장 기록 자료의 활용을 시작하자(11/17)
[양돈현장/김동욱]농장 기록 자료의 활용을 시작하자(11/17)
  • by 양돈타임스
[양돈현장]농장 기록 자료의 활용을 시작하자

김동욱 수의사 / 한별팜텍

아주 오래전 고등학교 시절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모의고사 성적표는 내개 숨겨야할 대상이었고 결코 활용의 대상이 아니었다. 반에서, 전교에서, 서울에서, 전국에서 몇 등, 각 과목별로 몇 등... 이런 식으로 상세하게, 아니 적나라하게 나의 위치를 말해주는 성적표를 보는 기분도 안 좋았고 어디 보여주기도 부끄러웠다. 그러나 대학에 떨어지고 재수라는 것을 하게 되면서 학원에서 성적표를 보는 법을 배웠고, 내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는 선생님을 만났고 그때서야 고등학교 3년 동안 받으면 서랍 속에 처박아 버리기 바빴던 성적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음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요즘은 많은 농장들이 전산을 실시하거나 전산이 아니더라도 종부, 분만, 이유에 대해서 꼼꼼하게 기록을 하고 있다. 그리고 농장 사무실에 보면 ‘기록철저’라는 말을 붙여놓은 곳들도 꽤 된다. 기록을 철저하게 꼼꼼하게 하는 것은 매우 좋다. 그런데 그렇게 기록하는 것을 어디다 쓰려고 하는지 도통 모르는 곳들이 많다. 그런 곳들을 볼 때 마다 꼬박꼬박 모의고사만 보고 성적표는 활용을 못했던 옛 생각이 나 무척 안타깝다.
농장의 다양한 일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목적은 무엇일까? 조선시대 사관들이 사초를 남기는 것과 같다. 조선시대에는 임금 옆에 사관들이 붙어 앉아 임금의 모든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임금에게 일어나는 일 등 임금 주변의 모든 사실들을 꼼꼼하게 기록을 했다. 그리고 그 기록들을 모아두었다가 왕이 죽으면 실록을 편찬했다. 그리고 그 실록을 통해 이전에 잘했던 점은 계승하고 잘못했던 점은 고치거나 되풀이되지 않고자 했던 것이다.
농장의 전산기록도 마찬가지다. 기록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기록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데, 많은 농장에서는 이것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내 농장의 번식성적이 안 좋다면, 그리고 그것을 개선하고 싶다면 정확하게 내 농장의 번식성적을 분석 해야 한다. 최근 2년간의 월별 수태율과 분만율 변화, 번식성적에 영향을 주었던 주요한 사고 원인들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는다면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농장은 내 농장의 과거 역사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다. 기록은 꼼꼼하게 해 두었는데 그 기록을 끄집어 내 활용을 못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모 농장의 경우 폐사율이 높고 이를 해결하지 못해 고민이라 하였다. 다행히도 이 농장은 폐사대장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몇 일령이 어느 돈사 몇 번 돈방의 몇 번째 펜에서 죽었는지에 대한 꼼꼼한 기록 덕에 농장의 폐사 패턴을 찾을 수 있었고 문제는 길지 않은 시간 내에 해결되었다. 이 농장은 철저한 기록을 하고 있었지만 그 기록의 활용을 몰라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기록만큼, 아니 기록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기록의 활용이다. 기록 안에 농장의 문제점은 다 들어있다. 지금까지 열심히 기록만 해왔다면 이제부터라도 기록을 분석하고 내 농장의 발전을 위한 자료로 활용토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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